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비 독살사건 - 여왕을 꿈꾸었던 비범한 여성들의 비극적인 이야기
윤정란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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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독살당한 7명의 왕비들!
   이덕일은 조선 왕 4명 가운데 1명이 독살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선 왕비가 독살당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나마 잘 알려진 장희빈도 독살이 아닌 사사된 것이다. 『조선 왕비 독살사건』은 그동안 조선 왕, 조선 선비의 독살 사건을 다뤘던 이덕일이 아닌 윤정란이라는 여성 저자가 쓴 것이다. 조선 왕이나 선비 같은 경우에는 독살 당한 배경과 방법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건보다는 독살 당한 왕비가 누구인가가 더 궁금했다. 즉, 그만큼 왕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것이 된다.왕이라고 하면 이름도 줄줄이 꿰고 있고, 대충이라도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도 안다. 반면에, 왕비는 누가 누구의 왕비였는지도 모를 뿐더러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독살 당한 왕비들도 그러하지만, 늘 뒤에 가려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조선 왕비 그 자체가 안타깝다.

폐비 윤씨와 희빈 장씨의 죄목은 '시기'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였다!
   저자는 7명의 조선 왕비를 소개하며, 그녀들이 정치적으로 독살 당했다고 말한다. 그녀들은 왜 정치적으로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한번 살펴보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왕비는 소혜왕후 한씨다. 소혜왕후는 성종의 어머니이자 연산군의 할머니다. 그 유명한 폐비 윤씨 사건의 주역인 인수대비, 그녀가 바로 소혜왕후인 것이다. 그녀는 세조가 총애하는 며느리였지만, 남편인 덕종이 일찍 죽는 바람에 왕비의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일찍 죽은 왕후들은 으레 아들을 통해 절대 권력을 얻길 원한다. 소혜왕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조의 뒤를 이어 시동생인 예종이 즉위했지만, 예종은 어린 아들만 남겨두고 13개월 만에 죽은 것이다. 예종의 아들이 너무 어린 탓에 정희대비는 소혜왕후의 둘째 아들인 자산군을 왕위에 앉힌다. 그가 바로 성종이다. 성종이 13세에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정희대비가 수렴청점을 해야했지만 정희대비는 며느리 소혜왕후가 글을 안다는 이유로 권력을 넘긴다. 그때부터 소혜왕후는 아들인 성종을 통해 절대 권력을 꿈꾼다. 그러나 그녀는 성종이 죽고 연산군이 즉위하자 자신이 폐위시킨 뒤 사사까지 해버린 윤씨 때문에 발목을 잡힌다. 연산군은 비록 할머니이긴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소혜왕후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쿠데타를 일으켜 왕권을 잡은 할아버지 세조 때문에 왕권에 대한 정당성이 약했는데, 폐비 윤씨 사건으로 인해 자신은 죄인의 아들이 된 것이다. 연산군 또한 절대 왕권을 꿈꿨다. 그래서 자신의 왕권에 도전한 소혜왕후를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연산군이 횡포를 부리고 난 뒤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소혜왕후는 한달만에 죽었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왕비는 폐제헌왕후 윤씨다. 그녀는 성종의 첫번째 왕비인 공혜왕후가 병으로 죽자 왕비로 책봉돼 4개월만에 훗날 연산군이 된 융을 낳았다. 힘없고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던 윤씨가 후궁이 되고 왕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신숙주의 사촌 조카였기 때문이다. 예종이 죽자 후계자 임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정희왕후와 신숙주가 정치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결탁하게 되고, 그 신숙주를 배경으로 윤씨가 왕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왕비가 된 윤씨는 같은 이유로 폐비가 됐다. 성종은 융을 낳은 윤씨가 조정 신하들과 결탁해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윤씨의 죄목은 '투기'였지만 실제 죄목은 왕의 권력을 넘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p.102)

   인목왕후는 19세에 50세가 된 선조의 왕비로 책봉됐으며,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을 낳았다. 이미 광해군이 세자 물망에 올라 있었지만, 선조는 후궁 출신의 광해군보다는 적자인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고 싶어했다. 그 와중에 선조가 죽은 것이다. 광해군은 역모 사건을 조작해 영창대군을 죽였고, 대비가 된 인목왕후 또한 쫓아내려 했다. 아들을 잃은 인목대비는 복수의 칼만 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났고, 그녀는 반란군에게 광해군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인조가 즉위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그들은 정략적으로 필요할 때만 인목대비의 존재를 인정했다. 아무런 정치 기반이 없었던 그녀는 광해군 때뿐만 아니라 인조가 즉위한 후에도, 그녀가 죽은 후에도 역모와 관련된 구설수에 올랐다.

   광해군부인 유씨는 남편인 광해군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광해군은 명으로부터 인정받은 세자도 아니었고, 선조의 적자도 아니었다. 유교적으로 볼 때 광해군은 절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는 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속을 믿기 시작했고, 사대부의 이념을 거부한 왕과 왕비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광해군의 왕비였기 때문에 비록 그와 노선을 달리한다고 해서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알았다는 듯이, 후생에는 왕실의 여인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다.

   소현세자빈 강씨 또한 왕위를 넘본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그녀의 남편 소현세자는 인조의 첫째 아들로, 청나라와의 전쟁에 패해 북경으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소현세자는 눈을 뜨게 되고 선진문물을 익히고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또, 인조가 지원을 해주지 않아 형편이 어려웠던 강씨는 장사를 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들이 오랜 인질 생활을 끝내고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환영했지만 유독 인조만은 그들을 보는 눈빛이 사나웠다. 인조는 소현세자가 왕권을 넘볼가봐 겁이 났고, 마침 귀국하고 얼마있지 않아 소현세자가 죽었다. 많은 역사가들은 인조가 소현세자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강씨 또한 마찬가지다. 인조가 전복구이를 먹다가 독을 발견했는데 그 범인으로 강씨가 지목된 것이다. 인조는 강씨가 권력을 넘보기 위해 세력을 기른다고 생각했고, 여러 차례의 사건을 조작한다. 누명을 쓴 강씨는 결국 사사됐다. 강씨는 단지 인조의 '추측'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희빈 장씨는 인현왕후를 시기한 죄로 사사됐다. 그러나 그녀가 사사된 이유는 천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 사회는 양반과 양인에게는 과거를 볼 기회가 주어졌지만, 천인은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천인 출신인 희빈 장씨가 왕비가 된 것이다. 백성들은 천인이 왕비가 되는 세상이니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거라며 환영했지만, 사대부들은 달랐다. 자신들의 기반인 신분제가 흔들린다고 생각한 그들은 희빈 장씨를 사사하기에 이른다. 

   명성왕후 민씨는 아무런 지지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대원군에게 간택됐다. 대원군은 철종이 외척인 안동 김씨에게 휘둘리는 것을 보고 아버지와 남자 형제가 없는 민씨를 고종의 왕비로 맞아들였다. 정치적인 기반이 없어 늘 불안했던 민씨는 스스로 그 기반을 만든다. 남편 고종에게 왕비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고종의 든든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대원군이 자신을 위협하면 외세의 힘을 빌려서라도 탄탄히 지키려 했다. 그러나 유교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우월하면 안된다. 소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 나라의 국모가 일본 낭인들의 칼에 죽임을 당하는데도 지켜주지 않았다.

   7명의 왕비들은 남편과 아들을 통해 절대 권력을 꿈꾸거나 혹은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죄목으로 정치적인 독살을 당했다. 왕은 실정을 하거나 민심을 잃으면 쿠데타로만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왕비는 자신의 정치적인 기반을 잃으면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었다. 만약 그녀들이 든든한 정치적인 후원이나 당시 권력을 쥐고 있는 왕과 신하들과 함께 했다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조 때는 세자빈으로 간택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했으며, 광해군 유씨는 후생에는 왕후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만큼 조선 사회에서 왕의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시대적 이념 혹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평가 절하된 역사가 있다면 반드시 재조명 돼야 할 것이다.

09-95. 『조선 왕비 독살사건』 2009/07/1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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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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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트라우마 상황에 노출돼 있다!
   최근 트라우마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가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도 한다. 트라우마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로 전쟁, 대참사, 재난 같은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장애(p.30)를 말한다. 그러나 여성이나 아동의 경우 가정폭력, 학대, 성폭행처럼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당사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충격이 되므로, 최근에는 외상 사건을 '일반적인 적응 능력을 압도하는 특별한 사건'(p.30)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의해 놓고 보면, 우리는 늘 트라우마를 겪을 상황에 노출돼 있다. 아직까지도 최악의 지하철 사고로 기억되고 있는 대구지하철참사,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건,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된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대참사뿐만이 아니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 성폭행,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나의 트라우마
   나 또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어릴적 부모님이 여행가시고 동생과 둘이 잠든 날, 부부 싸움하던 옆집 아저씨가 홧김에 불을 질렀다. 어떤 큰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천장에서 불꽃이 떨어지는 걸 보고는 동생을 깨워 얼른 뛰쳐 나갔다. 다친 곳이 없어 다행이라 했지만, 2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그날 밤의 악몽이 나를 따라다닐 줄은 몰랐다. 
   난 밤이 되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자다가 놀라서 일어나면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이 방문 닫는 소리나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혹은 비가 내리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돼도 심장 박동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책조차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돼서 집중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저 잘 놀라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이 되면 불안감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선풍기가 과열돼서 불이 나면 어쩌나,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창문이라도 깨지면,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 등 침대에 누웠다가도 몇 번씩 다시 일어나 집안을 확인하고서야 잠이 든다.
   만약 내가 사고로 죽게되더라도 절대 화재로는 죽지 않을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렴풋이 어릴적 화재 사고가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됐나보다 여겼다. 그 충격의 실체가 궁금해서 몇 번 치료를 받아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건 나의 트라우마였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면 승부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소개하며, 트라우마의 정의와 원인, 증상, 극복방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그것이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평가해서 행동을 취한다. 그런데 매우 위협적이고 위험한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자극을 찬찬히 평가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이 오로지 응급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시스템만 작동하게 된다. 이것은 살아남기 위한 적응적인 반응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위험한 상황이 끝나고 난 뒤에도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가 그대로 지속된다는 것이다. (p.45)
   이 상태는 《여자, 정혜》의 정혜처럼 꾸준히 지속될 수도 있고, 람보처럼 그 사건을 상기시키는 어떤 요인으로 인해 촉발될 수도 있다. 이것을 촉발 인자, 트리거라고 한다. 또, 그 사건이 발생한 특정 시간이 되면 증폭되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밤에 자다가 어떤 소리를 들은 후 화재가 났기 때문에 밤마다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이 트라우마의 고통을 극복하려면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혼자서 어렵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의 의지다.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돼 있지도 않은데, 외부에서 억지로 트라우마를 들춰내고 치료하려고 하면 안된다. 강력한 트라우마를 받은 환자에게는 마음의 방어벽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굿 윌 헌팅》에서 맥과이어 교수는 자신도 윌 헌팅과 같은 상처가 있었노라며 먼저 말해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윤수는 유정 또한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자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무엇보다 교감이 중요한 것이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환자들은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특히,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자기의 행동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며 자학한다. 또, 주변 시선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유정의 엄마는 성폭행을 당한 유정을 차갑게 대한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면, 트라우마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라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는 아이큐가 고작 75였고 다리마저 불편해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다. 그런 친구들로부터 달아나면서 다리는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장점인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으로 대학까지 가게 된다. 포레스트는 단점이 많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을 살렸다. 그것이 바로 긍정의 힘인 것이다. 

   "나는 하느님이 주신 세 가지 은혜 덕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첫째, 집이 몹시 가난해 어릴 적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같은 고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둘째,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몹시 약해 항상 운동에 힘써왔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셋째, 나는 초등학교도 못 다녔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다 나의 스승으로 여기고 누구에게나 물어가며 배우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p.236)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한 말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가 아닌 그 '덕분'으로 매사에 임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 책에는 트라우마 지수 체크 리스트가 있어서 자가 진단을 할 수도 있다. 트라우마는 특정한 사람들만 겪고 있는 장애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09-94.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2009/07/1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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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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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감춰진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위해!
   책을 덮은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제목 그대로 먹먹함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책을 읽기 전 결말이 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쓴 연애소설을 읽은 이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불편의 정도를 가늠조차 하지 못한채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어슴푸레한 것들이 전해오기 시작했다.

   『도가니』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무진시(霧津市)가 배경이다. 사업에 실패한 강인호는 아내의 친구 소개로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는다.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애 학원은 안개로 둘러싸인 무진시에 있다. 게다가 마을에서도 떨어져 있어 자애학원은 마치 고립된 하나의 거대한 성채 같았다. 안개가 내리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한들 외부에서는 전혀 알 길이 없을 터였다.(p42) 바로 그곳에서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 등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상대로 성폭력과 폭행을 일삼았다.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외부와 단절된 학교 안에서 무참하게 유린당했지만, 제대로 듣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눈과 귀를 모두 닫아버린다.
   소설에는 두 편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 편은 아이들의 편에 써서 진실을 밟히고 아이들을 짓밟았던 사람들을 처벌하려는 사람들이고, 또 한 편은 아이들을 짓밟았던 사람들 편에 서서 진실은 외면한채 현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언론은 물론이고 법정에서까지 그들의 죄상이 밟혀졌지만, 그들은 죄의 대가를 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들의 죄를 알았지만, 힘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잃고 싶어하지 않았다. 또, 오랫동안 자신들이 살아왔던 무진시가 불명예를 안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를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바꿀 수는 없었던 것이다.
   소설 속 아이들이 유린당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먹먹했고, 또 그 엄청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결국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에 먹먹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먹먹했던 것은, 그 모든 것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 말이다.

   왜 하필 그녀는 무진시를 배경으로 설정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첫장만 읽고 책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오래 전에 읽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다시 펼쳐 들었다. 『도가니』를 읽으면서 무진시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뿌옇게 도시를 감싸고 있는 안개 때문에 그들은 진실을 바로 마주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기도 쉽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또한 무진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불편하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이 안개를 걷어버리고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가슴 속 먹먹함도 가실테지.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p165)


09-90. 『도가니』 2009/07/0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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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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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드는 촛불도 역사의 한복판이다!
   지난해 6월 대한민국을 열기로 가득 채웠던 촛불, 그 시작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한창 입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할 아이들이 오죽 답답했을까.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이 한 일은 까맣게 잊은 채 전교조 빨갱이들이 새빨간 교과서로 아이들을 버려놓아서(p.334) 그런거라며 배후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질 무렵,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 역사 특강을 실시했다.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년 실업자들이다. 우석훈이 짱돌을 들고 일어서자고 아무리 부르짖어도 그들은 아무도 토익책을 덮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 두려워 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는걸까. 물론 나 또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 선수를 우리보다 한참이나 어린 중고등학생들에게 빼앗겨 버리기까지 했다. 두 집단 모두 독재에 맞서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을 친절하게도 정부가 알려줬다. 그들이 앞서 말한 것처럼 새빨간 교과서든, 아니면 새파란 교과서든 어쨌든 지금의 아이들은 현대사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땠는가. 그나마 몇 장되지 않는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려운 판국에, 새빨갛고 새파란 이념 논쟁을 어찌 알겠는가. 덕분에 우리들은 동생들을 따라 나서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 세대에게 이 한 몸 다 바쳐 운동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그런 친구들도 아주 드물게 가끔씩 있기는 하겠죠. 그러나 대다수는 88만원 세대로서 취직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그것은 민주화된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자기 이익만을 마음껏 추구하기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을 함께 증진하는 방법을 찾고, 또 자기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대를 해야만 자기 이익을 실현할 수 있구나 깨달아야 하겠죠. (p.380)


꼭 짚어야 할 한국 현대사의 8가지 쟁점
   한홍구는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한겨레 21>에서 5년동안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그는 촛불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8회에 걸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현대사 특강을 열었다. 그는 2008년 상황과 부합하는 8가지 쟁점을 골랐다. 그는 우리 현대사와 지금의 상황을 접목해 8가지 쟁점을 설명하고 있으며,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1강은 최근 급부상한 뉴라이트와 역사 왜곡을 다루고 있다. 역사 왜곡은 일본이나 중국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국내 정세에 따라 정부 주도하에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현재의 교과서는 좌편향적이라며 개편을 시도한 교과서 문제다 그러하다.
   2강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뻔히 보이는 함량 미달의 간첩을 조작하는데 대한민국 전체가 가담했다. 그들이 간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포상금 때문에 신고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말도 안되는 국가기밀 운운하며 증거 자료를 내놓는 검사가 있는가 하면 거기에 유죄 선고를 하는 재판부도 있었다.
   3강에서는 욕망의 정치가 불러온 공사 붐과 부동산 붐을 다루고 있다. 무서운 통치자가 아닌 인기 많은 통치자가 되고 싶었던 박정희 정권은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강남을 개발하려면 일단 다리도 놔야하고, 도로도 만들어야 한다. 고급 아파트도 짓고, 명문 학교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토건 사업은 토목회사와 몇몇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었고, 덕분에 특정 사람들은 그 덕을 보게 됐다. 독재의 산물인 토건 사업은 결국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4강은 헌법정신과 민영화를 다루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민영화 바람, 그들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기업을 매각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민영화를 한다고 해서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헌법정신에 따라 효율성이 아닌 공공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어떻게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두고 효율성만 따질 수 있겠는가.
   5강에서는 촛불의 도화선이 됐던 광우병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 괴담, 독도 포기 괴담, 정도전 예언 괴담, 민영화 괴담은 광우병 괴담과 함께 당시에 떠돌았던 5대 괴담이다. 이런 괴담이 생성되는 것은 언로가 막히고 정보가 유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성되는 괴담을 무조건 막으려만 하지 말고 진정 국민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6강에서는 촛불 시위와 함께 다시 등장했던 경찰 폭력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시위대들이 먼저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진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경찰 폭력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대부분의 정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경찰의 힘을 빌렸다. 서비스 부문에서의 경찰 인력은 부족한데, 정작 간첩 잡으려고 만들었다는 보안과나 정보과는 필요하지도 않는데 없애지 않는다. 그는 경찰의 중립화와 경찰노조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7강에서는 사교육 공화국이 돼 버린 교육 현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신분 상승의 유일한 돌파구가 교육이라고 하지만, 교육 또한 계급 세습의 수단이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는 참교육을 위해 뭉친 전교조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전교조 또한 노조이니 선생님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그래도 선생님들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8강은, 촛불과 한국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쟁취해서 얻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몸에는 이미 민주주의가 배어 있다. 그런데 지금와서 그것을 포기하고 살 수 있을까. 당연히 살 수 없다. 그러니 그 민주주의의 대가를 치르고 다음 5년을 위해 준비하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비슷한 심정일 테고요.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 스스로 해야 할 일들과 원칙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십시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4년입니다. 1년 동안 원칙을 찾고, 1년 정도 그 원칙에 합당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준비시키고, 경쟁을 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 많지 않은 시간 동안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 무엇을 준비하실지 여러분도 고민을 해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p.391)

우리가 갈망하는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준비하자!
   새빨갛든 새파랗든 무엇이든 알아야 한다. 설마 아직까지도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TV 토론회에 나오는 논객들의 입담을 보며 감탄할 때가 아니다. 유시민은 지금의 민주주의는 우리 힘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외세에 의해 거저 얻은 것이니,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했다. 한홍구 또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 바로 민주주의고, 이 시대의 화두 또한 민주주의다. 
   앞으로 우리에겐 3여년의 시간이 남았다. 더이상 슬퍼하지도 화내지도 말자. 자포자기하지도 말자. 그의 말처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때다. 특히, 역동의 현대사를 경험하지도 배우지도 못한 우리 같은 세대들은 그것을 알아가는 것 또한 준비가 될 것이다.  

09-93.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2009/07/15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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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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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헌법을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지식소매상, 딱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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