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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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8일이 넘어가는 늦은 밤.

 

나는 우리 문학을 신뢰하지 않았다. 용돈이 넉넉치 않던 고등학교 시절, 책을 읽기 위해 주로 내가 이용한 곳은 당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책대여점이었다. 대형 수퍼마켓 매장이 있던 곳에 자리를 잡은 우리 동네 책대여점은 구립도서관의 문학 코너보다도 더 넓었다. 책대여점의 특성상 주로 흥미 위주의 문학책이 대부분이었고, 커다란 한쪽 벽면을 우리 문학책들이 채우고 있었다. 한 3년 드나들다 보니 우리 문학책들로 가득한 그 벽면에서 내가 더이상 읽을 책들이 없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 책대여점을 떠나면서부터 내 마음 한켠에는 우리 문학에 대한 불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대하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사랑, 이별, 죽음... 눈물을 우러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는 작가가 죽은지 30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읽지 않는 선배가 등장한다. 죽은지 30년은 안되었어도, 아직 죽지 않은 작가의 책은 읽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문학과 멀어지기 시작했었다.

얼마전 선물로 받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덮으면서 내가 얼마나 근시안적인 책읽기를 해왔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하병무의 『남자의 향기』와 같은 책들이 대세였는데, 출판계에도 당연히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진작 파악했어야 했다.

2007년 7월 8일이 넘어가는 늦은 밤, 나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기 시작했다.

 

2007년 7월 9일 월요일.

 

31살, 편집회사의 편집 디자이너, 아직 미혼, 전세금을 깔고 서울에서 혼자 생활. 주인공 오은수의 프로필이다. 회사에서 중노동에 혹사당해도, 상사로부터 부당함을 당해도 꿋꿋히 참고 일하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직장인인 그녀에게 세 남자가 등장한다.

태오, 그녀보다 6살이 어린 그는 어릴적부터 영화만이 오직 그의 꿈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즐겁지만, 32살의 평범한 여자에게는 불안하기 그지 없는 상대이다. 김영수, 37살의 작은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나 여기 있소!하고 손을 들지 않는다면 도통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프로필에 비하면 그는 과분한 상대이다. 유준, 그녀의 오랜 친구이며 비록 폐인 생활을 하는 백수이지만 먹고 살 걱정은 없는 사람이다. 평범한 그녀에게는 평범한 선택이 딱이다. 온전히 그녀의 자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선택은 김영수였다. 그런 그녀가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나이는 많지만 평범한 커리어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던 그녀가 일탈을 단행한 것이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평범함과 단조로움에 너무 숨이 막혀서일까.

은수가 사직서를 내던 날, 나 또한 사직서를 냈다. 은수에게서 용기를 얻었던 것일까?

 

문제는 인생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용기다!! (p. 71)

 

2007년 7월 12일 목요일.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전혀 달콤하지 않다. 모양없이 지어놓은 네모반듯한 회색빛 건물들, 은수처럼 우산이라도 들고 날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련만. 날아 오른다고 해도 도무지 내가 안착할 곳이 없다는 것. 떠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 도시를 떠나고 싶다. 이 도시는 나에게 좌절과 실망만 줄 뿐이다.

은수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였을까. 정말 제목처럼 달콤한 도시였을까? 그녀는 아무 맛도 없다고 했다.

떠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이 도시에다가 지원을 했다. 경쟁률은 이 도시의 공무원을 뽑는 것만큼 세다. 모두들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휴우, 은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얼른 책을 펼쳐 보았다.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면접을 보러 간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게다가 결혼하기로 약속한 김영수는 종적을 감추었다. 안돼, 안된단 말이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그녀와 나를 동일시하며, 그녀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시키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내 기대와는 다른 결말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바라던 은수의 삶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의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2007년 7월 13일 금요일.

 

무려 반나절 동안 2차 면접이 진행되었고, 탈락자들에게만 저녁 때까지 따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다니던 사무실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팀장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짐을 싸들고 나와버렸다. 나에게 이런 결단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2시간 동안 휴대전화만 바라보았다. 전화벨이 울리기라도 하면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결국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데, 왜 이렇게 두려운걸까. 은수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그랬듯이 나 또한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이 도시는 나에게 어떤 맛을 보여주게 될까.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후회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눈앞의 미래조차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매혹적 특권이다. (p.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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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라이온하트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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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소녀들이 춤을 추고 있는 예쁜 표지의 책, 알싸한 사랑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던 그 예쁜 책 속에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가 있었다. 워낙 소심한 성격 덕분에 '공포' 소설은 포와 같은 대작가들의 책도 일부러 외면해 온 나였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중독같은 공포가 샘솟고 있었다고나 할까. 왠지 모를 공포 때문에 책을 읽다가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면서도 그녀의 작품들을 한편씩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녀의 작품들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라이온하트』, 온다 리쿠의 유일한 '러브스토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 그녀는 러브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까,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사랑에도 끊임없는 긴장감이 존재할까.

사랑, 엇갈림, 꿈의 삼자대면

오래전 일이다. 매일밤 내 꿈 속으로 찾아온 한 남자, 꿈 속에서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그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고 매일밤 다시 그 꿈을 꾸길 꿈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꿈 속의 주인공이 누군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현실 속에서 내가 사랑했지만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항상 같은 공간 속에 존재했지만 시간이 엇갈려 버려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내 사랑.

에드워드는 엘리자베스라는 소녀 혹은 여자가 등장하는 꿈을 끊임없이 꾼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는 에드워드를 애타게 찾고 있었으며,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했다. 그녀는 누구일까.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 그녀는 부와 명예, 권력 모두를 가질 수 있었지만 한가지만은 가질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녀는 죽는날까지 고독하게 살아야만 했다. 나머지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한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에드워드를 끊임없이 찾아간다. 미래에 또다른 모습의 엘리자베스로 환생해서 말이다. 에드워드 또한 그녀를 잊지 않고, 어떤 모습으로 그녀가 나타나든지 간에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평생을 그리워한 것에 비해 그들의 만남은 찰나였다. 어쩌면 그런 찰나적인 만남이 그들을 그토록 그리워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꿈이란 것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에 대한 표출이라고. 내가 꾸었던 꿈도,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가 끊임없이 꾸었던 서로에 대한 꿈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영혼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시간은 항상 우리 안에 있다. 생명은 미래의 과실이며, 과거로 가는 가랑잎 배다. (p. 125)

누군가의 메아리.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의지가 남긴 잔영. 그런 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서 세계와 역사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p. 298)

지금 이 시간에도 엇갈린 사랑에 안타까워하는 어떤 이들을 위하여.

나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 더군다나 사랑의 힘 조차 믿지 않는다. 누군가도 그랬다. 사람이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최장 기간이 2년 6개월이라고. 어쩌면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가 그토록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실제적인 만남의 기간이 2년 6개월은 커녕 단 며칠 혹은 단 몇 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사랑과 환생,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때론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은 이렇게 엇갈리더라도 다음 생에서는 꼭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혼자서 위로한 적이 있다. 엇갈린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본 바램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랐다. 소재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등장인물도 다르다. 스멀스멀 피어 오르던 공포도, 긴장감도 없었다. 물론 러브스토리니까 공포는 없더라도 그녀 특유의 긴장감만은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는데, 너무 느슨하다. 온다 리쿠와의 낯선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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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인물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3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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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가끔씩 보게 된다. 그들의 낡은 스케치북이나 방에는 으레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 있기 마련이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 가장 먼저 그리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일까. 반대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림이라는 것이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바로 시작하여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거기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비록 나는 만화책을 즐겨 보지 않았지만 주위 친구들 중에서는 만화책을 너무 좋아해서 급기야는 자신이 직접 그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정확하게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절 친구들을 통해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김충원 작가의 또다른 책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학창 시절과 얼마전 읽었던 '기초 드로잉'에 이어 세번째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따라하면서 그동안 왜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좌절하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거의 낙서에 가까운 그림들이었지만, 내가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만화 캐릭터들을 닮아 있었다. 눈은 얼굴의 반은 아닐지라도 커야하며, 목도 길고 가늘어야 한다. 코는 작지만 오똑하고, 속눈썹은 반드시 길고 풍성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으니, 아무리 그려도 닮아보이지가 않지.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착각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눈, 코, 입과 귀의 위치, 목의 길이, 두상의 크기는 비례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얼굴의 바탕을 그려놓은 다음 세부 묘사를 하게 되면 균형잡힌 인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마다 얼굴의 모습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눈, 코, 입, 귀를 그리는 방법을 익힌다면, 정말 쉽게 세부 묘사를 할 수 있다. 설마 정말로 그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인물을 그리는 방법을 알고나서 인물을 관찰해보니 정말 우리 얼굴은 기본적으로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물은 반드시 닮게 그려야 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르게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자 쉽고 편하게 연필을 잡을 수가 있게 되었다.

언제가는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멋지게 그려놓고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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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1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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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적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 주인공은 어린왕자였다. 유성을 타고 지구별까지 오게 어린왕자, 세상에는 수많은 장미가 있지만 자신의 장미에게만 충실한 어린왕자, 그런 어린왕자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동화 주인공에게 매혹되었다. 절대 나이를 먹지 않고, 절대 늙지 않는 피터팬. 어쩌면 피터팬은 모든 어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피터팬이 된다면 귀찮게 매일밤 주름개선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되고, 비싼 보톡스를 맞지 않아도 될테니까. 사실은 그런 신체적인 꿈보다는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항상 꿈을 있다는 , 그것이 가장 부러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 꾸는 꿈은 아무래도 순수하지 못하고, 이해타산적인 면이 많지 않은가.

 

올해가 피터팬 탄생 100주년인 덕분에, 나를 매혹시키는 요녀석을 올해는 자주 만나게 된다.

처음 연애를 때는 상대방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상대방에 대한 신비감이나 호기심 같은 것도 어느 정도 가지고 만나게 되지만 년씩 만나다 보면 그런 설레임이나 호기심은 사라지게 된다. 나와 피터팬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피터팬을 만났을 때는 마치 내가 웬디라도 것처럼 설레였다. 요녀석은 어떻게 하늘을 수도 있고, 나이도 먹지 않는지 정말 신비로움 자체였다. 그러나 전편 『피터팬과 마법의 별』을 통해 피터팬도 여느 아이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이였었고, 그가 있는 것은 그에게 신비로운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법의 별가루'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그의 젊음의 비결(?)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에서는 마법의 별가루를 얻기 위해 별지킴이들의 반대편들이 또다시 쳐들어 온다. 그리고 얼굴의 형상은 보이지 않고 오직 어둠 밖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어둠이 내려 앉았을 때만 활동을 있으며, 그의 그림자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닿게 되면 사람들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그가 원하는대로 조정 당하게 된다. 피터팬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별지킴이들은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는 반대편들을 피해 별가루 반환을 시도한다. 별가루 반환을 둘러싸고 쫓기고 쫓는 가운데 별가루 반환이 이루어지는 곳은 유명한 테스가 누워 있다가 잡힌 '스톤헨지'이다. 누가 ,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항상 의문을 갖게 만든 스톤헨지는 바로 별가루 반환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당연히 이야기는 무사히 별가루 반환을 하고 피터팬은 네버랜드로 돌아온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나는 한번도 무협지라는 것을 읽어본 적이 없다. 주위에 있는 남자친구들을 보면 놀라운 속도로 무협지를 읽어버리곤 했었다. 무협지라는 것이 항상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특성만 파악하면 10권짜리도 금새 읽어버릴 있다고 했다. 나는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을 읽으면서 친구들이 어떻게 무협지를 그렇게 빨리 읽을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에는 그림자 도둑 외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림자 도둑에 의해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피터팬과 마법의 별』에서 등장했던 마법의 별가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읽는 이들로 하여금 관심을 집중시킬 있는 참신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앞부부만 읽으면 이야기는 이렇게 해서 저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대략의 스토리가 머리속에 펼져진다. 덕분에 무협지 고수들만 만끽할 있다는 속독 방법을 그대로 따라할 수가 있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피터팬 시리즈 덕분에 죽은 캐릭터가 하나 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고서는 대화를 시도하는 갑판장 스미, 비록 그는 해적이지만 해적들 중에서는 가장 풍부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리즈에서는 스미가 말귀도

제대로 알아듣는 멍청하고 우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피터팬』에서 내가 피터팬 다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 캐릭터가 바로 스미였는데, 원작에서의 스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너무 크다.

피터팬의 영원한 맞수인 후크가 겨우 피터팬이 던진 망고를 맞는 엔딩 장면으로 끝난다는 , 그림자 도둑 덕분에 후크의 비중이 극히 적어졌다는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이다.

보통 전편보다 나은 후속편은 없다. 그래서 전편보다 못한 후속편을 만나더라도 "역시"라는 한마디만 할뿐, 그다지 개의치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전편에서 쌓아놓은 명성이나 감동을 깎아먹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내가 피터팬 시리즈를 접하면 접할수록 피터팬에 대한 설레임이나 환상이 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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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사랑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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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방 이야기

 

맨처음 『이덕일의 역사사랑』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그래, 이덕일 그 정도라면 역사를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첫장을 넘기면서 제목에 등장하는 '사랑'이 '愛'가 아니라 '舍廊'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님도 옥희와 함께 다정하게 계란을 먹었던 그 '사랑'방. 그곳은 지나가는 객도 편하게 머물 수 있었던 곳이며,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정이 오고 가는 그런 곳이다.

그가 제목을 '역사사랑'이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 지니고 있는 그런 특징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그가 펴낸 책들이 한가지 주제를 놓고 그만의 관점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에 펴낸 『이덕일의 역사사랑』에서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부담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 짧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지조와 절개의 외길을 걷다', '대륙에서 한민족의 기상을 찾다', '시간의 날줄과 사람의 씨줄', '민중과 함께 하는 역사 혹은 생활의 발견', '해양을 향한 상상력 혹은 일본이라는 나라', '세계사의 들판에서 우리 역사의 좌표를 찾다' 등 6가지 소주제로 나누어진 이 책은 각각의 소주제에 맞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을 접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보다 깊게 파고들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이하고 있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역사를 사랑하는 그의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살지 못한 과거를 알아야 하고, 또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관심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 역사를 모르고 있었던가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넘보고 있던 일본이나 중국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사대주의에 빠져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사장하고 있었다. 중국의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궁형에 처해지는 수모를 감당해냈다. 비록 사마천과 같은 수모를 감당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관심 이상의 반성이 필요하다

 

군더더기 같지만 에피소드 하나를 덧붙이자면, 얼마전 어떤 이들이 동북공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들이 어느만큼 동북공정에 대해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을 자기네들 땅으로 편입시키려한다는 중국의 야욕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바로 미국으로 이민갈거라고, 또 아들을 가지면 원정 출산해서 자기 아들은 절대로 군대에 보내지 않을거라고 했다.

비록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앎'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지행일치'를 얼마나 중히 여겼던가.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는만큼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밑줄긋기>

 

물고기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삼여도三餘圖>는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랑王朗」조의 기록에 근거한 그림이다. 어떤 사람이 홍농弘農직에 있던 동우董遇에게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말하자 독서에는 '1년의 나머지(餘)인 겨울, 하루의 나머지인 밤, 맑은 날의 나머지인 흐리고 비 오는 날'의 세 여가(三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답했다는 것으로, 겉과는 달리 학문을 재촉하는 그림이다. (p. 34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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