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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세계를 대표하는 250가지 레시피에 숨겨진 탐식의 인문학
마크 쿨란스키.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한채원 옮김 / 라의눈 / 2015년 9월
평점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 《대구》로 유명한 미 저널리스트 마크 쿨란스키는 세계 최고의 음식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는 딸 탈리아와 멋진 게임을 하나 고안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지구본을 돌려 탈리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나라의 요리를 금요일 저녁에 만들어 먹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터내셔널 나이트’가 탄생했다.
1년 열두 달 쉰두 번의 인터내셔널 나이트가 진행되었다. 그간 아빠와 딸은 어떤 요리를 먹을지 결정하고, 재료를 사고, 음식 준비를 했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딸은 9학년이었다.
나는 문득 사라 스마일리의 《저녁이 준 선물》을 떠올렸다. 그녀는 세 아들(열한 살, 아홉 살, 네 살)의 엄마다. 해군 소령인 남편은 어느 날 아프리카로 1년간 파병을 간다. 아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할 때이고, 사라에게도 역시 남편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녀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52주간 매주 손님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상원의원, 주지사, 경찰청장 그리고 평범한 이웃까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사라의 집을 방문했다. 52주 동안 진행된 일요일의 저녁 초대는 사람으로 배우는 인생 공부가 아닐 수 없겠다.
아빠와 딸은 이국적인 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단순한 레시피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엄마 매리엔은? 저녁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남편과 딸이 준비하는 요리가 어느 나라 음식인지를 맞추는 것이었다.
물론 마크 가족은 나라별 다양한 요리만 즐기지 않았다. 요리할 때면 해당국가와 관련된 배경음악을 틀고, 식사하면서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토론했다.
“당신도 원하는 방식으로 인터내셔널 나이트를 즐길 수 있다. 나는 인터내셔널 나이트를 탈리아에게 즐겁고, 또한 교육적인 경험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역사와 지리는 물론, 다른 모든 것을 가르치기에 음식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 7쪽
‘한국의 밤’(코리아 나이트)도 있을까? 물론 있다.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 메뉴와 레시피를 보면 불고기, 시금치나물, 생선구이, 파전, 과일 디저트, 강정과 수정과다.
흥미로운 것은 마크가 한국 요리에 대해 내린 품평이다.
“(서양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이유가 식사가 구성되는 방식이라기보다 개별 요리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식사는 중국처럼 한꺼번에 모든 것이 나오지만, 중국 요리 가운데는 관심을 사로잡은 개별 요리가 있다. (중략) 한국 요리들은 한국식 식사를 벗어난 분위기에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로메인, 초밥, 커리, 팟타이, 스프링롤처럼 관심을 사로잡은 요리가 없다는 말이다.” - 374쪽
음, 마크란 사람 알아줘야겠다. 일에 대한 끈기도 남다르지만, 요리에 관한 혜안도 특별하다. 나로선 마크 덕분에 세계 요리의 레시피를 한 손에 갖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행운은 없겠다. 그만의 독특한 품평까지 깨알같이 담겼으니 금상첨화. 그나저나 우리 가족도 한번 시도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