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스타일이다
전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싱글만 스타일인가?

최근 일,이년 사이에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여자 친구들을 세 부류로 나눠 볼 수 있게 되었다.

첫번째는 일찌감치 결혼해서 착실하게 살고 있는 그녀들, 그러나 그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두번째는 사귀는 사람이 없으면 못 견딜 정도로 끊이없이 남자를 만나는 그녀들, 보통은 100일을 넘기기가 힘들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저 빈 자리가 있는게 싫어서였을까. 아님 이 나이가 되면 갓 스물살이 되었을 때처럼 가슴 설레도록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호감만 가면 되는 것일까. 세번째는 이 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그녀들이다. 분명 주변에는 많은 남자들이 포진되어 있고, 새로운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팅'자 돌림의 것들을 시도하지만 성공 확률은 제로.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울려주는 내 휴대전화와 술타령. 그렇다고 그녀들이 애인보다는 친구로 지내는게 더 좋을 정도로 좋은 성격의 소유자들도 아니다.

아직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들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화려한 싱글'이라 못 박을 수 있는 부류들은 없다. 게다가 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있는 부류도 없다. 너무나도 달라보이지만, 내 주변에 존재하는 이 세 부류의 그녀들은 공통점을 한가지 가지고 있다. 만나기만 하면 나오는 이야기는 오직 '남자' 이야기뿐. 첫인사는 무조건 '남자 친구 생겼니?'. 세상에 할 이야기가 그렇게 없을까. 정말 그녀들은 '남자' 빼면 시체일까.  

사실 나는 '남자'라는 것에 있어서 거의 무념무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남자들을 만나서 통달한 경지는 절대 아니다. 나도 한때는 가슴 속에 반짝 반짝 빛나는 누군가를 품고 있었던 때가 있었지만, 나이 탓일까. 지금은 어느 누가 옆구리를 콕콕 찔러도 무반응 상태, 그래서 무념무상의 경지이다. 그녀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덕분에 '남자'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녀들을 만나면 반가움보다는 스트레스가 쌓일 정도이다. 아무리 자리를 박차고 다른 소재로 대화를 이끌어 보지만 남자들은 왜 항상 삼천포에 있는 것인지. 게다가 천성적으로 수다스러움을 싫어한다. 남자든 여자든 말 많은 사람은 딱 질색이다. 그런 이유들로 그녀들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고, 아무 이유없이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함께 해야한다는 것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의 그들도 멀리하게 되었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그 '처음'의 벽만 넘는다면, 얼마든지 혼자서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며, 조용한 커피숍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혼자놀기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는 혼자 밥 먹기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 경지에 오르는 날이 내가 진정한 '싱글'이 되는 날이 되겠지.

『싱글은 스타일이다』의 글과 그림을 그린 작가 전지영은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싱글'이다. 그녀도 나처럼 혼자가 편했나보다. 남자나 결혼에 대한 이렇다할 고민없이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작가에게 다소 미안하지만, 아직 그 나이가 되도록 경제적인 개념이 없이 그저 비싼 화장품을 사고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며 명품 구두를 모으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한때 논란이 되었던 '된장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신의 화장대며 옷장이며 신발장을 모두 공개했을텐데, 그런 그녀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저렇게 '화려한 싱글'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 스스로도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책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이질감 같은 것이 들었다.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스타일이라는 것은 각자가 내면 깊숙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취향이다. 따라서 싱글이든 더블이든 누군가의 스타일이 될 수 있다. 물론 '화려하다', '초라하다'의 수식어도 어느 곳이든 붙을 수 있다. 스타일은 자신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고유의 것이다. 나는 혹은 당신은 어떤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가.

 

2007/09/3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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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10-2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 좋은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