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달콤한 재앙
케르스틴 기어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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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더라도 절대 변치 않을 것들!

   지금 당신 곁에는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항상 당신을 위해 주고, 매사에 성실하지만 더이상 가슴 떨리는 일은 없는 그.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한 눈에 봐도 멋져서 가슴이 떨리는 그, 그런데 그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카티와 펠릭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인 펠릭스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며 카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만난지 5년쯤 되니 더이상의 떨림은 없습니다. 카티는 펠릭스를 사랑하지만, 그것은 그저 '일상' 속으로 녹아 들었습니다. 그 일상 속에는 그녀를 괴롭히는 펠릭스의 절친도 있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펠릭스의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웃어 넘기고 싶지만, 항상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란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이런 카티 앞에 한 눈에 봐도 멋져보이는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너무 멋져서 오히려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이 남자,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남자가 카티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차 한 잔 마시자고 하는데, 어떤 의도인지 뻔히 보이는데, 함께 차를 마셔도 될까요?

   카티에게는 펠릭스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티아스의 제안을 잘 뿌리칩니다. 그런데 마티아스의 제안이 거듭되고, 우연이 겹칠수록 점점 더 마티아스에게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정말 달콤한 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펠릭스의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다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되자 카티도 모르게 마티아스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합니다. 마티아스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 기차역에서 카티는 그와 단 한 번의 키스를 한 뒤, 부랑자에게 떠밀려 기차가 달려오고 있는 기찻길로 떨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눈을 뜬 카티, 그런데 그녀가 눈을 뜬 때는 현재가 아니라 카티와 펠릭스가 처음 만나게 되는 5년 전입니다. 그렇습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카티는 5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 것이죠.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카티는 우연히 펠릭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반대로 마티아스를 좀 더 일찍 만나기 위해 그가 들었다는 강좌를 들으며 우연을 가장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시점으로 되돌아 간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보내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리가 없죠.

   같은 맥락으로 보면, 이 소설의 결말도 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펠릭스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그를 피할려고 해도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원래 자신이 놓친 것에 더 미련을 갖게 되고 아쉬워하는게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피천득 선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만나게 될 사람은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될테니까요. 그런게 바로 '운명'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항상 우리에게 없는 것만 생각한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p.336)

 

   『이토록 달콤한 재앙』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운명 같은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고, 상상해 봤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말합니다. 절대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충실하고 사랑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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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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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0대 꽃할배는 가라! 흔치 않은 100세 노인이 있다!

자신의 100번째 생일날, 양로원 창문 너머로 도망친 노인이 있습니다. 모두들 흔치 않게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그를 축하하기 위해 시장과 지역신문 기자까지 초대한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는 왜 양로원을 도망쳤을까요? 그는 생각했습니다.

 

꼭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다른 때, 다른 곳에서 죽는다고 하여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p.9)

 

양로원을 탈출할 때 그의 행색은 표지 속 모습과 같았습니다. 밤색 재킷에 밤색 바지를 입고, 발에는 같은 색의 오줌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오줌 슬리퍼'는 이 나이 때가 되면 오줌발이 슬리퍼 끄트머리 이상 뻗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치밀하게 계획된 탈출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킷 안주머니에 지갑이 있었는데, 이 지갑 속에 1백 크로나짜리 지폐가 몇 장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1백 크로나는 우리 돈으로 약 16,000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 10만원을 넘지 않는 돈을 들고 무작정 양로원을 탈출한 것입니다.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이렇게 100세 노인이 무작정 떠나는 것은 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될 터, 그래서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가서 가장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그리고 돈이 얼마 없으므로 아껴써야 하기 때문에, 50크로나로 갈 수 있는 곳까지만 버스를 타기로 하죠. 그런데 정말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삐딱한 청년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그에게 묵직한 캐리어를 맡깁니다. 그는 지금 당장 버스를 타고 떠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100세 노인의 상황으로 봤을 때, 절대 기다려 줄 수가 없죠. 그래서 버스에 올라타는데, 청년의 캐리어까지 함께 끌고 탑니다. 왜냐하면 노인에게는 오줌 슬리퍼 대신 신발다운 신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이 캐리어 때문에 노인은 청년에게 쫓기게 됩니다. 이 청년은 그냥 청년도 아니고, 불법 조직의 조직원이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50크로나로 갈 수 있는 지역에 우연히 도착해 우연히 조력자를 만나 이 청년을 해치우게 됩니다. 혼자 무작정 시작했던 노인의 여행은, 이런 식으로 동행자를 만나게 되고 청년이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도 끈질기게 그를 뒤쫓습니다.

 

이렇게 남다른 100세 노인의 이름은 알란 엠마누엘 칼손. 1905년에 태어난 알란은 지난 100년 동안 현대사 곳곳에 등장하며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가 이처럼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게 된 것은, 폭약 전문가라는 그의 이력그가 태어난 시대적 배경 때문입니다. 그가 태어난 이후, 세계는 끊임없이 전쟁의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 그리고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폭약을 잘 써서 적재적소에서 잘 터트리는 사람이 대우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그는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필요한 인물이 되었으며 트루먼이나 마오쩌둥, 김일성과 같은 인물들과도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항상 죽임과 배신이 들끊는 곳에서 믿을만한 가족 하나 없이 평생을 산 그가 행복할 수는 없었겠죠. 그런데도 그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매 순간마다 잘 극복해 냅니다. 양로원을 탈출할 때 그 마음가짐, 양로원에서 죽나 다른 곳에서 죽나 아무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던 그 마음가짐이 평생을 함께 한 것이죠.

 

"본 특별 법정은 스웨덴 시민 알란 엠마누엘 칼손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사회에 위험한 요소라고 판단해 블라디보스토크 교정 노동 수용소에서의 30년 강제 노역형에 처한다!"

… 알란 칼손은 관대한 판결을 내려 준 법정에 감사한다고 발언했다.

물론 알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느냐고 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 판결에는 좋은 측면들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우선 그는 목숨을 건졌다. 인민의 적으로 간주된 이에게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 또 도형지로 정해진 블라디보스토크로 말할 것 같으면, 시베리아에서 기후가 가장 견딜 만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시베리아 북부나 내륙 지역의 겨울 기온은 영하 50도, 60도, 심지어 70도까지 내려가는 게 다반사인데, 이 블라디보스토크는 스웨덴에 있는 그의 고향, 쇠데르만란드보다도 춥지 않았다. (p.299~300)

 

세계 곳곳을 누볐던 알란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탈출해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는 한국 전쟁 중이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까지는 갈 수 있었지만 남한은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한국전쟁과 김일성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알란이 이해한 바에 따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한반도는 일종의 공백 상태에 있었다. 스탈린과 트루먼은 나라를 사이좋게 나누어 점령했고, 임의로 38선을 그어 남과 북으로 양분했다. 그러고나서는 이 나라를 어떤 형태로 독립시킬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협상이 이어졌다. 트루먼과 스탈린은 정치적 견해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역사는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즉 미국이 남한을 세우자 소련은 북한을 만들어 응수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과 소련은 한국 사람들이 자기네끼리 알아서 하도록 놔두었다.

한데 일이 삐딱하게 흘러갔다. 북쪽의 김일성과 남쪽의 이승만은 서로 자신이 한반도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을 시작했다.

3년 후, 거의 4백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북은 북이고 남은 남이었다. 38선은 여전히 반도를 가르고 있었다. (p.311~312)

 

김일성은 1912년 평양 근교 지역의 한 기독교 가족에게 태어났다. 당시 모든 한국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가족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일본인들은 식민지 사람들에게 강압과 전횡을 휘둘러 왔다. 수십만의 여인들과 소녀들이 붙잡혀 가 천황 군대의 위안부가 되었으니 남자들은 강제로 징집되어 천황을 위해 싸워야 했다. 또 이 천황은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김일성의 아버지는 평소 조용한 한의사였지만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해서는 소리 높여 비판했고, 결국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가서 사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1931년 일본군이 만주를 침공하자 그곳도 더 이상 평화로운 장소가 되지 못했다. 이때 아버지는 이미 사망한 뒤였고 어머니가 김일성에게 일본인들을 만주에서,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 몰아내기 위해 중국 유격대에 들어가 싸우라고 권했다.

김일성은 중국 공산당 유격대 내에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의 과단성과 용맹함은 곧 두각을 드러내어, 한 군단 전체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이 부대를 이끌고 일본군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그를 비롯한 극소수만 살아 남았다. 이때가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으로, 김일성은 국경을 넘어 소련으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도 출세 가도는 중단되지 않았다. 소련군 대위가 된 그는 소련의 깃발 아래서 1945년까지 싸웠다.

결국 전쟁은 끝났고, 일본은 한국에서 물러났다. 김일성은 민족적 영웅의 후광을 둘러쓰고 망명에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국가를 세우는 일이었으며 국민들이 자신을 '위대한 영도자'로 원한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두 전승국 소련과 미국은 한반도를 각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두 개의 세력권으로 분할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자타 공인의 공산주의자를 한반도 전체의 머리로 삼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망명 중이던 또 다른 한국인을 데려와 반도 남쪽의 국가수반으로 세웠다. 김일성은 북쪽 부분으로만 만족해야 했으나, 그러지를 않았다. 대신 그는 한국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 놈들도 몰아낸 자신인데, 미국과 그 졸개들에 불과한 유엔군을 몰아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김일성은 중국의 깃발 아래서도 싸웠고 소련의 깃발 아래서도 싸웠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자신을 위해 싸웠다. (p.334~335)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소설을 통해 수많은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현대사들도 많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세계사 교육을 받지 못한 독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가 던지는 유머와 냉소를 사실과 100% 구별하기란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잘 모르는 외국 독자들에게는 어떨까요?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것은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특정 내용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오해를 심어주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서술되다가 마지막에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게 되면서 끝납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전개되는 소설로, 현대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세계사를 쭉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세계사에 약한 독자들에게는 그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치 않은 이 100세 노인을 한번 만나보세요! 어쩌면 당신도 또다른 창문을 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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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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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투영한 상상력!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아주 오래 전, 지구에는 엄청나게 큰 생명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채 2미터도 되지 않는 우리 인간들과는 달리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녔지만, 그들은 멸종했고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박물관에서 화석으로만 존재합니다. 덩치가 크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항상 유리한 조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번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속 생명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정합니다.

 

이 이야기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간 속에서 펼쳐진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다. (p.9)

 

자, 겨우 강산 정도만 변할 것 같은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의 상상력에 의하면, 그 옛날 추위와 지각변동으로 인해 사라진 생명체는 비단 공룡들 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의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공룡처럼 아주 거대한 인류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현생 인류의 10배 정도 덩치로 10배 정도 오래 살았습니다. 하지만 덩치 큰 생명들이 노출되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추위와 급격한 지각변동에 더 심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공룡들과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덩치만 큰 공룡과는 달리 지능이 있는 인류이기 때문에 그냥 사라지지 않고 제2인류들을 남겨 뒀습니다. 그들은 소행성 충돌이나 핵폭발 등 다양한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그들보다 1/10 정도 작은 크기의 제2인류를 만들어 지구 밖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의 우리 인간들이 지구 밖에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 해결책을 찾으러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2인류는 제1인류보다 덩치가 매우 작기 때문에 수명은 짧아졌지만 대신 생식력이 좋아져서 임신기간도 9개월로 짧아지고 마음만 먹는다면 10명 정도까지도 낳을 수 있습니다. 덩치가 작으니 제1인류보다 식량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었겠죠.

이 사실은 남극 탐사를 하던 프랑스의 한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프랑스는 이것을 지금의 세계와 앞으로의 지구가 겪게 될 문제를 타계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활용합니다. 그들은 그 옛날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의 소형화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당한 과학자들을 수소문해 인류 소형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인류가 바로 '제3인류'로, 초소형 인간(Micro-Humains)의 머리글자를 따서 에마슈라고 이름 붙입니다. 처음 1명의 에마슈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한 그들은, 900명의 여자 에마슈와 100명의 남자 에마슈도 만듭니다. 성비가 이토록 불균형한 이유는 여왕개미나 여왕벌들로 이뤄진 곤충의 세계와 아마존 여전사들의 생존법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탄생시킨 에마슈들은 이란의 핵시설을 폭발시켜 핵전쟁을 무마시키거나 도쿄전력 참사가 재현되고 있는 일본 원전에 투입해 원전 폭발을 막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야비한 생명체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가 생기면 만들어서 인간들의 뜻대로 사육했다가 없어지면 과감히 버리는, 도무지 생명에 대한 윤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인류에 의해 만들어지고, 훈련받은 초소형 인간들이 언제까지 인류를 위해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제3인류』 는 1, 2권을 통해 이제 막 제1부의 이야기가 끝난 참입니다. 아마도 2부에서는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에마슈들을 볼 수 있겠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제3인류』 를 통해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기발한 상상력이 아닌 오히려 현실을 투영하는데 초점을 뒀던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소설 속에 담아냈습니다. 그 중에 한국이 배경인 사건들은 없으나 재미있는 설정은 있습니다. 10년 뒤 한국은 디지털 기술 쪽으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나라로, 각국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발명한 박사도 한국의 한 연구소에 스카우트되어 일하고 있으며, 한국이 혁신을 진정으로 권장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의식한 탓일까요.

또, 자신의 오랜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인지 소설 곳곳에 자신의 역작 『개미』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인용하거나 캐릭터들이 카메오처럼 등장해서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개미』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상상력을 보여줬던 소설을 기대한다면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3인류』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다른 상상력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안락함과 편리함은 사람들을 잠들게 해요. 당신들은 아쉬운 것 없이 자라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 같아요. (p.217)

버튼과 손잡이와 눈금판이 달린 기계들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나중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지죠. 손도 둔해지고 두뇌 회전도 느려져요. 손으로는 매듭을 지을 줄 모르고 눈으로는 지평선을 살필 줄 모르게 돼요. 새들의 노래를 들어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죠. 하기야 당신들이 새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늘 켜놓는 바람에 그것들의 소리와 영상이 시청각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말이에요. 당신들은 이제 사냥도 베 짜기도 할 줄 모르고, 불을 피우거나 냄새로 길을 찾거나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할 줄도 몰라요. 당신들은 생활 장애자가 되었어요. (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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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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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투영한 상상력!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아주 오래 전, 지구에는 엄청나게 큰 생명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채 2미터도 되지 않는 우리 인간들과는 달리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녔지만, 그들은 멸종했고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박물관에서 화석으로만 존재합니다. 덩치가 크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항상 유리한 조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번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속 생명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정합니다.

 

이 이야기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간 속에서 펼쳐진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다. (p.9)

 

자, 겨우 강산 정도만 변할 것 같은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의 상상력에 의하면, 그 옛날 추위와 지각변동으로 인해 사라진 생명체는 비단 공룡들 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의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공룡처럼 아주 거대한 인류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현생 인류의 10배 정도 덩치로 10배 정도 오래 살았습니다. 하지만 덩치 큰 생명들이 노출되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추위와 급격한 지각변동에 더 심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공룡들과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덩치만 큰 공룡과는 달리 지능이 있는 인류이기 때문에 그냥 사라지지 않고 제2인류들을 남겨 뒀습니다. 그들은 소행성 충돌이나 핵폭발 등 다양한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그들보다 1/10 정도 작은 크기의 제2인류를 만들어 지구 밖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의 우리 인간들이 지구 밖에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 해결책을 찾으러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2인류는 제1인류보다 덩치가 매우 작기 때문에 수명은 짧아졌지만 대신 생식력이 좋아져서 임신기간도 9개월로 짧아지고 마음만 먹는다면 10명 정도까지도 낳을 수 있습니다. 덩치가 작으니 제1인류보다 식량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었겠죠.

이 사실은 남극 탐사를 하던 프랑스의 한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프랑스는 이것을 지금의 세계와 앞으로의 지구가 겪게 될 문제를 타계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활용합니다. 그들은 그 옛날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의 소형화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당한 과학자들을 수소문해 인류 소형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인류가 바로 '제3인류'로, 초소형 인간(Micro-Humains)의 머리글자를 따서 에마슈라고 이름 붙입니다. 처음 1명의 에마슈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한 그들은, 900명의 여자 에마슈와 100명의 남자 에마슈도 만듭니다. 성비가 이토록 불균형한 이유는 여왕개미나 여왕벌들로 이뤄진 곤충의 세계와 아마존 여전사들의 생존법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탄생시킨 에마슈들은 이란의 핵시설을 폭발시켜 핵전쟁을 무마시키거나 도쿄전력 참사가 재현되고 있는 일본 원전에 투입해 원전 폭발을 막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야비한 생명체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가 생기면 만들어서 인간들의 뜻대로 사육했다가 없어지면 과감히 버리는, 도무지 생명에 대한 윤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인류에 의해 만들어지고, 훈련받은 초소형 인간들이 언제까지 인류를 위해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제3인류』 는 1, 2권을 통해 이제 막 제1부의 이야기가 끝난 참입니다. 아마도 2부에서는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에마슈들을 볼 수 있겠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제3인류』 를 통해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기발한 상상력이 아닌 오히려 현실을 투영하는데 초점을 뒀던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소설 속에 담아냈습니다. 그 중에 한국이 배경인 사건들은 없으나 재미있는 설정은 있습니다. 10년 뒤 한국은 디지털 기술 쪽으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나라로, 각국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발명한 박사도 한국의 한 연구소에 스카우트되어 일하고 있으며, 한국이 혁신을 진정으로 권장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의식한 탓일까요.

또, 자신의 오랜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인지 소설 곳곳에 자신의 역작 『개미』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인용하거나 캐릭터들이 카메오처럼 등장해서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개미』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상상력을 보여줬던 소설을 기대한다면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3인류』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다른 상상력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안락함과 편리함은 사람들을 잠들게 해요. 당신들은 아쉬운 것 없이 자라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 같아요. (p.217)

버튼과 손잡이와 눈금판이 달린 기계들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나중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지죠. 손도 둔해지고 두뇌 회전도 느려져요. 손으로는 매듭을 지을 줄 모르고 눈으로는 지평선을 살필 줄 모르게 돼요. 새들의 노래를 들어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죠. 하기야 당신들이 새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늘 켜놓는 바람에 그것들의 소리와 영상이 시청각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말이에요. 당신들은 이제 사냥도 베 짜기도 할 줄 모르고, 불을 피우거나 냄새로 길을 찾거나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할 줄도 몰라요. 당신들은 생활 장애자가 되었어요. (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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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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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상위 0.1%와 나머지 99.9%의 세계!

   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중산층이 탄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 지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꾸준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성장률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시피 한데 반대로 잘 사는 사람들의 성장률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극화가 줄어들기는 커녕 가속화 될 수 밖에 없겠죠.

   흔히 '20대 80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위 20%가 가진 것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인데, 요즘도 이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한 예로 미국의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살펴보겠습니다. 2005년을 기준으로 빌 게이츠의 재산은 465억 달러, 워런 버핏은 440억 달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같은 해에 미국 전체 인구의 하위 40퍼센트에 해당하는 1억 2,000만 명의 재산 총계는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살짝 높은 950억 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2012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인 멕시코의 거물 카를로스 슬림의 경우, 재산이 69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멕시코인 40만 명의 연평균 수입을 넘어서는 금액이라고 하며 슬림의 총재산은 멕시코의 연간 국내 총생산의 6%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멕시코 어딜 가든 슬림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레스토랑에는 '이곳은 슬림이 소유하지 않은 멕시코의 유일한 레스토랑입니다'라고 적어 두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20대 80이 아니라 1대 99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들이 차마 따라갈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이 1% 속에서도 양극화가 존재합니다. 하위 0.9%에 속하는 사람들은 최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을 더더욱 따라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최상위에 있는 0.1%들을 '플루토크라트'라고 부릅니다.

 

부와 권력, 모든 것을 가졌지만 일한다! 플루토크라트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뤄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모두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합니다. 이 플루토크라트 집단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 그들이 과거 우리가 말하던 갑부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의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그들이 19세기 선조들과는 달리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지대 추구를 하는 플루토크라트들도 일을 한다. (p.79)

 

   『포브스』는 2012년 억만장자 랭킹 순위에 오른 1,226명 가운데 840명을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늘날의 플루토그라트들 중에 모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을 만큼 가난한 집안 출신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열성적인 초기 교육은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제 조건이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유한 아버지를 두고 있는 것도 아주 유익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쌓아올린 부의 대부분은 대개 그들의 활력과 지성, 그리고 많은 행운이 가져다준 열매다. 그들은 대체로 귀족적인 인물이기보다는, 부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를 창조하는데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능력자들이다. (p.82)

 

   오늘날 상위 0.1%를 차지하고 있는 플루토크라트들은 단순히 집안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부를 물려받아 그것을 흥청망청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우수한 교육을 받으며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만의 기술을 습득한 사람, 그 기술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혁신적인 무언가를 창출해 낸 사람, 그리고 또다른 무언가를 창충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를 지탱해주고 있는 더 많은 무언가를 창출해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타고 바다 건너까지 날아가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의 삶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부자들이 자신들이 물려받은 부를 누리고 사는데 바빴다면,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은 그 부를 유지하고 증대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는 이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이 과거의 부자들과는 달리 또다른 가치 창출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부자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것을 자신들만 누리려고 하는 습성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부유한 도시로 손꼽혔던 베네치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원래 베네치아는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을 가졌으나 14세기 초에 이르러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당시 베네치아의 성장을 이끌었던 슈퍼엘리트들은 부는 물론이고 권력까지 거머쥐게 되는데, 그들은 『황금의 책』이라는 베네치아 귀족 명부를 만들어 그 명부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지배 계급이 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던 부와 권력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었었던거죠.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점점 더뎌 지더니 결국은 베네치아의 영광은 몰락하게 됩니다.

   과거 베네치아가 그랬던 것처럼,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된다면 지금의 세계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일하는 부자들처럼 나머지 사람들도 열심히 일한다면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플루토크라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도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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