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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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문고에 갔다. 김주하 싸인회라는 말에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옆에 있다가, 왠지 싸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충동구매했다.

책 내용을 살펴볼 여유를 전혀 갖지 않고, 마치 백화점에서 괜찮은 옷을 보고 지름신이 강림하듯, 아무 생각없이 책을 샀다.

아니, 정확하게는 TV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당찬 '이미지'를 믿으면서 말이다.

집에 오는 길, 집에서, 그리고 집에서 부대로 복귀하는 길에 책을 읽었다.

정확히 2시간 반정도를 읽었다.

처음엔 기대를 가지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덮을 즈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 아니면 거창한 뭔가를 제공할 거라고 믿은 게 실수였나?

김주하의 Prologue에 써있는 말:

"처음 집필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절대로 마흔 이전에는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경험도 부족할 것이고 책은 단지 아는 것이 많다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것을 이요한 상술로 여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또한 있었다."

사람들은, 통상 어떤 시인이나 소설가(요즘으로 치자면, 김영하, 김훈 정도나 황석영, 이외수, 박민규 정도를 제외한다면야)의 싸인회에 그리 많은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까의 그 자리는 어떤 '팬 클럽 모임'의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김주하는 '커리어 우먼'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20대 여성들이 뽑는 '닮고 싶은 여성'에 항상 강금실 정도의 사람과 함께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고, 아나운서와 동시에 기자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인으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이라는 굉장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굉장함을 기대했다. 뭔가가 있기에 그랬을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30대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 그 정도로 보였다. 그게 뭔가 문제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녀의 "마흔 이전"에 책을 쓰지 않으려 했던 이유에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녀의 글에는 직업인의 투철함은 보이지만, 언론인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 인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걸 기대하는 내가 잘못된 거인지는 몰라도, 내게 그녀의 그런 인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겪으면서 계속 재정립해가는 과정에서 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나에게는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손석희를 가장 닮고 싶어하는 김주하 아나운서지만, 팩트와 팩트 사이의 행간보다는, 팩트 그 자체를 일단 더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손석희 아나운서의 날카로움과는 다른 무디고 둥그런 점을 발견한다. 행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을 그녀에게 기대했었던거다. 나는..

그렇다고 그녀에게 더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 발 더 나아간 그녀를 기대할 뿐.

다만, 그녀를 조망하는 언론의 프레임이 정말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굳어간다.

'커리어 우먼' 신드롬을 통해 보여지는 것 자체(이쁜데다가 당차게 보이는)로 언론인을 위치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인은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대중에게 말하고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게 40대에 그녀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였고 목표였다면, 이 글은 오히려 실패가 아닌 '성공'이다. '달콤한 쵸콜릿'으로서만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거부한다면 말이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손석희 같은 방송인으로서의 그녀를 기대해 본다.

10년후의 그녀의 자서전에는 그녀의 당당함과 행간을 꿰뚫는 날카로움의 공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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