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자신감 - 현실을 왜곡하는 아찔한 습관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지음, 이현정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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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박사(Dr. Tomas Chamorro-Premuzic)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박사는 자신감은 성공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단언하면서, 부족한 자신감을 채우는 방법은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위험한 자신감’은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책 없는 낙관에 젖은 자신감을 말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고, 오히려 위험천만하기조차 하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안 생기는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이므로 자신감이 없다면 어떻게든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짜 자신감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 쌓이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사이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학업이나 업무, 데이트나 인간관계 또는 건강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먼저 능력을 키우면 그에 따라 평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그러고 나면 저절로 자신감이 생긴다!

예일대 로스쿨의 에이미 추아 교수는 최근 《트리플 패키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하여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평등의식이 아닌 우월의식, 둘째는 자존감이 아닌 불안감, 셋째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문화였다.

여기서 두 번째 '불안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차모로-프레무지크 박사가 주안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불안감'이다. 불안과 낮은 자신감은 우리의 각성 수준을 높이고 예측되는 손해를 줄이는데 일조한다. 즉 불안이라는 신호는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들고, 낮은 자신감은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알린다.

따지고 보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언제까지나 안주하고 지낼 수는 없다. 선천적 재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여 능력을 키워가지 않으면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다. 평상시 칼날을 예리하게 벼려 두어야 유사시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상시의 불안감은 자신을 정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차모로-프레무지크 박사 식으로 말하자면 “능력에 자신이 없다면 더욱 노력할 것이고, 그 겨로가 능력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속으로는 불안하더라도 겉으로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본인이 경험한 바에 의해도 이는 매우 중요한 팁이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요령도 필요한 법이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필요는 없겠다. 한번 무너진 평판을 되살리기가 얼마나 힘든가!

기왕에 생존을 위한 요령을 언급했으니 진도를 좀 더 나가보자. 저자는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겸손해 보이는 것이 득이 된다고 충고한다. 가령 겸손해 보였는데, 나중에 뛰어난 사람임을 알게 되면 더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괜히 잘난 척했다가 능력이 별로라는 것이 탄로 난다면 그 날로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위험한 자신감은 건강을 해치고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가령 흡연 등 건강에 나쁜 습관이나 불법 자동차 경주 등과 같은 위험한 행동은 과잉 자신감 때문에 일어난다. 자신감이 위험에 대한 생각을 왜곡시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는 만용을 낳는다.

이처럼 때로는 자신감이 낮아야 오래 살 수 있다. 하워드 프리드먼 교수는 “낮은 행복감, 잦은 심인성 증상, 빈번한 병원 방문은 결국 병에 덜 걸리게 하고 수명을 늘린다”고 지적한다.

자신감을 높이려고 억지로 노력하면 결국 실패하고 낙심하게 되는 반면, 실제로 능력을 발전시키려고 하면 능력뿐만 아니라 참된 자신까지 얻게 된다.

이외에도 저자의 관심은 인간관계와 데이트 영역으로 확대된다. 주요 원칙은 비슷하다. 데이트 상대에게 최대한 자신의 장점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짝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첫째, 평균적인 보통 사람에게 적합한 능력 향상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재산이나 기업을 물려받은 부자도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특성, 특 잘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고, 그러다 보니 불안을 느끼고 초조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이를 극복하는 정도(正道)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자기계발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둘째, 그 결과 낮고 건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저자는 일목요연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물론 자신의 관점에 대한 다양한 근거도 든다. 위험한 자신감에 대한 경고와 함께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배기 자신감에 대해 알게 되고, ‘건강한 자신감’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제는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고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부자 몸 조심하듯, 낮은  자신감은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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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 -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소비습관 개조 프로젝트
짠돌이카페 슈퍼짠 9인 지음 / 길벗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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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명에 달하는 짠돌이 카페에서 재테크 노하우 경진대회가 열렸다. 대학교 졸업할 까지 3500만원을 모은 30대 직장인, 은행원도 당하는 신용카드의 수렁에서 벗어난 이야기, 명품 짠순이가 력셔리하게 쇼핑하는 법, 학자금 대출 1000만원을 6개월 만에 갚은 대학생, 2년 만에 통장 쪼개기로 1억원을 모은 맞벌이 신혼부부 등등…

최종 9인의 슈퍼짠 절약고수들이 그들의 값진 절약 노하우와 재테크 경험을 들려준다. 스타트!

 

30대 은행원 해피펌프(ID)는 신용카드를 잘 쓰는 요령을 이야기한다. 잘못 쓰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잘 쓰면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하는 신용카드.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신용카드 지출 반으로 줄이기’에 성공했다.

 

해피펌프는 피나는 노력과 실천으로 6개월 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월 20만원으로 확 줄였다고 한다.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기왕에 신용카드를 안 쓸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줄이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나도 한때 돌려막기와 카드 리볼빙으로 고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 하나만으로 잘 살고 있다. (아 신용카드 하나 있구나! 하이패스카드 ㅋ)

 

영국에서 공부할 때 데빗카드(debit card)를 사용해 봤다. 의외로 편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연스레 체크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체크카드의 장점은 통장 잔고 범위 내에서 쓰기 때문에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데다, 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당연히 신용카드처럼 수수료도 나가지 않아서 좋다.

 

 

여튼 해피펌프는 틈틈이 독서를 통해 아끼고 안 쓰면서 지칠 때 그 지루한 시간을 지혜롭게 이겨냈다고 한다. 어디 이뿐인가? 학점은행제를 이용해서 학점도 따면서 여러 자격증도 취득한 억척맨이다.

 

재테크 뿐만 아니라 시테크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셈. 벌써 첫 사례에서 난 호기심에 쏠려 버렸다. 이런 이야기, 진짜 돈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4년차 워킹맘 금동은동맘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육아 서비스를 100퍼센트 활용한다. 가령 북스타트 운동, 학습지 비용 지원해 주는 바우처 제도,임산부를 위한 고운맘카드 그리고 보건소를 통한 무료 산전검사·예방접종 등 다양한다. 책 맨 뒤에 부록으로 “입맛 따라 골라 먹는 정부지원금” 82가지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으니 놓치지 마시라.

 

 

복부인을 ID로 쓰는 자칭 어린 주부의 내 집 장만 이야기는 요즘 장기 불황으로 어려운 상황에 정말 눈에 쏘옥 들어오는 내용이었다. 4년간 종잣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2년 정도 걸려 집 3채를 마련했다고 하니 대견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마당에 보유한 아파트 중에 가격이 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니 눈썰미도 있는 모양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재테크 투자습관 5가지는 메모해 둘만큼 요긴했다. ① 책은 가장 저렴하면서 훌륭한 스승이다, ②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 재테크, ③ 부자일기를 쓰자, ④ 나의 감을 믿지 말고 남의 말도 믿지 말자, ⑤ 은행이자 이상 수익률만 기대하자.

 

나는 이 중에서 ‘부자일기를 쓰자’는 제안이 참신했다. 그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6개월 만에 1000만원 모은 예비졸업생 안양꼬북의 학자금 상환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배달 업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근처 지리를 외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런 마인드라면 그 무슨 일이든 성공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학자금 빛을 갚자!”라는 모토로 선저축 후지출 정신으로 기본 생활비 20만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적금에 부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한 것도 아니었다. 과제도 미리 준비하는 등 악전고투 했고, 심지어 망친 기말시험을 위해 담당 교수를 찾아가 자신이 공부한 자료를 내밀며 읍소하기도 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당당하게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우와 짝짝짝~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외에도 대출금 빨리 갚는 통장 쪼개기의 정석을 들려주는 회사원 톳토로, 10년 만에 자산 3억원을 모은 외벌이 아빠 또또와, 28살에 1억 부자가 된 남내점주임, 1인 기업 사장님 럭셔리걸의 알뜰쇼핑 노하우 그리고 주부 9단 리포머의 리폼 수업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그득하다.

 

나는 이런 재테크 이야기가 좋다. 평소 돈 관리에 서툰 독자라면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다.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새는 돈만 막아도 그만큼 벌게 된다. 게다가 재테크와 살림의 달인들이 들려주는 절약의 비법은 알면 알수록 돈이 모이는 법이다. 역시, 아는 만큼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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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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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은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 경제와 경영 연구를 통해 진정한 개발은 결코 외국의 원조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개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제 자원들, 즉 토지, 물, 노동력, 기술 그리고 인간이 가진 발명의 재주와 동기 등에 대해 통제력을 갖고 이것을 얼마나 그들 자신의 요구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지역 사람들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문 한 가지를 품는다. 성장과 돈을 개발의 중심에 두는 <성장 중심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이 진정한 중심이 될 때, 즉 사람이 목적인 동시에 주된 수단이 되는 <인간 중심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개발이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코튼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힘을 합해 <인간중심개발포럼> (People-Centered Development Forum, PCD포럼>을 창립했다. 그는 포럼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모여 토론도 벌이고, 세계적 불평등의 원인과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저술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포럼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속 가능한 사회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이론은 인간 사회가 삶의 자연적 과정으로부터 그토록 멀어진 원인을 설명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가 만든 사회 제도가 점점 더 시장의 금전적 가치에 맞춰 조정됨으로써 일상 속에서 인간의 소외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포럼은 이를 극복하는 대안 운동의 일환이다.

 

나아가 코튼은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환상을 떨쳐 내고 인생의 정신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하며, 우리의 경제 체제가 공동체 내에서 제자리를 잡고 뿌리내려서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삶에 완전하게 결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행복의 경제학》에서 설파한 IMF, 세계 은행 그리고 WTO 등을 중심으로 주도되는 글로벌 차원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공동체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데이비드 코튼(David C. Korten)

 

코튼은 서문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 그는 시장 경제와 사유 재산 제도의 중요성을 변함없이 신봉한다고 전제하면서, 큰 정보와 대기업을 좋아하지 않으며, 부를 소유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믿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갖는 연민, 평등에 대한 서약, 환경에 대한 염려에 동감하며,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사유 재산권에도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한다. 내 생각에는 합리적 자유주의자로 보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지적 겸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400여 쪽에 걸쳐 펼치는 방대한 지론은 사실 그리 녹록치 않다. 저자에 따르면 가진 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강자들을 더욱 성장시켰고, 약자들은 빈곤을 심화시켰다. 자본과 금융에 의한 시스템의 지배는 소수 엘리트들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인간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게 만들었다. 일례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가 그러했다.

 

나는 저자의 지론을 일독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근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일찍이 인류를 위협하던 전염병과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의 전쟁은 사상자가 군인 중심이었다면, 20세기 말에 그 희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렇듯 여전히 인류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주요 원인이 질병에서 살육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살육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자본의 이익과 자원 확보를 둘러싼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3세대 승계를 앞둔 삼성가의 경영 세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그 일가가 쌓아올린 막대한 부는 거의 독점적 시장 지배와 노동자의 희생 그리고 정부의 특혜적 지원 등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의 사회적 환원이나 이익의 공유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바로 이런 자본의 탐욕과 지배가 약자들을 빈곤으로 내몰았으며, 인간 소외를 더 심화시켜 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존 경제 성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닌, 삶에 대한 사랑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적 다원주의를 회복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역시 스테판 에셀이 외쳤던 “분노하라!” 류의 정치적 활동과 시민 운동에 맞닿아 있다. 다만 수위는 조금 낮다.

 

말미에 이르러 저자는 우리에게 양자택일하라며 압박(?)한다.

 

우리 인류는 삶의 온전함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역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이 지구에서 소멸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을 앞에 놓고 있다. - 441쪽

 

코튼이 우리에게 던지는 포도밭의 장미 같은 일련의 경고들은 새로운 불꽃을 위한 부싯돌이 될 수 있다. 사실 또 다른 세월호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잉태되기 마련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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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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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수전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난 4일, 당신이 플로리다의 어느 병원에서 눈을 감을 때 남편 존, 언니 스테퍼니, 세 아이(머리나, 오브리, 웨슬리) 그리고 절친 낸시가 지켜봤겠지요?

 

아니, 어쩌면 당신이 법원 출입기자로서 20여 년간 몸 담았던〈팜비치 포스트지〉의 사람들도 함께 했겠지요?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말이에요.

 

2009년 여름 어느 날 왼손에 힘이 없어지면서 앙상하고 파리해지는 것을 발견하면서, 2년 뒤 6월 ALS(루게릭병)으로 확진 받았더군요. 얼마나 마음이 애잔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그래요, 당신은 그렇게 진단받은 지 3년이 흐른 이번 6월 천국으로 떠났지요.

 

수전, 당신이 눈을 감던 그 날 난 당신이 쓴 책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을 글썽거렸답니다. 당신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예감한 듯 그 불편한 몸으로 겨우 3개월 만에 책을 완성했다지요. 그것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 엄지로 톡, 톡 치면서 말이에요. 당신의 그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의지에 다시 감복합니다.

 

마침 책을 읽으면서 당신과 당신 가족의 사진을 구글에서 찾아봤어요.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이 많이 올려져 있더군요. 책을 통해 느꼈던 정감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좋았지요.

 

당신은 책을 읽는 내게, 아니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물었지요? “당신이 곧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을 보겠는가? 마지막 한 해를 누구와 함께 보내겠는가?”

 

▲가족과 함께 (왼쪽부터 웨슬리, 스테퍼니, 머리나, 오브리, 존 그리고 수전)

 

그래요, 3년의 시간 동안 당신은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진단받고 3주 뒤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목격했다지요? 아마도 당신의 첫 번째 버킷 리스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정식으로는 유콘으로 가서 오로라를 본 것일 테지만요.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장관 중 하나. 지국의 극지방에서만 보이는 현상, 녹색과 흰색, 때로는 붉은색, 분홍색, 자주색, 푸른색으로 펼쳐지는 천광(天光)의 쇼. - 75쪽

 

오로라를 이렇게 멋있게 묘사한 표현을 여태껏 보지 못했어요. 그래요, 당신의 문장력은 팜비치 포스트의 메인 기자로서의 경력이 말해 주는 것 이상으로 탁월해요. 당신은 아마 작가로서 등단했어도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한 당신은 야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막내 웨슬리를 위해 27킬로그램짜리 유순하고 순종적인 그레이시를 입양하기도 했지요. 아무나 껴안지 않고 낯을 가리던 웨슬리가 그레이시와 함께 뒹굴고 잠도 같이 자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흐뭇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죽음과 맞닥뜨리면 뭔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절절해진다.” 사실 이 말은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해요. 당신이 남긴 긴 글을 읽으면서 절절한 그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당신은 세 아이와 개별적인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요. 아이들이 엄마의 생전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평생 동안 간직할 추억거리를 안겨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 절절한 엄마의 마음을 전해 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자폐 증세를 보이는 웨슬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지 않았나 해요. 책에서 맨 먼저 웨슬리와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낸시 마스 키널리(당신은 풀 네임을 적었더군요!)와의 이야기도 참 감동적이었어요. 낸시와는 열한 살 때부터 팜비치 공립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줄곧 친구사이로 지냈지요?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플로리다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당신의 인생에서 더없이 소중한 몇 안 되는 인간관계 중 하나라고 극찬했지요? 저도 그런 절친 있었으면 하고 무척 부러웠답니다!

 

당신의 생일은 1966년 12월 28일. 나이 마흔이 된 어느 날 플로리다 아동가정단체에서 전화를 받았지요? 생모 엘런이 찾는다구요. 의사였던 생부 파노스 켈라리스는 같은 병원에 있을 무렵 생모와 잠시 사랑을 나눴지만 이내 헤어지고 말았다지요. 엘런은 혼자서 수전을 낳고 입양을 결심했구요. 그렇게 해서 당신은 양모 티 스펜서의 손에 길러졌지요.

 

당신은 플로리다에서 3천 마일이나 떨어진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생모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요? 항상 함께 했던 절친 낸시와 함께 말이에요. 생모 앞에서 마리화나도 피우구요. 아마도 대학 시절 잠시 반했던 수영선수가 떠올랐는지도 모르죠, 훗. 하지만 양모와도 떠나는 시간을 위해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당신을 보면서 섬세한 배려를 배우게 됩니다. 생부 파노스가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비록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이의 고향 키프로스를 찾았지요?

 

한편 생모를 통해 ALS가 유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세 아이들에게 당신의 운명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기쁨,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어요?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부분도 참 많았답니다. ALS로 진단받고 자살을 생각해서 자살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거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묘사된 오르가슴이 유치했다거나,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신으로 영구화장을 하는 모습 등 남자인 나로서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지요.

 

무엇보다 절절했던 것은 존에게 재혼하라며 생애 마지막 소원과 희망을 전할 때였어요. 홀로 남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더없이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려는 그 마음, 잘 알 것 같아요.

 

수전, 당신은 남편 존 웬델과 이 년간 신혼을 보낸 도시 부다페스트도 다시 찾았지요.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삶의 초석이 놓인 곳, 얼마나 의미 깊은 곳일까 생각해 봅니다. 거기서 존이 토끼 스튜를 만들려고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낸 뒤 토막을 치는 모습을 보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끔찍한 장면에 몸서리치기 보다 “언젠가는 나 없이 새로운 모험이 가득한 또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존의 모습에 안도하였다지요?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이전 직장 동료 스티브 사리코와 작별 인사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흐르던 눈물. 당신이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았던 곳 그리고 알았던 사람들을 차례로 찾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작별의 광경이기도 했겠지요.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입니다.

 

수전, 당신을 통해 비로소 오늘의 삶에 감사할 수 있는 겸손을 배웁니다. 그리도 당신과 같은 불치병으로 고통받을 모든 이들에게 평안을 기도할 수 있는 미덕을 깨닫습니다.

 

고마워요, 수전. Eye-heart-u. 부디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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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박병률 저  | 한경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권. 어려웠던 인문 고전과 경제 원리를 동시에 융합시킨 책이다. 톨스토이, 헤세, 카프카, 괴테, 셰익스피어, 조지 오웰 등 거장들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그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경제적 배경을 설명한다. 듣다 보면 경제사와 세계사가 한방에 꿰어진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경제 상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일즈맨의 자살, 개츠비의 무모한 기다림, 마법에 걸린 앨리스와 세상에 저항하는 데미안 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깔려 있는 경제 심리를 이해하다 보면, 우리가 진정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지혜까지 깨닫게 된다.



2.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팀 하포드 저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말한다. 이제 경제를 운용하는 자리에 선 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일이다.

 

가상 독자와 경제학자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나 마이클 샌델의 강의처럼 유쾌하고 명쾌한 질문과 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또한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재치와 유머로 ‘초보’를 위한 ‘거시경제학’을 완성해냈다. 오래되어 먹을 수 없는 초콜릿 동전을 땅에 묻은 뒤, 사람들을 시켜 다시 파내게 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까, GNP와 국민행복지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사례와 생생한 설명으로 거시경제의 다양한 쟁점과 핵심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3.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유리 그니지, 존 리스트 저 | 김영사

 

미국 학계를 선도하는 두 젊은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의 책.<괴짜경제학>으로 대표되는 신선한 대중경제학의 입장에 서 있는 두 저자는 인간 행동을 변화시키는 숨겨진 원리를 밝혀낸다.

 

두 저자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놀이하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제현상들을 관찰하며 인간 행동의 숨은 동기를 뿌리 깊이 파헤친다. 킬리만자로 산기슭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양조장까지, 이스라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의 중역 회의실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현장실험들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들은 이론과 데이터, 실험실 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가 안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를 이러한 방법론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비이성적 과열》 | 로버트 쉴러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의 책.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모두가 번영의 꿈에 젖어 있던 때, 예일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IT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고했다. 책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고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인 저자가 전통 경제학에 사회심리학을 결합시켜 저술한 이 책(개정판)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심리적 요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시장의 버블을 부정하고 과열을 정당화하는 이론과 주장 등도 실증적으로 검토해 비판한다. 아울러 투기적인 불안정성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


5. 《자본주의와 노예제도》
| 에릭 윌리웜스 저 | 우물이있는집

 

자본주의의 근본적 치부를 찌르고 폭로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출간된 이후 갖가지 반론들을 유발했지만, 그런 반론들은 하나같이 지엽적이고 감상적이고 편협할 뿐 주목할 만하거나 결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옹색한 반론들을 거뜬히 잠재운 "역사의 보물"로 극찬되기도 했다.

 

이 책은 트리니다드공화국 총리를 역임한 에릭 윌리엄스가 27세이던 1938년 브리튼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논문을 토대로 개정하고 보완하여 33세이던 1944년에 출판한 것이다. 그는 1962년 브리튼으로부터 독립한 트리니다드토바고 공화국의 독립운동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초대 총리로 선출된 이후 조국을 카리브 해에서 가장 부유한 브리튼 연방국가로 발전시킨 "국부"로도 존경받은, 이론과 실천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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