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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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최근 환경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렇다고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유난히도 더운 계절이 찾아오거나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마주하게 되면 한번쯤 기후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버릴 것 같은 물건은 사지 않고(예를들면, 시즌마다 출시되는 텀블러 같은 것들), 가능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음식을 먹을만큼만 주문하거나 깨끗하게 비우기(아예 안 먹을 음식들은 안주셔도 된다고 말하기), 이렇게 관련 책들이 서점 진열대에 올라오면 사서 읽는 정도. 나의 노력은 딱 그 정도다.(이것을 '노력'이라고 말하는 나에게 작가는 '주먹'을 날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은 다른 행동으로는 태양전지판 설치,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지역 특산물 먹기, 비료 만들기, 찬물로 옷 빨고 자연 건조하기, 포장 줄이기, 유기농 음식 사기, 하이브리드 차로 바꾸기 등이 있다.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이런 노력들만 하는 사람들은 주먹을 날리고 싶은 대상에 '주먹'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비행기들이 전쟁이 벌어지는 유럽 땅 근처에도 가 보지 않고서 중서부 하늘만 순찰했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75쪽


식단을 바꾸면 이산화탄소 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환경 에세이 두 권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읽다가 그만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우리가 날씨다』를 먼저 완독하게 됐다.(『우리가 날씨다』가 더 읽기 편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읽다보니 두 책의 경계가 희미해져버렸다. 실제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같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우리가 먹는 것을 바꿔서 기후 변화를 늦춰보자는 이야기였고, 『우리가 날씨다』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지금 당장 실천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침 점심으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면 세 끼 모두 채식으로 하는 식단의 평균보다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더 줄일 수 있다" (121쪽)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도 함께 지적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별 도움이 안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기후 환경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분에 빠지는 것(예를들면, 전기자동차를 타면서 환경보호를 위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편하려고 일회용 캡슐을 사용하면서 분리배출에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것 등). 이 책 혹은 과학자들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이라며 수용하면서 지금 당장 무언가 할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 우리 주변에는 이 두 가지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물론 나부터가 그렇고.(이렇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전기차로 화제를 돌려 볼까. 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이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점도 다시 따져 봐야 해. 중국에서는 전기의 47퍼센트를 석탄으로 만들어. 전기차로 바꾼다면 기후변화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거야.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기존 차량의 두 배나 된다는 점은 어떻게 생각해야 해? 그리고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희귀한 광물 채굴이나, 땅에서 뽑아낸 것의 0.2퍼센트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나머지 99.8퍼센트(이제는 유독성 물질이 된)는 고스란히 오염 물질로 만들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식의 환경 피해들은 또 어떻고?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 이상으로 아는 척을 하면 위허맿. 하지만 덜 아는 척하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지. 203~204쪽

트럼프의 말보다 훨씬 더 치명적으로 과학을 부정하는 말이 있다. 바로 수용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더 분개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가 저항해야 할 상대는 바로 우리이다. 내가 내 자식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장본이다. 146쪽

그러고 있을 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을 동안─여러분이 생각할 동안, 우리가 생각할 동안─우리가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에 따라 세상이 생겨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82쪽

동물성 식품 소비를 확실히 줄이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가 없다. 86쪽


우리가 이렇게 뭉그적거리고 있을 때도, 이 세상은 조금씩 아니 빠르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관심을 갖고 뭔가를 하고, 뭔가를 느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단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60쪽)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탈것 대신 걸어다니라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끼만 먹는 다이어트도 하는데, 아침 점심으로 먹는 고기 양을 줄이는 것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동물성 식품 소비와 기후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와 『우리가 날씨다』에서 공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지구를 구하기에 충분치 않겠지만,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 없다. 118쪽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일어나든가 일어나지 않든가 해야 한다. 둘 중 하나다. 파도에 올라타든가, 빠져죽을 것이다. 우리의 불가지론을 극복하고,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후손들이 우리를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우리가 불을 끌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터를 물려주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뭐라 말할 것인가? 251쪽

작가는 십 대 때 나치를 피해 도망친 할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끝을 맺는다. 아무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할머니는 "뭔가 해야 해요!"를 외치며 마을을 도망쳤고, 결국 살아남았다. 할머니는 자기 자신만 구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결국 작가까지 구해낸 것이다. 그때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 역시 뭔가(이렇게 글을 써서 알리는 것)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세 번째 환경 에세이를 낼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일종의 자살로 본다면, 우리의 자살은 그로 인해 죽게 될 사람들이 아마도 우리가 아닐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소름끼친다. 이미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기후변화로 미래에 죽게 될 인구는 아이티나 짐바브웨, 피지,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처럼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을 만들어 내는 지역에 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로 죽었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죽을 것이다. 지략이 아닌, 자원이 부족해서. 222쪽

화석연료의 한도를 정하여 기후변화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재생 에너지 기반 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53조 달러의 비용에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이와 달리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서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 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인 것 같습니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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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2-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보니, 우리가 즐기는 뜨건 물
샤워도 또한 지구별에 해로운 일이
라고 하더라구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분더킨트는 오래
전 타령이고 질소포장된 작가라는 점
에 동의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