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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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이 가졌으면 하는 것에 대하여!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이 책의 힘(?)이 궁금했습니다. 제목이 공감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우울해도 맛있는게 생각났던 적이 있으니까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저자의 정신과 내원기록을 담은 것입니다. 의사의 동의를 얻어 치료과정을 녹취했고, 그것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원래 치료가 이렇게 진행되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써 준 정신과의사는 신원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상담내용에 더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이 책이 단순히 녹취를 나열한 것이 아닌, 전문가의 전문적인 분석까지 포함하고 있었더라면 유익한 컨텐츠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이 익명의 정신과의사의 글에서 뽑아온 것입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207쪽이나 되는(반어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아직 이야기도 치료도 덜 끝난 것 같은 부분인 154쪽에서 '2권에 계속'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는 개인 일기장에서 옮겨왔을법한 글들이 부록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나머지 페이지들을 채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책으로 기획한 책이 아니었으니, 저자나 기획자도 나름 분량을 채우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지인 중에 내성적이고 자존감 낮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그에 대한 제 평가가 아니라 그 스스로가 늘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정말 엄청나게 쏟아냅니다. 그저 듣고 있는 제가 숨이 가쁠 정도로, 말은 또 얼마나 빠른지. 가끔 신기해서 지켜보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지인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놓은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의 심정도 이랬을까요? 그렇게라도 토해낸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이렇게 이 책을 쓴 저자의 심정을 더듬어 봅니다.

   알라딘에서 이 책의 베스트리뷰를 찾아보면, 평점이 상당히 낮습니다. 언제나 부정적인 평이 더 강하게 표출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낮습니다. 그런데 뒷표지에는 칭찬 일색의 리뷰들이 실려 있습니다. 동네책방과 대형서점에 진열되는 출판물을 대하는 독자들의 기대치가 달랐던게 아닐까요? 사실 저는 기대치가 엄청 낮았던 책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평으로 그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르게 만든 그 힘(!)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저자가 전직 출판마케터라니 홍보도 한 몫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 속 답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감정의 양 끝은 이어져 있기에 의존성향이 강할수록 의존하고 싶지 않아 하죠. 예를 들어 애인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애인에게서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여요. 어떻게 보면 일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성과를 낼 때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도할 수 있으니 의존하지만, 그 만족감 또한 오래가지 않으니 문제가 있죠. 이건 쳇바퀴 안을 달리는 것과 같아요. 우울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또 노력하고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된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 된 거죠. 21쪽

   서로의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를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나는 늘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었다. 의존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이는 상태.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 내게 많은 것을 주는 이들일수록 지겨워하고 지루해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또 싫어했다. 33쪽

   저는 매번 똑같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선생님도 늘 같은 답을 이야기하는 거 같아요. 제 성향이 바뀌지 않으니까 똑같은 문제가 계속되는 것 같아요.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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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0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읽어 보지 않으려구요...

베스트셀러에 대한 태생적 거부감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하고는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이랄까요.

리뷰를 꼼꼼하게 읽고 나서 가비압게 패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