록 음악의 아홉가지 갈래들 - 문화마당 6 (구) 문지 스펙트럼 6
신현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역시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를 위한 연속 선상에서 읽었으며, 나를 한참 대중음악이라는 것에서 허덕거리게 만들어버린 신현준의 작품이다.

뭔가를 안다는 것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몸으로 부대껴 가면서, 근육으로 기억하는 방법이 있을테고, 

한편으로는 읽고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해가면서 숙지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신현준은, 음악을 듣다가, 잠깐 아마추어로 하다가, 나중에 (사회적)'입장'이라는 걸 갖추면서 다시금 자신이 듣던 그 음악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했고, 평론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음악만'을 한 사람이 아니기에, 한 발 떨어져서 대중음악에 대해서 평론하는 데 약간의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평론'이라는 것이 오로지 '양'에서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지식이라는 것은, 나름의 '음악계에서의 도제'훈련 보다는, 사회에서 부대껴가면서 만들어진 '아웃사이더'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편으로 표준화되지 않은 '근육'의 감으로 느낀 '음악'의 질감이었을 테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서의 활동으로 해석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학적 관점'으로 해석된 '음악'의 파장이었으리라.

그렇다고 이 책이 뭐 굉장한 평론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된 논의는 각 9가지로 분류된 록 음악의 가닥가닥의 정의와 그 전개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신현준은 이 책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싶어하기보다는, 자신이 록음악을 들으면서 기록해두었던 '써머리'를 풀어해치는 감이 더 크다.

블루스부터 시작해서 책을 쓰는 시점에서의 최신 조류였던 얼터너티브-그런지 계열의 음악들과 흑인 음악에서 치고 올라오던 (지금은 정착한 감이 있지만) 소울/훵크/힙합/트립합 류의 음악에 대한 이해까지 망라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쓰여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무협지 읽듯이 읽어도 무리가 없고, 조금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읽다보면 종종 들을 만한 올드락 넘버정도는 건져올릴 수 있다.

그런 개괄적 이해로 이야기를 마치나 했더니 마지막에는 역시 슬며시 그의 록 음악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더라.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한편에는 팝음악이라는 거대한 포획장치, 다른 한편에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사운드의 전투 기계가 있고, 양자 사이에 록 음악이 위치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립구도가 도덕적 대립 구도는 아닐지 몰라도, 그리 깊은 통찰의 산물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이 낡은 틀을 허물어 뜨리고 변이의 운동이 발생할 때에만 새로운 사운드의 생성이 가능할 것이다."(p.249)

결국 그의 의지가 슬몃 나온다. 그는 "새로운 사운드"를 바라는 것일 테고, 그것은 결국 다른 저작에서도 말하지만 그의 사회적 견해와도 밀접한 것들이다. 난 아직 그의 견해가 '탐구'의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생각하고, 한 발 더 나아간 '사회이론으로의 대중음악'을 발견하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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