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달콤한 재앙
케르스틴 기어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다시 돌아가더라도 절대 변치 않을 것들!
지금 당신 곁에는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항상 당신을 위해 주고, 매사에 성실하지만 더이상 가슴 떨리는 일은 없는 그.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한 눈에 봐도 멋져서 가슴이 떨리는 그, 그런데 그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카티와 펠릭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인 펠릭스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며 카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만난지 5년쯤 되니 더이상의 떨림은 없습니다. 카티는 펠릭스를 사랑하지만, 그것은 그저 '일상' 속으로 녹아 들었습니다. 그 일상 속에는 그녀를 괴롭히는 펠릭스의 절친도 있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펠릭스의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웃어 넘기고 싶지만, 항상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란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이런 카티 앞에 한 눈에 봐도 멋져보이는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너무 멋져서 오히려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이 남자,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남자가 카티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차 한 잔 마시자고 하는데, 어떤 의도인지 뻔히 보이는데, 함께 차를 마셔도 될까요?
카티에게는 펠릭스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티아스의 제안을 잘 뿌리칩니다. 그런데 마티아스의 제안이 거듭되고, 우연이 겹칠수록 점점 더 마티아스에게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정말 달콤한 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펠릭스의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다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되자 카티도 모르게 마티아스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합니다. 마티아스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 기차역에서 카티는 그와 단 한 번의 키스를 한 뒤, 부랑자에게 떠밀려 기차가 달려오고 있는 기찻길로 떨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눈을 뜬 카티, 그런데 그녀가 눈을 뜬 때는 현재가 아니라 카티와 펠릭스가 처음 만나게 되는 5년 전입니다. 그렇습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카티는 5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 것이죠.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카티는 우연히 펠릭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반대로 마티아스를 좀 더 일찍 만나기 위해 그가 들었다는 강좌를 들으며 우연을 가장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시점으로 되돌아 간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보내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리가 없죠.
같은 맥락으로 보면, 이 소설의 결말도 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펠릭스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그를 피할려고 해도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원래 자신이 놓친 것에 더 미련을 갖게 되고 아쉬워하는게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피천득 선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만나게 될 사람은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될테니까요. 그런게 바로 '운명'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항상 우리에게 없는 것만 생각한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p.336)
『이토록 달콤한 재앙』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운명 같은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닙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고, 상상해 봤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말합니다. 절대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충실하고 사랑하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