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야
- 토머스 핀천《느리게 배우는 사람》(창비)
- 하진《자유로운 삶 1, 2》(시공사)

에세이 분야
- 정유정《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행나무)
- 변종모《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시공사)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
- 김시한《약이 되는 명품 효소 만들기》(북로그컴퍼니)
- 오영석《Who? 김연아》(라임 스튜디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 스티븐 제이 굴드《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현암사)
- 박석무《다산 정약용 평전》(민음사)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
- 데이비드 C. 코튼《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사이)
- 리앤더 카니《조너선 아이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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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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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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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의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컨텍스트의 시대
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지음, 박지훈, 류희원 옮김 / 지&선(지앤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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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저자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서두에 핵심 용어 ‘컨텍스트'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컨텍스트(context)란 상황 정보, 즉 일어나고 있는 어떠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정보를 말한다.

 

아울러 컨텍스트를 구성하는 주요 힘에는 ①모바일, ②소셜 미디어, ③데이터, ④ 센서, ⑤위치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힘은 우리가 쇼핑, 의료서비스, 스포츠 관람이나 인터넷 이용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폭과 질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다. 그리고 다양한 규모의 비즈니스와 마케팅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컨텍스트의 시대’란 이 다섯 가지의 힘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소유한 기기가 주인 자신보다 주인을 더 잘 이해하는 세상을 말한다.

 

특히 구글 글래스에 대해서는 2장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저자들이 다녀온 2012년과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직접 취재할 당시 가장 이채롭고 놀라운 아이템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동안 구글 글래스가 의료 분야에서만 특히 활용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보고 의료 분야 외에도 스포츠, 경찰, 게임, 드론을 활용한 공중 촬영, 경비 분야에도 널리 활용되리란 것을 잘 알게 되었다.

 

 

한편 무인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구글에서는 무인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 자동차가 최초로 대중적으로 출시될 시기에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정도가 될 것이며, 출시 가격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상용화는 적어도 2050년 즈음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 한다.

 

앞으로 컨텍스트의 시대에 살게 되는 사람들은 신 도시인(New Urbanists)이 될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비롯하여 센서, 데이터, 위치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는 신 도시인들이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쇼핑, 의사소통, 교육, 건강 그리고 앞으로의 정부 및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 150쪽

신 도시인은 더 안전한 도로, 줄어든 환경오염, 투명한 정부, 그리고 근린능동주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컨텍스트 기반 기술들을 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되는 컨텍스트 기반 관련 사업을 소개한다. 가령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헬스, 건강과 체력 단련을 위한 ‘베이시스’, 알약에 내장된 센서 그리고 소셜 피트니스 네트워크 ‘엔도몬도’, 가정용 환자 추적기 ‘턴스톨 Vi’과 혈당·혈압·체중을 모니터링하는 ‘바디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당장 혁신적인 변화가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되지는 않을 듯하다. 기존 지식과 시스템이 새롭게 전환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공저자 셸 이스라엘(왼쪽)과 로버트 스코블

 

앞으로 웨어러블 기술은 ‘커넥티드 휴먼’이라는 사람과 기계 사이의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의 활용은 우선 인공 팔다리나 로봇 같이 컴퓨터가 인간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모바일 앱과 센서들을 이용하여 홈 오토매이션도 훨씬 다채로와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집의 잠금 장치, 전등, 실내 온도, 전원 등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스마트씽스’, 컨텍스트 활용 TV, 가정용 비서 로봇이 있다.

 

이외 웨어러블 기술을 쇼핑과 마케팅에 활용하면 맞춤식 핀포인트 마케팅이 가능할지 모른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에 따른 부작용, 가령 스팸 광고의 범람, 자신의 기호와 감정의 노출 등도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저자의 ‘감사의 글’을 보면 이 책 집필 역시 컨텍스트 시대에 기반하여 작성되고 수정, 보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십여 개 이상의 나라에서 페이스북, 구글 플러스, 트위터, 이메일 등을 통해 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거나, 기여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었다. 기계, 기술 그리고 정보가 휴먼과 하나로 통합되는 ‘컨텍스트의 시대’는 이미 우리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언제 화들짝 꽃과 잎을 피울지는 쉽게 예견할 수 없지만, 그 시대를 위해 나도 적극적으로 준비해 보려 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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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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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을 활용하여 인간의 뇌와 심리 작동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동물 실험이나 동물 행동 관찰을 통해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겠다는 발상이 널리 확산되었다.

가령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나 스키너의 행동실험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이성적 사고와 철학적 반성에 의존하던 우리 마음과 행동의 작동 기전에 관해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저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하버드대와 미시간대에서 진화심리학을 강의하면서, 인간 행동 중에서 ‘짝짓기’와 ‘죽이기’에 연구초점을 맞추어 왔다. 저자가 다루는 진화심리학의 세부 영역을 너무나 다양해서 그 열정에 탄복하게 된다. 아마도 새 영역을 학문적 성과로 발전시키려는 개척자 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어떻게 다를까? 진화생물학이 어떤 생물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합쳐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진화심리학은 그보다 더 좁게 심리학적인 부분, 즉 진화한 기제들의 집합으로 본 사람의 마음, 그러한 기제를 작동시키는 기전, 그런 기제들이 만들어내는 행동의 분석에만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흔히 진화론하면 이미 결정된 것이니 더 이상 진보나 발전이 없을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 관해 널리 퍼져있는 보편적 오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물론 세 가지 오해는 현재 명확하게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첫째, 사람의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둘째, 만약 진화 때문이라면 행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현재의 기제는 최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추구하는 핵심 질문은 네 가지가 있다.

1) 왜 마음은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즉 사람의 마음은 어떤 인과 과정을 통해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빚어졌는가?
2)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즉, 그 기제나 구성 요소는 어떤 것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었는가?
3) 구성 요소들의 기능과 조직 구조는 무엇인가? 즉, 마음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4) 현재 환경의 입력은 사람 마음의 설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관찰 가능한 행동을 낳는가?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과 성장, 짝짓기 전략, 양육, 유전적 친척을 돕는 협력과 이타심 그리고 이성간 갈등 등 다양한 심리학 영역을 아우른다.

책을 읽어 보니 대학 교재용으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진화심리학이 관여해 왔거나 접점을 찾아야 할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연구와 실험을 병행해 온 것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양육 문제’였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부모의 보살핌을 더 많이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부성 불확실성 가설과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이 있다고 한다.

‘부성 불확실성’ 가설은 수컷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수컷이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켰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짝짓기 기회 비용’ 가설을 보면 수컷의 번식 성공률은 생식력 있는 암컷만 있다면 제한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보다 양육을 책임지려고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메스꺼움이 유해 미생물의 공격에서 우리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회피하게 한다는 것이나 입덧이 음식물에 있을지 모르는 독소에서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 월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1964),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1966)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1998)에 이르기까지 진화론을 이용해 인간 행동과 심리를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의 계통의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다른 하위 분야, 가령 인지심리학, 사회, 발달, 성격, 임상, 문화, 소비자, 마케팅, 교육 그리고 환경 등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진화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하위 분야 나아가 전통적인 학문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진정한 통섭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 제창했던 사회생물학에서 의도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동안 짬짬이 봤던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게 된 진화심리학 관련 영역들을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고 보니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인간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해의 물길’ 같이 활짝 열어젖힌 것은 아닐까? 앞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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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2014-05-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화론은 심리학을 주장할수 없습니다
인간은 폭력적이여 왔고 어떤 나라는 동성애가 지극히 적고 어떤나라는 괭장히 많다는
것 때문이죠

dw 2014-05-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것뿐만 아니라 기술가정 책에는 아이는 학습으로 자라난다고 합니다
 
기억을 찾아서 - 노벨상을 수상한 위대한 천재 과학자 에릭 캔델의 삶을 통해 보는 뇌와 기억의 과학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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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세기는 핵산과 단백질에 몰두했다.
다음 세기는 기억과 욕망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 프랑수아 자코브 ≪파리, 생쥐, 사람에 관하여≫


에릭 R. 캔델은 우리의 기억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규명한 뛰어난 과학자다. 그는 바다달팽이를 이용한 세포내 학습과 기억 저장 과정의 발견 등 획기적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수상을 계기로 그가 자신이 그간 걸어왔던 이야기를 풀어 놓기로 결심하고 써 내려간 자서전이다.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1938년 아홉 살. 당시 11월 9일 저녁에 들이닥친 나치는 캔델 가족에게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명령한다.

다행히 캔델 가족은 아버지가 비록 유대인이었지만 1차 대전 때 독일편에 가담해서 싸웠다는 것이 증명되어 풀려난다. 이듬해 위기를 직감한 가족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다.

저자가 아홉 살 때의 경험을 맨 먼저 이야기한 것은 이 경험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는 고백한다. "훗날 내가 갖게 된 정신에 대한 관심을 빈에서 보낸 마지막 한 해와 연결하지 않을 수 없다."

캔델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빈에 거주할 때 체험했던 유대인 말살 정책, 특히 1938년 11월 9일 있었던 크리스탈나흐트*에 대해 회고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격동의 역사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아찔함을 느꼈다.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 : 1938년 11월 9일 나치 대원들이 독일과 이웃 나라 전역의 수만 개에 이르는 유대인 가게를 약탈하고 250여 개 유대교 사원에 방화했던 날을 말한다. 당시 깨진 유대인 상점의 진열대 유리창 파편들이 반짝거리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고 해서 '水晶의 밤' 사건으로 불린다.

특히 그의 가족이 미국 이민법에 따라 1939년 차례로 무사히 나치 치하를 탈출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는 듯한 긴장감마저 일었다. 당시 미 이민법은 동유럽과 남유럽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의 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에 들어오는 가족 구성원들의 순서도 정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조부모, 자녀 그리고 부모 순이었다. 캔델 가족은 1939년 2월, 4월 그리고 8월에 미국으로 옮겼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 2차 대전이 발발한 때는 1939년 9월 1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켄델은 부친이 큰 몫을 했다고 회고한다. 가게를 나치에게 빼앗겨 경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몸담고 있는 종교 공동체에 배편 티켓을 요청했고, 모두 수락되었다. 당시 거래 대금을 항상 제때에 지불하던 부친의 정직함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캔델은 한때 정신의학을 전공하고자 했다. 1950년대 당시 정신분석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인간의 행동과 그 동기의 복잡성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프로이트 역시 1938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했었다.

이 때 그는 인간 정신의 내적인 작동에 관심을 기울인 작가들, 아르투르 슈니츨러, 프란츠 카프카, 토마스 만의 작품도 즐겨 읽었다. 이어 드니스 비스트린과의 만남와 결혼.

마침내 캔델은 자신의 전공인 기억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960년 6월에 미 국립보건원을 떠나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나는 신념의 도약을 감행하여 전진했다. 그 경험으로부터 나는 차가운 사실에만 근거해서는 결단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때 그의 나이 서른한 살이었다.

캔델은 자신의 지적 행로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여럿 꼽는다. 우선 해리 그런드페스트 교수. 당시 신호 전달에 관한 생물학 분야의 선두 주자였던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캔델은 자신의 진로를 정신의학에서 신경세포학으로 바꾼다.

이어 퍼퓨라, 크레인, 마셜 그리고 스티븐 커플러 등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들은 한결 같이 뉴런의 작동 매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뛰어난 업적을 보였다. 당시 뉴런 시스템을 제창한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의 영향에 의해 생물학계는 신경전달물질과 신호 전달체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마치 자신에 관한 것이나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은 거의 모두 기억하는 모양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그 덕분에20세기 중반의 풍경을 짜 맞추듯 그려볼 수 있었다. 가령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스키너의 행동심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등 유행했던 학문의 세계는 물론이요, 당시 풍습과 사람들의 취향 같은 소소한 것까지 엿볼 수 있었다.

옮긴이 전대호 선생의 미려한 번역 글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말 그대로 통섭인이다. 또한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1993)된 시인이기도 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전대호 선생을 알게 되었다. 기억해 두고 싶은 역자다.


내가 보기에 히틀러 탓에 유럽의 막강했던 지적 토양이 일시에 미국으로 옮겨져 버렸다. 이는 유럽의 재건을 위한 복구비용 못지않게 크나큰 지적 손실이 아닐 수 없겠다.

역시 한 사람의 일대기는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에릭 캔델이라는 뛰어난 과학자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파란만장한 한 편 드라마였다. 글 솜씨도 뛰어나니 신경세포학에 관련된 이론적인 공부는 물론이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에세이를 읽는 재미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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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이은조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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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조, 그녀는 2007우리들의 한글 나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이번 작품 수박은 첫 소설집이다. 당선작을 포함해서 모두 8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한결 같이 우리네 꼬질꼬질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돌린다
. 몸에 밴 담배 연기처럼 떨쳐내기 어려운, 혀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수박 씨 같은 그런 존재와 삶의 이야기, 시큼한 땀내가 풍겨온다.

책을 펴고
전원주택부터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까지 실린 순서대로 읽었다. 작가가 쓰고 세운 줄이니 무슨 연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

사업에 실패하고 동창 민이네 식구에 기생하듯 살아가는 강의 가족 이야기
(전원주택), 영선이 떠맡게 된 여자아이 미르 이야기(효녀 홀릭). 민이 엄마는 강의 가족이 마치 알뜰히 가꾼 텃밭을 망쳐놓는 들쥐, , 멧돼지 같다고 느낀다. 영선은 재혼한 엄마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미르를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똬리를 틀 듯 온몸으로 감겨드는 여름 한낮의 후덥지근한 열기 마냥 끈적끈적한 관계들
. 이는 어쩌면 우리가 매일 안고 사는 강박의 그림자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따뜻하게 품고 안아 주기보다 밀쳐 내기 바쁘다. 비정하지만, 이게 우리 현실인 것을 어쩌나.

<
바람은 알고 있지>에서 상우와 혜리는 마냥 철부지다. 둘은 상우가 대학 졸업 후 일 년간 일했던 휴양 섬 빌리지에서의 인연으로 인도양의 섬들을 관리한다는 샘의 제안으로 비행기를 탄다. 샘의 성도 모르고 도착해서 만나 본 적도 없다.

마침내 샘에게서 최종 연락을 받은 상우는 환호를 내지르며 혜리와 신혼여행 같은 분위기를 맛보러 비치로 나간다
. 하지만 설마 하는 악몽은 소리 없이 우리를 집어 삼킨다. 우리는 가끔 상우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의뭉스러운 존재에 의지하기도 한다.

타이틀 작품
수박을 보자. 이 작품에는 공장에서 옷을 빼돌려 인터넷 쇼핑몰에 팔아오다 덜미를 잡힌 오빠, 그런 오빠의 사고 전담 처리반 난주, 예의나 에티켓이 사라진 채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 매달려 사는 그저 그런 여자 올케, 그렇다고 괜찮아한마디 조차 위로를 받을 수 없는 남편, 어김없이 돈타령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난주에게는 한결 같이 허허로운 마음을 달랠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자기 인생이 세상에 걸린 비루한 몸뚱이 마냥 처량한 느낌을 갖는 난주는 수박 한 통 사서 남편과 사랑을 맹세한 곳
C역을 찾는다. 거기에는 그날 자신이 보고 싶었던 사찰이 있었다. 그날 남편은 나주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조금 보챘던 기억을 떠올린다. 막무가내로 청하거나 보챌 수 있는 지원군이 남편이길 바라면서.

나는 이 대목에서 뭔가 잃어버린 고리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 그래, 아내도 내게 바랐던 것이 이런 거였는 지도 몰라.

난주는 사찰 근처 막걸리 집 평상에 앉아 있던 노파와 가져온 수박을 나눠 먹는다
.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91)

노파가 무심히 던진 말에서 나는 가슴 아련히 이는 불덩이를 안는다
.
수박이란 넘이 그래. 겉만 보면 이게 무겁기만 하고 무슨 꿍꿍이 속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이렇게 속이 빨갛고 단맛이 있을 거라는 상상이 잘 안 되지.”(91)

인생이 수박 같았으면 한다
. 헤쳐 가기 힘들고 인내하기 어렵더라도 우리 인생도 수박의 속살처럼 단내 나고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다 내 인생은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오물 투성이에서 허우적대는지도 모른다. 누가 내게 손 내밀어, , 뱉고, , 털고, 또 그렇게 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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