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수학 - 개념으로 읽는 수학의 역사
야노 겐타로 지음, 정구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수학 2까지 선행학습을 통해서 배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수학은 나에게 '짜증'나는 적에 불과했다. 최소한 19살까지는.

증명과정을 통해서 공리와 정리를 알아내는 일들은 굉장히 즐거운 것이었지만, 응용 문제와 실력 정석 따위의 유제와 연습 문제는

나를 괴롭히는 괴물들이었을 따름이다.

그래서 난 문과였고(사실은 물리가 싫어서가 더 강했다) 대학도 문과로 왔고,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도 문과로 갔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내가 수학을 싫어했던 건 아니다.

수학적 사고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계속 선망했고, 양적으로 뭔가를 사고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게 된것도 어쩌면 수학을 못했던 자책감에서 나온 시샘이었을 지도 모른다.

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강박관념을 갖기 시작한 건, 학부 3학년 이후였던 것 같다.

그 단초는, 경제학과 다전공을 들을 때 주류 경제학을 밟으려면 수학을 더 잘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었을 테고,

4학년 때, 국제정치경제(내 현재 전공)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방법론'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어쨌거나 수학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였다.

기실,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한 수학은, "경제,경영 수학" 정도에 미적분학의 기초와 통계를 굴릴 수 있을만큼의 능력이면 되겠지만,

그 전제들을 뒤집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고, 수학적 전제가 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여튼,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은 지 꽤 되었으나, 여러가지 사정과 핑계들로,,, (결정적으로는 군입대로)

한동안 수학과 조우해보자는 생각은 접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경제학을 전공한 군대 동기 방에서, 대학 수학책을 뺏어와서는, 방에서 풀고 있다가,

더 근본적인 논의들을 살펴보자는 생각을 했다(사실 내 고질병이다. -_-).

그래서 좀 가볍지만, 폭 넓게 수학을 어루만질 수 있는 저작을 찾고자 했고, 쉬우면서도 간결한 야노 겐타로의 "생각하는 수학"을 집어들었다.

도서관에서 피로에 쩔어서 졸면서 수면제로 활용하려했으나, 생각보다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고등학교 때 배우던 수학들의 현재적 입지와 왜 그것들을 배우는 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내가 알고 있던 철학자들이 어떤 수학적 포지션을 갖고 있었는 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예를 들면 라이프니츠, 데카르트?


물론 이 책이 나에게 수학적 사고를 순식간에 끌어올려주었다 믿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시작이었던 건 썩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시금 수학을 시작하면서, 지치지 않을 약간의 이유를 얻은 것 같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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