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는 글을 쓸 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만년필이나 샤프펜슬로 페이지를 채워 나가면서 느끼는 고적함을 사랑한다. 집필에 착수하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오렌지 주스 한 잔, 홍차 한 잔을 마시며 45분 가량 뉴욕타임스를 읽고 브루클린의 파크 슬로프에 있는 집을 나선다. 도보로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마련해 둔 조그만 아파트에서 작업한다.

 

“좋은 소설을 쓰는 젊은이가 매우 드문 이유도 ‘대화적 상상력’(바흐친의 용어)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쓰기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려면 먼저 작가 자신이 내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이론적, 문학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 62쪽

 

오스터의 말은 내게 어떤 영감을 던져주었다.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반대로 독자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숙성의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폴 오스터와의 대화는 그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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