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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ㅣ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 우리가 드는 촛불도 역사의 한복판이다!
지난해 6월 대한민국을 열기로 가득 채웠던 촛불, 그 시작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한창 입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할 아이들이 오죽 답답했을까.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이 한 일은 까맣게 잊은 채 전교조 빨갱이들이 새빨간 교과서로 아이들을 버려놓아서(p.334) 그런거라며 배후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질 무렵,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 역사 특강을 실시했다.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년 실업자들이다. 우석훈이 짱돌을 들고 일어서자고 아무리 부르짖어도 그들은 아무도 토익책을 덮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 두려워 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는걸까. 물론 나 또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 선수를 우리보다 한참이나 어린 중고등학생들에게 빼앗겨 버리기까지 했다. 두 집단 모두 독재에 맞서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을 친절하게도 정부가 알려줬다. 그들이 앞서 말한 것처럼 새빨간 교과서든, 아니면 새파란 교과서든 어쨌든 지금의 아이들은 현대사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땠는가. 그나마 몇 장되지 않는 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려운 판국에, 새빨갛고 새파란 이념 논쟁을 어찌 알겠는가. 덕분에 우리들은 동생들을 따라 나서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 세대에게 이 한 몸 다 바쳐 운동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그런 친구들도 아주 드물게 가끔씩 있기는 하겠죠. 그러나 대다수는 88만원 세대로서 취직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그것은 민주화된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자기 이익만을 마음껏 추구하기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을 함께 증진하는 방법을 찾고, 또 자기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대를 해야만 자기 이익을 실현할 수 있구나 깨달아야 하겠죠. (p.380)
꼭 짚어야 할 한국 현대사의 8가지 쟁점
한홍구는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한겨레 21>에서 5년동안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그는 촛불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8회에 걸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현대사 특강을 열었다. 그는 2008년 상황과 부합하는 8가지 쟁점을 골랐다. 그는 우리 현대사와 지금의 상황을 접목해 8가지 쟁점을 설명하고 있으며,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1강은 최근 급부상한 뉴라이트와 역사 왜곡을 다루고 있다. 역사 왜곡은 일본이나 중국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국내 정세에 따라 정부 주도하에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현재의 교과서는 좌편향적이라며 개편을 시도한 교과서 문제다 그러하다.
2강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뻔히 보이는 함량 미달의 간첩을 조작하는데 대한민국 전체가 가담했다. 그들이 간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포상금 때문에 신고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말도 안되는 국가기밀 운운하며 증거 자료를 내놓는 검사가 있는가 하면 거기에 유죄 선고를 하는 재판부도 있었다.
3강에서는 욕망의 정치가 불러온 공사 붐과 부동산 붐을 다루고 있다. 무서운 통치자가 아닌 인기 많은 통치자가 되고 싶었던 박정희 정권은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강남을 개발하려면 일단 다리도 놔야하고, 도로도 만들어야 한다. 고급 아파트도 짓고, 명문 학교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토건 사업은 토목회사와 몇몇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었고, 덕분에 특정 사람들은 그 덕을 보게 됐다. 독재의 산물인 토건 사업은 결국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4강은 헌법정신과 민영화를 다루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민영화 바람, 그들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기업을 매각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민영화를 한다고 해서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헌법정신에 따라 효율성이 아닌 공공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어떻게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두고 효율성만 따질 수 있겠는가.
5강에서는 촛불의 도화선이 됐던 광우병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 괴담, 독도 포기 괴담, 정도전 예언 괴담, 민영화 괴담은 광우병 괴담과 함께 당시에 떠돌았던 5대 괴담이다. 이런 괴담이 생성되는 것은 언로가 막히고 정보가 유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성되는 괴담을 무조건 막으려만 하지 말고 진정 국민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6강에서는 촛불 시위와 함께 다시 등장했던 경찰 폭력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시위대들이 먼저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진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경찰 폭력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대부분의 정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경찰의 힘을 빌렸다. 서비스 부문에서의 경찰 인력은 부족한데, 정작 간첩 잡으려고 만들었다는 보안과나 정보과는 필요하지도 않는데 없애지 않는다. 그는 경찰의 중립화와 경찰노조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7강에서는 사교육 공화국이 돼 버린 교육 현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신분 상승의 유일한 돌파구가 교육이라고 하지만, 교육 또한 계급 세습의 수단이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는 참교육을 위해 뭉친 전교조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전교조 또한 노조이니 선생님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그래도 선생님들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8강은, 촛불과 한국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쟁취해서 얻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몸에는 이미 민주주의가 배어 있다. 그런데 지금와서 그것을 포기하고 살 수 있을까. 당연히 살 수 없다. 그러니 그 민주주의의 대가를 치르고 다음 5년을 위해 준비하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비슷한 심정일 테고요.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 스스로 해야 할 일들과 원칙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십시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4년입니다. 1년 동안 원칙을 찾고, 1년 정도 그 원칙에 합당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준비시키고, 경쟁을 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 많지 않은 시간 동안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 무엇을 준비하실지 여러분도 고민을 해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p.391)
우리가 갈망하는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준비하자!
새빨갛든 새파랗든 무엇이든 알아야 한다. 설마 아직까지도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TV 토론회에 나오는 논객들의 입담을 보며 감탄할 때가 아니다. 유시민은 지금의 민주주의는 우리 힘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외세에 의해 거저 얻은 것이니,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했다. 한홍구 또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 바로 민주주의고, 이 시대의 화두 또한 민주주의다.
앞으로 우리에겐 3여년의 시간이 남았다. 더이상 슬퍼하지도 화내지도 말자. 자포자기하지도 말자. 그의 말처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때다. 특히, 역동의 현대사를 경험하지도 배우지도 못한 우리 같은 세대들은 그것을 알아가는 것 또한 준비가 될 것이다.
09-93.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2009/07/15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