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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내 꿈아
박문성 지음 / 여우볕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재능은 과신 말고, 자신의 노력은 신뢰해야 한다!
학창시절, 내게는 뚜렷한 꿈이 없었다. 여느 아이들이 그러듯이 그때 그때 좋아보이는 것이 내 꿈이 됐다. 뚜렷한 꿈이 없었다는 것은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오랜 시간을 목표없이 방황하다가 대학교 졸업반이 돼서야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축구 전문기자. 아주 어릴적부터 축구가 좋아 쫓아다녔고, 내 전공은 신문방송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배우고 있는 것을 짜맞춘 꿈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 꿈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열심히 축구장을 쫓아다니고 있다는 것뿐.
졸업 후 몇 년이 지났고, 한참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축구 전문기자를 해보지 않겠냐는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이미 그 꿈을 잊어버린지는 오래였고, 일 때문에 오랫동안 축구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이제서야 내 삶의 물꼬가 트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축구 전문기자로 합류했다. 마감을 넘기고 내가 만든 잡지가 나오자마자였다. 당연히 그동안의 공백을 메울 준비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축구장 한번 가보지 않은 기자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않냐는 말도 힘이 되지 않았고, 나보다 축구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없어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3월이라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1주일 내내 서 있었으니 몸이 먼저 무너질 수 밖에.
그렇게 나는 스스로 내 꿈에게 안녕을 고했다. 뚜렷하게 목표 한번 세운적 없었고, 그래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내 다른 길을 택한 나는 내 꿈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그것을 움켜 잡을 수가 없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러나 후회를 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좋아서 쫓아다녔을 뿐 그것을 위해 들인 노력은 없으니까.
꿈은 선명한 목표의식이다. 또 꿈은 목적지를 표시하는 좌표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선 반드시 좌표가 필요하다. 꿈이 없다는 건 목적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 삶의 여정, 그 출발은 바로 꿈이다. (p.16)
미리 한계를 긋지 마라! 그 무엇도 틀에 가둘 순 없다!
박문성, 축구 중계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다. 축구해설가 하면 보통은 은퇴한 감독이나 선수, 나이든 해설가가 맡기 마련인데 그는 젊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축구매거진인 베스트일레븐에서 글을 쓰는 기자였다. 그런 그에게 축구해설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는 기자였다. 당연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축구해설가를 해낼 수 있을만큼 충분한 준비가 돼 있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었다. 덕분에 축구 전문기자로, 칼럼리스트로, 축구해설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축구 팬에서 축구 전문기자로, 또 축구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참 운좋은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랑한다 내 꿈아』에는 자신의 꿈을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담겨 있다. 또 그의 꿈만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다. 특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던 선수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비록 그것이 흔해빠진 감동 스토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불안은 조급함을 낳는다. 서두르면 미래를 차분히 그릴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곤 한다. 우리가 불안하고 조급한 건 이성이 아닌 마음이 이미 그렇게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미치도록 바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일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일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도전과 쉼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더 큰 아름다운 도전을 위한 삶의 지혜인지 모른다. 분주함과 초조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한발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는 느림이 소중한 오늘이다. (p.237)
그와 나를 비교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둘 다 같은 것을 좋아했고 같은 꿈을 꿨다. 그리고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뤘고, 나는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꿈과 자신을 믿으며 끊임없이 준비했지만, 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하며 이내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꿈이 없는 시대라고 했다.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그러나 꿈조차 꾸지 못한다면 더이상의 희망은 없다. 꿈조차 제대로 갖지 못해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09-89. 『사랑한다 내 꿈아』 2009/07/05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