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 클림트 황금빛 비밀
강남욱.윤영현 엮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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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클림트를 알고 싶다면,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라!
   2009년 2월 2일부터 5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로 클림트展이 열리고 있다. 『클림트 황금빛 비밀』은 이 전시의 도록으로, 클림트의 작품과 함께 클림트 전문가들이 쓴 에세이가 실려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의 그림은 화려한 황금빛과 독특한 패턴이 특징이다. <키스>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클림트의 <키스>를 만날 수 없다. 워낙 국보급 작품이기 때문에 해외 반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도록에는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유디트 1> 등 총 27장의 페인팅 작품과 함께 63장의 습작 작품이 실려 있다. 전시회를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습작들이 많아서 아쉽다고 했지만, 이 습작들은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 화가였는지를 보여준다. 또 그는 기본에 충실한 작가였다. 초창기 그가 그린 습작과 초상화를 보면 사진처럼 묘사가 섬세하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드로잉을 모든 예술의 기본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클림트의 화풍은 이런 기초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클림트의 작품 중 1/4이 풍경화라는 것이다. 혹시 클림트의 풍경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웬만큼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 도록에 실린 몇 점의 풍경화를 보면 화려한 '황금빛'보다는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른빛'이 먼저 들어온다. 특히 풍경화에서는 인상파 화가로서의 클림트의 화풍이 두드러진다.  

 "나는 모티브로서의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관심이 있으며 색다른 자연 현상에 보다 많은 흥미를 느낀다 (중략) 만일 화가로서의 나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p43)


   클림트는 단 한 점의 자화상도 그리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삶과 사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추측으로만 남아있는 것도 많다. 클림트를 알고 싶다면,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라!

09-59. 『클림트 황금빛 비밀 : 2009 구스타브 클림트 한국전시』2009/05/1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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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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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독특하고 믿을 수 없게 기발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
   조너선 사프란 포어, 그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통해서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들 가운데 유독 낯선 외국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독특한 책 제목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우리에게는 두번째로 소개된 소설이지만 실제로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그가 대학 2학년 때 2차 세계 대전 당시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로부터 구해준 한 여성을 찾기 위해 떠난 우크라이나 여행 과정을 소설로 쓴 것이다. 
   이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알렉스가 서툰 영어로 쓴 그들의 여행기이고, 또 하나는 미국에 있는 조너선에게 알렉스가 보낸 편지다. 마지막 하나는 할아버지의 과거를 꾸며낸 조너선의 소설이다. 

선택권이 없을 때 행한 죄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소설 속에는 작가와 동명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작가처럼 소설 속 조너선 또한 유대인인 할아버지를 구해준 한 여성을 찾기 위해 빛바랜 사진 한장을 들고 미국에서 우크라이나로 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알렉스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조너선의 여행에 통역가와 운전사로 동행한다.
   할아버지를 구해준 여성의 이름은 오거스틴, 그들이 살았던 곳은 트라킴 브로드. 그러나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의 지도상에서는 사라진 곳이며, 오거스틴이 유일한 생존자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지도를 바탕으로 찾아간 곳에서 그들은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만난 할머니는 조너선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할머니가 건네 준 사진 한 장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알렉스 할아버지가 살고 있던 마을에도 독일군이 쳐들어 왔다. 그들은 유대인을 추려내기 위해 잔인한 방법을 선택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유대인을 한 사람씩 지목하게 한 것이다. 당시 알렉스 할아버지에게는 절친한 유대인 친구가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그 친구를 지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렉스 할아버지가 지목할 차례가 됐을 때, 그 친구를 제외한 모든 유대인들이 이미 지목을 당한 상태였다. 아내와 아들이 있었던 알렉스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알렉스 할아버지는 평생을 그 죄책감으로 살아야 했다. 얼마전 화제가 됐던 소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속 한나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에요. 나쁜 시대에 살았던 좋은 분이죠."(p218) 다행스럽게도 알렉스는 할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했다. 
   그들과 반대 입장에 있는 조너선은 알렉스 할아버지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에게 실제로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다면, 얼마만큼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을까?"(p249) 그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죄는 면제받을 수 없다는 것일까.
   비록 그의 죄가 면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알렉스 할아버지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항상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p406) 그가 손자에게 들려줬던 말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분명 손자에게 들려주기에는 부끄러운 진실이었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진실 앞에 용기있게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작가는 그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모든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난 소설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우리 진실을 놓고 너무 유랑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둘 다 말예요. 일어났던 일에 관해 쓰면서 이래도 좋다고 생각해요? 만일 당신 대답이 '아니요'라면, 왜 당신은 트라킴브로드와 당신 할아버지에 대해 그런 식으로 쓰고, 왜 나한테 사실과 다르게 말하라고 명령하나요? 당신 대답이 '예'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가 진실에 대해 이렇게 유목민이 될 수 있다면, 왜 이야기를 실제 삶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지 않는 거죠? (p270)


09-58. 『모든 것이 밝혀졌다』2009/05/1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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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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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음 가는 대로' 읽었을 뿐이고!
   오래전 편지 형식을 빌린 소설을 읽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말만 편지 형식이지 글을 읽고 있다보면 여느 소설과 다름이 없었다. 편지라면 분명 1인칭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그 소설은 시점이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편지 형식을 빌린 소설이라면 일단 멀리했다. 또 하나 멀리하는 것은 '삶의 성찰' 어쩌구, '치유' 저쩌구 하는 내용의 책들이다. 과연 책 한권으로 누군가의 삶을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에 따라 그런 것이 가능한 작품들도 있지만, 책을 소개하면서 그런 멘트를 날리는 것은 너무 자신감에 찬 것이 아닐까.
   즉, 형식과 내용 면에서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 가는 대로』는 결코 내 취향의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읽었을 뿐인데, 다행히 예상 외의 재미를 맛봤다. 

자신의 상처를 가늠하고, 보듬어 보라!
   여든살의 한 할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하나뿐인 손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두달 전 자신과 다툰 후 훌쩍 떠나버린 손녀가 마음에 걸렸다. 할머니가 아프다는 전화 한 통화면 금새 달려올 손녀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녀에게 어떤 이야기도 없이 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나온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미처 손녀에게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썼다. 그것은 할머니 자신의 이야기이자 딸의 이야기였고, 또 그 딸의 딸 이야기였다. 여성 3대가 나란히 등장하는 이야기여서 행복한 이야기겠거니 여겼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한 순간은 극히 짧았다. 손녀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교통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행복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번도 온전한 가정을 가지지 못했고, 온전한 사랑을 하지 못했다. 세 여성이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상처'뿐이었다. 할머니는 혼자 남게 될 어린 손녀가 더이상 상처 받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고백하며 진심으로 편지를 썼다.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아무 길이나 들어서진 마. 내가 세상에 나오던 날 그랬듯이, 자신있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잠시 기다려 보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네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나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p225~226)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은 흔하다. 그 내용 또한 상투적이라서 굳이 그 소설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음 가는 대로』는 다르다. 제목은 여느 소설처럼 상투적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수산나 타마로를 키워준 친할머니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일까. 억지스러운 '치유의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할머니와 다른 이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스스로 '상처'의 깊이를 가늠해 보고 보듬어 볼 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상투적인 홍보 문구는 이제 그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불안한 세상, 희망을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라든가, '2천만 여성 독자를 울린 감동의 초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와 공지영이 인용, 추천한 바로 그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다.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되는데 홍보 문구는 지극히 부자연스럽다. 오히려 홍보 문구 때문에 작품에 대한 관심이 반감될지도 모를 일이다.

09-57. 『마음 가는 대로』2009/05/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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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풍경 1 -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서정적 풍경 1
복거일 지음, 조이스 진 그림 / 북마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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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복거일이 글로 그려낸 서정적 풍경
   그동안의 이력 때문일까? 복거일이 시와 그림이 담긴 에세이집을 펴냈다고 했을 때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비명을 찾아서』로 대체역사 장르를 개척하고,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는 그는 사실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1983년 김춘수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시를 멀리하고 있고, 시인보다는 사회논객으로서 그를 먼저 떠올리고 있다. 그는 "우리 일상에서 시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는 추세는 안타깝지만, 시와 산문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도 아쉽다"(P6)며 에세이집을 펴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복거일과 시도 낯설지만,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이라는 제목 또한 낯설다. 피에르 보나르는 프랑스의 화가로,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다. 복거일의 딸 조이스 진은 아버지의 글과 어울리는 그림들을 보나르 풍의 유화로 그려냈다. 아버지는 글을 쓰고 딸은 그림을 그리고. 이 자체가 '서정적 풍경'이 아닐까. 
   덕분에 제목도 길어졌다. 단순히 삽화라고 하기에는 아까울만큼 정성스럽게 그린 딸의 그림이 아닌가. 제목조차 붙지 않은 삽화들이지만 한번쯤 언급을 해줘야 그림을 그려준 딸도 섭섭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는 이 에세이집을 통해 시를 이야기하고, 일상과 풍경을 노래한다. 때론 시를 향한 시인의 촉촉한 애정이 묻어나기도 하고, 또 때론 평론가의 날카로운 입담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비록 '서정적 풍경'과는 거리가 먼 입담이지만, 이따끔 튀어나오는 날카로움 때문에 오히려 읽는 재미는 배가 된다.

  우리 문단의 주류가 사회주의 문학을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의 공식 문학 이론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잘 드러내듯, 사회주의 문학 이론을 따르는 사람들은 문학이 사회주의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록집》에 실린 시들은 그런 문학과 가장 거리가 먼 문학이다. 문단이 외면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중략…)
  반세기 넘게 지난 지금,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해서 제작된 그 많은 시들 가운데 기억되는 것들은 거의 없다. 80년대와 90년대에 '다식판에 찍어내듯' 나온 그 많은 사회주의 시들이 이제 대부분 잊혔듯이. (p40~41)

   복거일은 게으른 독자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조이스 진이 그린 보나르 풍의 그림이 어떤 그림이 궁금해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을 찾아보게도 만들고, 짧게 맛만 보여 준 시를 완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 읽게도 한다. 아직 시가 낯선 사람이라면 이런 에세이를 통해 친해져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09-56.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2009/05/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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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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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힘을 주는 것은 카메라와 장비가 아니다!
   이젠 '똑딱이'만큼 'DSLR' 카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꽤 많은 장비들을 챙겨서 다닌다. 3년전부터 DSLR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내 장비는 번들렌즈 하나뿐이다. 처음에는 익숙해지면 사려고 했는데, 익숙해진 지금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렌즈에 대한 욕심이 가끔씩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렌즈들이 필요할 때는 일년에 한 두번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점만 넘기면 이내 사그라든다. 또 DSLR을 갖기 전에는 똑딱이로도 멋진 사진들을 찍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카메라의 미덕은 '휴대성'이다. 일반적인 사진은 가만히 앉아서 찍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찍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와 장비가 있어도 가지고 다니며 찍기 힘들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카메라를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하루종일 들고 다녀도 팔이 아프지 않을만큼 가벼운 카메라였다. 물론 묵직한 카메라들보다는 모양이 빠질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진이니까. 자꾸 찍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는게 사진이니까. 묵직한 카메라와 장비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며,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만족한다.

사진에 힘을 주려면 스킬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라!

"이 책엔 사진을 한 장도 실지 않았다. 사진기술서와 이론서를 보면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목적의 자료사진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모델이나 멋진 풍경을 찍은 것이 많은데 그런 대상은 누가 찍어도 멋지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상황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를 자주 보았다. 그래서 이 책엔 그림으로 대신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목적이며 더 재미있고 쉽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책을 내면서 中)

   얼마전부터 곽윤섭 기자의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고 있던 참에, 반갑게도 그의 책을 만났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는 사진 책이지만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사진 대신 짧은 설명과 그림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디테일한 스킬은 없지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세와 핵심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것이다. 기본이 안 갖춰져 있는데 스킬만 익히면 무엇하랴. 또 스킬만 가득한 책들은 따라하다가 지겨워지기 십상인데, 핵심만 짚어주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펼쳐볼 수 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사진에 대해 앞서 언급했던 나의 생각과 그의 생각이 같다는 것이다. 적어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이, 게다가 전문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적어도 기본에 있어서는 하산해도 되겠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99센트 Ⅱ 딥디콘, 2001, 독일]     

   부지런해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듯이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몇몇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진 대신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진이 궁금하다면 찾아볼 수 밖에. 위 사진은 독일 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찍은 사진으로 2007년 소더비 경매에서 334만 달러에 팔린 '가장 비싼 사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천냥샵을 찍은 사진인데, 다채로운 색상과 가지런함 덕분에 사진이라고 하지 않으면 믿지 못할 정도다.
   그는 사진 잘 찍는 팁을 알려 주는 많은 사이트 중에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진마을(http://photovil.hani.co.kr)이 아닌 코닥사(www.kodak.com)를 추천하고 있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부지런해져 보라!  

09-53.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2009/05/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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