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을 먹는 나무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6
원유순 지음, 조수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환상적인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든다. 나무가 있고 석양이 지는 듯, 아니 꿈을 꾸는 듯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진다. 

제목이 <색깔을 먹는 나무>라고 해서 유아책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무에 여러가지 형태와 색깔의 열매가 대롱대롱 매달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첫장을 펴고는 책을 덮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태혁이의 영국 어학연수 생활이 흥미진진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태혁이가 영어도 잘 못하면서 벙어리처럼 귀먹어리처럼 생활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의 아이들도 어느 나라를 가든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한국아이들만 득실거리는 곳에 가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 곳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용감하게 생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우는 아예 외국인처럼 영어로만 대화를 하고 생활한다. 태혁이는 영우에게 분리감과 거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혼자 관광을 하게 되고 혼자 기숙자 앞의 유채꽃 밭은 산책한다. 

그러다가 환상적인 것을 접한다. 색깔을 먹는 나무, 바벨을 만난다. 바벨탑은 인간이 신에 도전한 것이다. 노아의 홍수 이후에 하늘에 닿는 높은 탑을 쌓다고 신의 노여움을 받아 인간이 쓰는 언어가 다 달라졌다는 성서의 이야기가 있다.실현불가능한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그 나무에게 색깔을 주고 환상적인 체험을 하지만 결국 모든 색깔을 잃게 되고 투명인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어려운 고난을 겪으며 색깔을 하나하나 되찾게 된다. 색깔을 찾으며 태혁이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정체감을 회복한다. 

어른들은 환타지물이 어렵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한다.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어른들은 현실속에서 행복하기를 원하고 아이들은 현실에서 얻을 수 없으니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꿈을 찾는다.어른들의 꿈과 아이들의 꿈이 일체하는 곳이 문학이 아닐까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태혁이처럼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실현불가능하다는 바벨탑의 언어도 노력해서 오르기를 바란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흔히들 영어 교육을 이야기할떄 반기문 총장의 예를 많이 든다. 

발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모국어가 내용이다. 발음만 유창하다고 영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없다. 모국어를 먼저 터득하고 영어를 도구로써 생각해야 한다.언어를 신의 경지까지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어른들도 자녀의 조기 유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아이들이 겪은 고통과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도 많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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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0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관심이 가는데요.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환타지를 잘 안보고 봐도 리뷰를 안 쓰지만...^^

오월의바람 2009-08-10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환타지가 조금 어려워서 중간에 조금 이상했어요. 뭔가. 나무에 다녀와서 옷의 색깔이 없어져도 입을 수 없게 되더라구요.뭔가 한 참 다시 보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