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스캔들 - 불꽃 같은 삶, 불멸의 작품
서수경 지음 / 인서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장에 꽂혀있던 『율리시스』를 꺼내어 읽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무인도에 딱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가져 가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종종 받게 됩니다. 정말 식상한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답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고 답합니다. 만약 딱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을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대답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바뀝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항상 완독하기 위해 도전하지만 아직까지 완독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머리가 텅텅 빈 금발의 미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마릴린 먼로는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녀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역할을 맡아 보고 싶다'고 얘기하면 기자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스펠링은 아느냐?'고 되묻을 정도로 '백치 금발 미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런 그녀가 어렵기로 소문난 『율리시스』를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이는 『율리시스』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율리시스』를 읽으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모험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라.(p.209)

   『율리시스』는 "다 읽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은 소설, 읽는 내내 계속 읽을 것인지를 갈등하게 하는 소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쓰인 소설, 심지어는 『율리시스』가 만들어 낸 문학박사가 『율리시스』를 읽은 독자들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p.209)로 접근하기 어려운 소설입니다.
   20세기가 끝나가던 해인 1999년, 영국과 미국의 평론가들에게 '영어로 쓰인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생전에는 외설 시비 등에 휘말려 33년 동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고, 출간해주겠다고 나서는 출판사나 인쇄업자가 없어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작은 서점을 통해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방법으로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율리시스』는 "1904년 6월 16일 단 하루 동안 벌어진 평범한 광고회사 외판원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레오폴드 블룸의 일상 속 의식의 방황을 오디세우스의 모험에 상응하게 그려"(p.215) 낸 것으로 "장장 25만 개의 단어, 10개국의 언어가 동원되며 고어, 폐어, 속어, 비어, 은어 등 다채로운 어휘가 등장"(p.216)합니다. 제임스 조이스 조차 『율리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 때문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p.210)

   작가 스스로도 인정할만큼 난해한 『율리시스』를 『영문학 스캔들』은 그와 얽힌 다양한 일화를 들려주며 다시 한번 완독에 도전하게끔 만듭니다.

   영문학은 우리들 모두 한 번쯤은 접해 본 외국 문학 중에서 가장 친근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 바이런, 예이츠 등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흥미와 호기심도 생기고 작가, 작품들에 대한 기초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쓰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각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새롭게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독자들도 읽는 즐거움과 문학적인 향취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책 속에 되도록 많이 인용하고자 했다. (p.8)

   매력적인 외모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 평생 사랑에 대한 수많은 아름다운 시를 남겼지만 그 자신은 사랑에 실패해 평생 독신으로 늙어 죽어갔던 예이츠, 죽음 후에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가족사를 가진 유진 오닐,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며 작가로서의 최고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 어릴적 받은 성적 학대의 기억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도 돌을 품에 안고 강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버지니아 울프까지, 『영문학 스캔들』에는 영문학사에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을 올린 25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지루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작품들도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고나면 다시 읽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비록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숨겨져 있었지만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작품들. 그 작품들이 고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그 작품들을 고전의 반열에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오랫동안 책장 속에 꽂혀 있던 빛바랜 작품들을 다시 꺼내어 읽고 싶어질 것입니다!

   정말 훌륭한 작가들 중에는 치열하고 남다른 인생을 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생을 산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생을 희생해서 예술을 얻었는지, 아니면 보통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치열하고 날카로운 삶의 고통이 있어야만 비로소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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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5-03-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두도 못낼 책입니다만.

뒷북소녀 2015-03-24 11:28   좋아요 0 | URL
몇 번이나 읽다가 실패해서 이번에 다시 도전해 볼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