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자유다 - 삶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희망의 인문학 수업
얼 쇼리스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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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작된 클레멘트 코스. 이 책 《인문학은 자유다》는 강좌가 시작된 지 10년 뒤 수강생들에게 나타난 변화와 얼 쇼리스 자신이 내린 평가 등을 담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 이 남긴 소중한 자산과 그 뒷이야기에 대한 것들!


"클레멘트 코스의 첫해 후반부에 미국에서 면허증 발급을 기다리던 한 정신과 의사가 비디오카메라로 수업을 기록했다. 이 의사는 나중에 대규모 참전용사 시설의 정신과 과장이 되었다. 그해 말에 면허증...이 나와 더는 촬영할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그동안 관찰한 내용을 요약하면서 “오랫동안 내가 본 것 중 최고의 심리 치료였다”라고 말했다.


반응 위주의 삶에서 반성적 사고를 하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을 심리 치료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는 한, 심리 치료는 클레멘트 코스의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심리적 저항점에 뚜렷한 변화가 생긴 사례는 있었다. 변화는 내가 정치적 삶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이때의 정치란 페리클레스가 말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의를 따른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가족, 이웃, 공동체, 그리고 국가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과 좀 더 관계를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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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
코엔 반 비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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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코엔 반 비젠은 벨기에 출신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는 모르첼 미술 아카데미에서 시각 예술과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요. 취미는 음악에 심취, 평소 작곡도 즐긴다. 20여 종이 넘는 어린이 책을 출간한 바 있지요.

 

책을 펼치면 눈 한가득 그림이 안겨옵니다. 비젠은 펜, 파스텔과 물감을 이용해서 세련된 솜씨를 과시해요. 등장인물은 아빠와 딸 그리고 강아지 비글이랍니다.

 

배경은 보름달이 떤 어느 늦가을 저녁이에요. 밖에는 비가 고즈녁하게 내리고 있네요. 낙엽도 날리고 있구요.

 

아빠는 모처럼 편하게 책을 읽고 싶어해요. 어린 딸은 아빠의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훼방을 놓습니다. 농구공을 통통 두들기기도 하고, 노래도 랄랄라 부르고, 북도 둥둥둥 칩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쉬이잇! 조용! 나 책 읽는다고!”하면서 조용히 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 아빠 모습이 재미있는지 딸은 외바퀴 자전거를 타면서 서커스 봉을 톡톡톡 받기놀이 합니다. 게다가 음악에 맞춰 무용 연습도 사뿐 사뿐 사뿐 하네요.

 

아빠는 화가 납니다. 벽을 쿵쿵쿵쿵 두들겨서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립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어요. 에구 권투 연습까지 팡, 팡, 팡! 드디어 아빠는 참지 못하네요. “으으윽! 더는 못 참겠어. 도저히 책 못 읽겠어.”

 

 

마침내 아빠는 목도로리를 두르고 외투를   입고 산책하러 나섭니다. 이때 똑똑똑!  "선물이 왔어요." 과연 무얼까요?

 

책이었군요. 책을 펼쳐든 딸은 책이 더 재미있다며 몰입합니다. 이제 아빠도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비글이 월월월, 멍멍멍 소리를 칩니다. 아마도 쉬야가 급했던 모양이에요~  아빠와 딸은 편안한 모습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아들은 그림이 좋다며 흥미롭게 봅니다. 평소 아들도 책을 즐겨보거든요. 더 좋은가봐요. 오늘 아침 아들과 함께 돋보기로 검은 색종이를 태우는 과학 실험을 했답니다. 책도 좋지만, 밖에서 뛰어놀거나 야외 학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오늘도 아들은 아빠랑 같이 책을 읽습니다. 쉬이잇! 조용! 책 읽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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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정리
세드릭 빌라니 지음, 이세진 외 옮김 / 해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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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7차 세계수학자대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대회 첫째 날인 8월 13일 필즈상 수상자 4명이 발표되었다. 이들은 첫 여성 수상자 마리암 미르카지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포함해서 브라질 출신의의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 그리고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였다. 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개최국 대통령이나 행정수반이 시상을 담당한다.

 

제26차 대회는 2010년 8월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 호텔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수상자 중 한 명은 세드릭 빌라니였다. “세드릭 빌라니는 비선형 란다우 감쇠와 볼츠만 방정식에 대한 균형수렴 증명으로 필즈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거대한 홀에 울려 퍼졌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뭇 사람들이 다 궁금했을 것이다. 빌라니는 수상 후 인파에서 벗어나 잠시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호텔 전화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받아가며 4시간 연속으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했다고 전한다. “필즈상을 받으니 어떠십니까?”

 

빌라니는 1973년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유럽수학회상(2008), 페르마상(2009), 푸앵카레상(2009)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그가 클레망 무오와의 공동 연구로 필즈상을 받게 된 여정을 직접 그리고 있다. 2008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3년간 자신의 연구 과정을 묘사한 일기 형식이다.

 

마치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샐러리맨 다나카 고이치의 글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차이는 있다. 다나카가 쓴 글은 자신이 수상 후 소회를 적은 것이라면, 빌라니는 상을 수상하기 전에 연구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통해 한 수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수학자의 일상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수학적 업적은 어떻게 성취되는지 잘 알게 된다.

 

빌라니가 연구한 분야는 란다우 감쇠와 볼츠만 방정식이다. 내게는 생소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책 말미에 용어 설명 코너가 있어 얼핏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란다우 감쇠란 플라스마를 통과하는 전자기파가 입자 간 충돌이나 마찰이 없는데도 에너지를 잃고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러시아의 레프 란다우가 이 현상을 발견했기에 ‘란다우 감쇠’라고 명명되었다.

 

한편 볼츠만 방정식은 평형 상태가 아닌 기체 분자들의 동역학을 설명하는 방정식으로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볼츠만에 의해 고안되었다. 이 방정식은 기체 분자의 분포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열역학에서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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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한순간에 시장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래리 다운즈 & 폴 누네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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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빅뱅 파괴자들은 다음과 같은 모습을 지녔다.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 혁신 비용의 감소

거침없는 성장 정보 비용의 감소

부담에 구애받지 않는 개발 실험 비용의 감소

 

빅뱅 파괴는 전략에서부터 마케팅 그리고 혁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통념과 다르다. 이런 차이점을 표로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통념 vs 빅뱅 파괴

 

 

이런 전략에 따르면 에버렛 로저스가 제시한 고전적인 종 모양의 다섯 가지 고객 유형은 초기 사용자(얼리어댑터)와 그 밖의 모든 사람들, 두 종류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 채택 곡선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또 다른 파괴자가 새롭게 나타나면 정점에서 곧바로 다시 수직에 가깝게 하락하게 된다.

 

제프리 무어는 초기 사용자와 초기 다수 사용자로의 전이 사이에 폭이 넓고 깊은 골이란 의미의 캐즘(chasm)’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케팅은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었다.

 

빅뱅 시대에 접어들어 다양한 SNS 도구들 덕분에 마케팅은 신속하면서 저비용으로 수많은 예비 고객들에게 전파될 수 있게 되었다.

 

기술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마침내 올바른 해법이 나올 것 같을 때는 이미 소비자의 취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그래서 린 스타트 업(Lean Start-up)’ 전략이 주효할 수 있다. 일단 시제품을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이다. 시장이 무르익길 기다리면서 2등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이제 실패의 지름길이다.

 

[그림1] 빅뱅 시장과 로저스의 시장

 

아래 일명 상어 지느러미라고 불리는 그림[2]를 보자. 빅뱅 파괴의 과정은 다양한 부품 기술들의 여러 결합을 시도하는 일련의 실험들로 시작된다. 이 실험은 보통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수준도 낮다. 하지만 관련 기술들이 올바르게 결합하고 또 여기에 올바른 사업 모델까지 합쳐지면 상황을 즉각적으로 바뀐다. 이 과정이 얼마나 신속한지 빅뱅 파괴의 대박을 터트린 기업이 시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다. 시장 침투는 보통 전체 세분 시장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그림2] 상어 지느러미와 빅뱅 파괴의 12가지 원칙

 

 

저자들은 상어 지느러미에 다음과 같이 네 단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1. 특이점 단계 : 미래를 보다 선명하게 바라보아야 하며, 파괴적인 외부 변화의 경고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2. 빅뱅 단계 : 파괴자가 만들어내는 갑작스런 소비자 채택 및 승자독식 시장에 준비를 해야 한다.

 

3. 빅크런치 단계 : 당신이 창조한 성공적인 파괴적자들이 시장포화에 도달할 때 당신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조와 배포를 언제든지 빠르게 중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4. 엔트로피 단계 : 구닥다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기업은 보다 유명한 시장들을 선정하기 위한 로드맵, 다음 차례의 특이점으로 나아가게 해줄 기술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단계별로 거론하고 있는 12가지 원칙은 빅뱅 파괴를 극복하기 위한 성공 원칙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통해 눈여겨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나는 빅뱅 파괴의 성공 사례를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에서 볼 수 있었다. 샤오미는 국내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출고가(90만원대) 보다 3분의 1 수준에 제품을 내놓았다. 애플의 짝퉁이라는 오명도 있지만, 샤오미는 2분기에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점유율 13.8%1위를 기록했다(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기준). 1분기 3(10.7%)에서 점유율이 껑충 뛴 반면 기존 1위였던 삼성전자는 12%로 내려앉았다.

 

샤오미의 전략은 삼성, LG 등 경쟁 제품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좋는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았다는 것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단말기 수익성은 5% 안팎에 불과하다. 홍미 노트의 경우 총 생산비용이 133달러고, 이를 140달러에 출고하고 있다. 1대 팔아서 7달러를 남기는 셈이다. 왜 이런 전략이 통하는 것일까?

 

나는 그 단초를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부품의 가격은 초기에는 개발비 등이 반영돼 비싼 편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처음에는 조금 밑지고 팔더라도 판매를 계속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를 가진 셈이다.

 

[그림3] 스마트폰 부품비용의 감소 (출처 : iSuppli 보고서)

 

 

샤오미는 여기에 집중했다. 대신 게임센터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메시지앱 등 자체 앱 장터에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채택했다. 작년 이 부문에서 1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선 예약 후 제조방식을 통해 재고 관리 비용도 최소화했다. 샤오미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고, 그 전략은 적중, 시장을 순식간에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이 든 사례 중 인상적있던 것은 타이완의 렛츠카페였다.

 

타이완의 '렛츠카페(Let's Cafe)'는 편의점 체인 안에 커피 판매대를 운영한다. 우리나라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결합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렛츠카페는 다른 커피점이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경쟁 모델을 갖고 있다. 보다 좋고 보다 싸며 또 보다 철저하게 고객 맞춤형 커피를 제공한다. 어떻게?

 

렛츠카페는 매장에 특수 프린터를 설치해 놓았다. 고객이 커피를 주문할 때 자기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전송하면 프린터는 커피에 고객이 보낸 사진을 라떼 아트로 재현해 준다. 물론 이 프린터가 사용하는 잉크는 식용 파우더이다. 고도로 숙력된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은 훨씬 적게 들면서 그야말로 궁극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4] 렛츠카페의 광고 이미지

 

 

그렇다면 빅뱅 파괴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이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공하는 기업은 아래 네 종류의 전문화(특화)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1. 발명가 : 보다 좋은 품질에 보다 싼 가격의 기술을 창조하는 연구자들이다.

2. 설계자 : 기존의 부품들을 결합해서 세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기술적인 전문가이다.

3. 생산자 : 수요가 언제든 갑작스럽게 폭발했다가 다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생태게에 부품을 공급하는 숙련된 전문가이다.

4. 조립자 : 다른 기업의 설계와 부품을 사용해서 주문에 따라 완성품을 만드는 공정 전문가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아무리 빅뱅 파괴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하더라도 시장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도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새로운 시장 실험들 및 여기에 호응하는 시장 수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자칫 생산 자산들의 이용률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심각한 수준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어 지느러미의 3단계 '빅크런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빅뱅 파괴는 초혁신 시대를 불러왔다. 그냥 혁신이 아닌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빠른 혁신과 대응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은 빅뱅 파괴 시대에 슬기롭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유용한 팁과 사례가 풍부했다. 경영 일선에 있는 이들은 물론 직장인 독자 모두에게 추천해 드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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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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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이 태동한 것은 1929년 미국에서 몰아닥친 대공황의 여파였다. 당시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미시경제학은 동기, 임금, 생산성 등을 따지는 다양한 곡선과 함수를 개발해서 정교한 이론 체계를 확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공황 이 발생하면서 미시경제학의 이론은 휴지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이와 달리 거시경제학은 하늘에 떠 있는 새의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 불경기라는 사실,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평균 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연구한다.

 

대공황 발생 초기에 케인스는 경제가 마그네토 문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그네토 문제(magneto trouble)’란 예전에 자동차 엔진을 점화할 때 쓰던 자석 발전기를 말한다. 다시 말해 배터리만 갈아 끼우면 해결될 기계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케인스는 기술적 결함 때문에 전체 기계가 멈춰버렸지만, 올바른 도구와 이해만 있으면 대공황을 바로 잡고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저자 팀 하포드는 마그네토 문제를 제때 해결했던 인물로 빌 필립스를 예로 든다. 빌은 경제 변동에 관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주는 컴퓨터 모니악(MONIAC: Monetary National Income Analogue Computer)’을 개발했다. 모니악은 당시 오차 범위 2퍼센트 내의 정확한 값을 산출해 주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그는 정교한 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방정식을 푸는 데 미분학이 아닌 수리학을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하포드가 빌의 사례를 든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위기와 장기불황 등 고장 나버린 경제를 빌과 같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고쳐보자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니악이 제대로 작동했던 기전처럼 경제 체제의 이면에 숨어 있는 결정적이고 실질적인 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를 이해한 뒤에 그 동력이 좀 더 잘 작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퍼센트가 아닌 4퍼센트로 해야 하는지,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찍어냈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잘 알 수 있다.

 

말미에 저자가 소개한 팟 캐스트, NPR‘Planet Money (지구 돈)’  (http://www.npr.org/blogs/money)도 들을 만했다. 요람 바우먼과 그래디 클라인이 쓴 The Cartoon Introduction to Economics : Macroeconomics 도 소개되어 있다. 이 원서는 The Cartoon Introduction to Economics시리즈의 둘째 권이다. 한국에는 첫째 권, Microeconomics가 카툰 번역되었다(카툰 길라잡이 경제학 1, 까치). 티모시 테일러가 쓴 인스턴트 경제학도 메모해 두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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