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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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리더들의 처세술서인가? 인문 교양도서인가?

출간된 지 5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필독서로 읽히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 『군주론』. 아마도 『군주론』만큼 양극단을 오가는 평을 받고 있는 책도 드물 것이다. 처음 출간됐을 때는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올랐다가 지금은 하버드 대학의 필독서 목록에 올라있는 이유를 알려면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썼던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된 한 국가가 아닌 크고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있던 상태였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침략, 약탈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렌체는 오랫동안 메디치 가문이 통치하다가 공화정으로 바뀌었고, 마키아벨리는 이 피렌체 공화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다시 메디치 가문이 정권을 잡게 되자 마키아벨리는 관직에서 해임되고, 정권에 대항하는 음모에 연루되어 감옥까지 가게 된다. 이후 교황의 사면으로 석방된 마키아벨리는, 1513년 『군주론』을 완성한다. 마키아벨리는 공직에 복귀하기 위해 『군주론』을 메디치 가의 '위대한 자' 로렌초에게 헌정한다.

『군주론』에는 군주국을 얻는 방법과 통치하는 방법,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피해야 할 덕목이 담겨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는 시민들에게 인색하고, 시민들이 두려움을 느껴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신의를 저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는 군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군주가 베푸는 것은 시민들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너그럽다는 평을 받고 싶어서 막 퍼주다 보면, 언젠가는 곳간이 비어 세금을 더 거두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미움을 받게 된다. 시민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자기 주머니의 돈이 사라진 걸 더 슬퍼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악덕 없이 나라를 구하기 어렵다면, 악덕을 행함으로써 오명을 무릅쓰는 일이 있더라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112쪽) "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129쪽)

이것은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마키아벨리즘'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마키아벨리가 비난받아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군주가 나라를 얻고 유지하면, 그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롭다는 평가를 받고, 그는 모두에게 칭찬을 듣습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129쪽

마키아벨리는 국가나 민중을 걱정하는 하는 마음 대신 오직 자신의 공직 복귀만을 위해서 『군주론』을 썼을까? 그는 정말 정치적 기회주의자였을까? 단순히 그런 마음만으로 『군주론』을 썼다면 지금의 필독서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전쟁을 끊고 크고 작은 나라를 하나로 통일시켜줄 강력한 군주가 필요했고, 마키아벨리는 당시 통치자가 그것을 해주길 원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메디치 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마키아벨리가 비난받고 있는 부분은 '마키아벨리즘' 하나만이 아니다. 새로운 번역 덕분인지 쉽게 읽혀서 고전 중의 고전을 완독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군주론』을 읽으면서 꽤 여러 곳에서 불편함도 함께 느꼈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 탓일 수도 있는데, 특히 시민이나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랬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시민들도 그렇게 단순하고 어리석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여성과 관련된 문장은 이런 것이 있다. 물론 행운을 뜻하는 'fortuna'가 여성명사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행운은 여자라서 그녀를 지배하고 싶다면 때리고 세게 부딪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녀는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충동적인 사람에게 더욱 쉽게 복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행운은 여자이기에 언제나 젊은이들에게 우호적인데, 젊은이들은 덜 조심스럽고, 더 난폭하며, 더 대담한 자세로 그녀에게 명령하기 때문입니다. 172쪽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군주상을 고민해 보는 시간!

곧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꼽은 이상적인 군주상 가운데 가장 눈여겨본 덕목은 '인색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나 또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납세자 중 한 명이니까. 그리고 만약 『군주론』을 인생 책으로 꼽는 후보자가 있다면 뽑아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 비록 이 책은 내 돈으로 사지 않은 협찬 받은 도서지만, 책값을 보고 놀랬다. 이렇게 착한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책을 만들다니.

응원하고 싶어지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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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군주론은 망상가의
일 마니피코에게 취업을 위한
자소서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
니다.

당시 춘추전국 같은 이탈리아
의 상황을 볼 때, 전무후무한
영웅이 등장해서 무력을 동원
하지 않았다면 통일은 불가능
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리 같은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주변에 있는 상황도
이탈리아 통일을 방해하는
요인이었습니다.

뒷북소녀 2021-08-10 14:45   좋아요 0 | URL
<로마제국 쇠망사> 읽으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그리고 왕까지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는데요.
(물론 우리 역사도 크게 다른 건 없었지만요.)

자소서라니! 저는 이 말이 가장 와닿는 것 같아요.
역시 탁월한 단어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