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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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상위 0.1%와 나머지 99.9%의 세계!

   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중산층이 탄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 지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꾸준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성장률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시피 한데 반대로 잘 사는 사람들의 성장률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극화가 줄어들기는 커녕 가속화 될 수 밖에 없겠죠.

   흔히 '20대 80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위 20%가 가진 것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인데, 요즘도 이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한 예로 미국의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살펴보겠습니다. 2005년을 기준으로 빌 게이츠의 재산은 465억 달러, 워런 버핏은 440억 달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같은 해에 미국 전체 인구의 하위 40퍼센트에 해당하는 1억 2,000만 명의 재산 총계는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살짝 높은 950억 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2012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인 멕시코의 거물 카를로스 슬림의 경우, 재산이 69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멕시코인 40만 명의 연평균 수입을 넘어서는 금액이라고 하며 슬림의 총재산은 멕시코의 연간 국내 총생산의 6%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멕시코 어딜 가든 슬림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레스토랑에는 '이곳은 슬림이 소유하지 않은 멕시코의 유일한 레스토랑입니다'라고 적어 두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20대 80이 아니라 1대 99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들이 차마 따라갈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이 1% 속에서도 양극화가 존재합니다. 하위 0.9%에 속하는 사람들은 최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을 더더욱 따라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최상위에 있는 0.1%들을 '플루토크라트'라고 부릅니다.

 

부와 권력, 모든 것을 가졌지만 일한다! 플루토크라트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뤄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모두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합니다. 이 플루토크라트 집단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 그들이 과거 우리가 말하던 갑부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의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그들이 19세기 선조들과는 달리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지대 추구를 하는 플루토크라트들도 일을 한다. (p.79)

 

   『포브스』는 2012년 억만장자 랭킹 순위에 오른 1,226명 가운데 840명을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늘날의 플루토그라트들 중에 모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을 만큼 가난한 집안 출신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열성적인 초기 교육은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제 조건이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유한 아버지를 두고 있는 것도 아주 유익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쌓아올린 부의 대부분은 대개 그들의 활력과 지성, 그리고 많은 행운이 가져다준 열매다. 그들은 대체로 귀족적인 인물이기보다는, 부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를 창조하는데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능력자들이다. (p.82)

 

   오늘날 상위 0.1%를 차지하고 있는 플루토크라트들은 단순히 집안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부를 물려받아 그것을 흥청망청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우수한 교육을 받으며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만의 기술을 습득한 사람, 그 기술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혁신적인 무언가를 창출해 낸 사람, 그리고 또다른 무언가를 창충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를 지탱해주고 있는 더 많은 무언가를 창출해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타고 바다 건너까지 날아가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의 삶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부자들이 자신들이 물려받은 부를 누리고 사는데 바빴다면,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은 그 부를 유지하고 증대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는 이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날 플루토크라트들이 과거의 부자들과는 달리 또다른 가치 창출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부자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것을 자신들만 누리려고 하는 습성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부유한 도시로 손꼽혔던 베네치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원래 베네치아는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을 가졌으나 14세기 초에 이르러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당시 베네치아의 성장을 이끌었던 슈퍼엘리트들은 부는 물론이고 권력까지 거머쥐게 되는데, 그들은 『황금의 책』이라는 베네치아 귀족 명부를 만들어 그 명부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지배 계급이 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던 부와 권력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었었던거죠.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점점 더뎌 지더니 결국은 베네치아의 영광은 몰락하게 됩니다.

   과거 베네치아가 그랬던 것처럼,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된다면 지금의 세계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일하는 부자들처럼 나머지 사람들도 열심히 일한다면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플루토크라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도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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