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너랑 나랑 참 닮은 것 같다."는 말을 두 번 들었다. 굳이 최근이 아니어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꽤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닮았을까? 물론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면들이 있으니까 한 사람의 어떤 면과, 또 다른 사람의 어떤 면이 닮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 지 모르지만.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첫번째는 내가 나와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친구에게서 들었다. 나는 누구하고든 친하게 지내지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티가 난다고 말이다. 다양한 유형으로 (마주치면 유별나게 들러붙는다든지, 힘들 때면 꼭 찾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몇몇이 있다고 했다.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남을 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더 좋아한는 뜻이다. 아무튼, 닮은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면 내가 자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뜻이고, 약속 따위를 잘 잡지 않는 나와 자주 만났다면 내게 꽤 호감을 샀다는 뜻이리라. 나와 닮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기 보다는 좋아하고 봤더니 나와 닮았더라는 쪽이 더 맞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두번째는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맞추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같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내 옆에 이것저것 반응 보이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같이 영화 장면에 반응을 보이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영화에만 집중하면 나도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오로지 영화만 보는 식이다. 같이 있는 사람에 따라 말투도 달라진다.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사람과 비슷한 말투로 말한다. 만약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사람과 있다면 나는 전혀 다른 말을 할 것이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상대방은 나와 자신이 닮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첫번째도 꽤나 높은 가능성을 자랑하지만, 내 생각에는 두번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때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물론 만나는 사람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고 해도 그 모든 것에 다 '진짜 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게 투명해서 남을 복사해내는 부분 말고, 나에게 분명히 깃들여있을 나의 색깔은 어디까지인가 궁금해지곤 하는 것이다. 하긴,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 것이다. "너랑 나랑 참 닮은 것 같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