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풍경 1 -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서정적 풍경 1
복거일 지음, 조이스 진 그림 / 북마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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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복거일이 글로 그려낸 서정적 풍경
   그동안의 이력 때문일까? 복거일이 시와 그림이 담긴 에세이집을 펴냈다고 했을 때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비명을 찾아서』로 대체역사 장르를 개척하고,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는 그는 사실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1983년 김춘수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시를 멀리하고 있고, 시인보다는 사회논객으로서 그를 먼저 떠올리고 있다. 그는 "우리 일상에서 시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는 추세는 안타깝지만, 시와 산문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도 아쉽다"(P6)며 에세이집을 펴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복거일과 시도 낯설지만,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이라는 제목 또한 낯설다. 피에르 보나르는 프랑스의 화가로,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다. 복거일의 딸 조이스 진은 아버지의 글과 어울리는 그림들을 보나르 풍의 유화로 그려냈다. 아버지는 글을 쓰고 딸은 그림을 그리고. 이 자체가 '서정적 풍경'이 아닐까. 
   덕분에 제목도 길어졌다. 단순히 삽화라고 하기에는 아까울만큼 정성스럽게 그린 딸의 그림이 아닌가. 제목조차 붙지 않은 삽화들이지만 한번쯤 언급을 해줘야 그림을 그려준 딸도 섭섭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는 이 에세이집을 통해 시를 이야기하고, 일상과 풍경을 노래한다. 때론 시를 향한 시인의 촉촉한 애정이 묻어나기도 하고, 또 때론 평론가의 날카로운 입담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비록 '서정적 풍경'과는 거리가 먼 입담이지만, 이따끔 튀어나오는 날카로움 때문에 오히려 읽는 재미는 배가 된다.

  우리 문단의 주류가 사회주의 문학을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의 공식 문학 이론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잘 드러내듯, 사회주의 문학 이론을 따르는 사람들은 문학이 사회주의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록집》에 실린 시들은 그런 문학과 가장 거리가 먼 문학이다. 문단이 외면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중략…)
  반세기 넘게 지난 지금,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해서 제작된 그 많은 시들 가운데 기억되는 것들은 거의 없다. 80년대와 90년대에 '다식판에 찍어내듯' 나온 그 많은 사회주의 시들이 이제 대부분 잊혔듯이. (p40~41)

   복거일은 게으른 독자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조이스 진이 그린 보나르 풍의 그림이 어떤 그림이 궁금해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을 찾아보게도 만들고, 짧게 맛만 보여 준 시를 완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 읽게도 한다. 아직 시가 낯선 사람이라면 이런 에세이를 통해 친해져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09-56.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2009/05/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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