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일어수업이 없다는 걸 깜빡하고 학원까지 갔다. 네 시간 후에 또 수업이 있으니 집까지 돌아가기는 좀 그렇고, 시간이나 죽이자 싶어 가까운 데 있는 영화관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봤다. 2편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걸 알고, 꼭 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킬링 타임용으로는 약간 넘치는 영화였다! 1편은 못 봤지만, 앞 내용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라는 인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마크 다씨(콜린 퍼스)도,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가 자아내는 웃음도 억지스럽고 고전적일 때가 많아 밍숭맹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의자에서 히죽 웃으며 일어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강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 캐릭터가 뭉쳤을 때의 그 묘한 조화의 힘, 그리고 그 힘이 변화시키는 웃음의 양상이 바로 그것이다. 뭉치면 살 수 있다! 그 세 인물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뭉쳤을 때 다른 이의 빈곳을 채울 수 있을 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브리짓이 가진 엉뚱함, 마크의 귀여움, 다니엘의 섹슈얼한 로맨스는 다른 두 인물이 가지지 못했기에 서로 보완 가능한 특징인 것이다.


  휴 그랜트에게서 찐한 매력을 느꼈다. 콜린 퍼스도 좋았지만, 나는 역시 느끼남 체질인가! 그 처진 눈 마음에 든다. 친구는 주름이 너무 많아졌다고 경악을 하더라마는, 그의 최근작 네 편―어바웃 어 보이, 투 윅스 노티스,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밖에 안 본 나로서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아, 제대로 본 건 아니지만 모리스도 봤구나. 헉, 주름이 많아지긴 했군.

 

 그런데 왜 이 영화는 노래 가사 번역을 안 했을까? <러브 액츄얼리>는 노래 가사가 다 번역되어서 나왔고, <아이 엠 샘>은 노래 제목을 자막에 삽입했었다. 배경음악이 영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도 내용과 가사의 결합을 이용해 한 장면을 더 웃기게도, 아련하게도 만들어주고 있는 게 분명하건만, 코믹하게 이어지는 대사들 사이에 가사를 끼워넣으면 산만할까봐 그런 건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明卵 2004-12-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은 못 봐서(18금이죠) 비교는 못 하겠지만, 2편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실미도가 여성부에서 꼽은 최악의 영화였죠?(개인적으로 이 선정 마음에 안 듬) 이 영화도 거기 노미네이트될만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멍청한 직장 여성의 stereotype. 너무 바보같거든요;;

진/우맘 2004-12-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역시...조숙한 명란님!! 나랑 취향이 비슷하다니깐요. 10명 중 9명이 마크에게 뿅 가서 나올 때, 나는 혼자서 휴 그랜트의 콧소리를 떠올리며 비죽비죽 웃고 있었죠!

어룸 2004-12-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보셨다지만 그래두) 모리스 시절의 휴그랜트 선물이옵니다아~~~^^(정작 저는 못봤다지요...TㅂT 그래도 책을 읽었으니 아쉬운대로..쿨쩍...게다가 휴는 어차피 나쁜눔 역이잖아요!! ㅋㅋㅋ주인공이었다면 죽을힘을 다해 구해봤을것인디...^^:;;)




담주에 보기로 약속 잡아놨슴당~ 넘 보고 싶어요>ㅂ< 꺄아~~콜린, 휴~기둘리~~~!!

明卵 2004-12-1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그러셨군요~ 휴 그랜트, 보면 볼수록 좋아요^^ 노팅 힐을 봐야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제 은퇴한다는 말이 들려오던데...



투풀님, 꺄아~ 저 파릇파릇한 모습! >.< 언젠가 제대로 보면 모리스 캡쳐해서 페이퍼 쓰고 싶어요.^^ 모리스에서 정말.. 섹시함분출!! 장면이 있었거든요. 크헉.. 전 책 읽어보고 싶은데 (당연하게도) 절판ㅜㅜ 흑흑..

투풀님 페이퍼 기다리겠심다~

어룸 2004-12-13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저야말로 모리스 캡쳐 페이퍼 기다리겠나이다~~~~>ㅂ<)/

Laika 2004-12-1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휴그랜트를 싫어했는데, 점점 느끼해지고, 쭈글해지는 이 시점에서 왜 좋아지려하는지 모르겠답니다.

저 영화보며, 두남자가 취향이 특이하다는 생각도 잠시했어요.

둘 다 잘났고, 매력적이고, 일도 잘하는데,

일도 못하고, 늘 실수하고, 뚱뚱한 브리짓 존스에게 매달릴까하는....

이 영화에선 그게 그 여자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있으니..뭐...

明卵 2004-12-1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기다려주셔요^ㅂ^



라이카님, 느끼해지고 쭈글해져서 더 좋을지도 모르죠. 히히.. 그런데 브리짓의 못난 점 수식어속에 '뚱뚱한'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슬프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기대 이상!
  마음을 비웠다, 그냥 읽어나 본다. 하는 마음이었는데 의외로 얻은 게 많다. 영어도 영화도 좋아하고, 이미도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서 산 것이, 아이 엠 샘 DVD(1disc)와 영어공부 다이어리가 따라와서 처음부터 나를 놀래키더니, 속 내용은 더 쓸만했던 것이다.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산 게 아니었지만, 책에 나오는 표현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소리내어 읽으면서 천천히 읽었더니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얻었다. 이 책에서 읽은 일화나 표현은 금방 잊혀질 것같지도 않다. 학원에서 하듯 "외운" 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읽은"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장면과 연결되기도 하니 더더욱. 구어체 표현이나 영화 이야기, 영어 어휘에 강하다면 별로 읽을 필요 없겠지만 나 같은 경우 다 약해서, 읽는 게 도움이 됐다. 재미도 있었고.


읽고나서의 부작용이라고 하면, 영화가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는 것 정도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明卵 2004-12-02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읽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계셨나요? 좀 더 열심히 쓸걸.
 

  알라딘 대란 직후, 페이퍼에 노래를 등록하려다가 피를 봤더랬다. 지기님께 지워달라고 징징거리러 갔더니 어째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밝은 알 노래방' 카테고리를 비공개로 해놓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름대로 혼자 처리하려고 별 쇼를 다 했다. 그 쇼는 '밝은 알 노래감상'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 노래방에 있는 내용물을 일일이 이동시키면서 절정으로 달렸고, 결국 그 클라이막스를 맞이했을 때 나는 마우스를 집어던졌다. 전 카테고리인 '밝은 알 노래방' 삭제과정에 그 엿같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나의 계획은 이랬다. 옛 카테고리인 '노래방'의 페이퍼들을 새 카테고리인 '노래감상'으로 옮긴 다음, '노래방'을 지워버리면 속에 있던 내용까지 다 지워질테니 더 이상 지긋지긋한 Ziggy Stardust 트리플 플레이를 안 들어도 되겠지! (애초에 그 페이퍼가 잘못 등록되면서 같은 노래가 세 곡 연속 들어가 앉은 게 문제였던 것이다. 게다가 삭제버튼도 사라지고. 참고로 나는 항상 하던 방식대로 페이퍼를 작성했고, 이건 분명 대란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런데 보다시피,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누군가의 눈에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 하나 없고, 기계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미련한 인간이 벌인 웃겨자빠지는 쇼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내 스타일이다. 나에겐 큰 일이고 누군가 더 기술이 있는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라 그에게 부탁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라도, 나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기가 어딘가 찜찜하고 미안스럽다. 그래, 나는 '일하는' 사람을 기피한다.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디든 일하는 사람과 부딪치는 건 질색이다. 매표소, 은행, 우체국, 음식점 같은 곳. (다행히 계산대에서는 '이러이러한 일로 왔다'고 말할 필요없이 그냥 계산만 하면 되니까 참으로 다행스럽다.) 가게로 거는 전화도 싫다. 이런 나의 공포증은 인터넷 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1:1 고객상담 같은 서비스도 컴퓨터가 대답해주는 게 아닐테니 당연히 '일하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싫다.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멍청한 짓을 손수 한 것이다. 그런데 오류 메세지 하나가 그 멍청한 짓조차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어서 기분이 심히 나빴다. 더 기분 나쁜 것은, 이제 내가 피하고 싶어 미칠지경인 1:1 고객상담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싫어도, 이미 시작한 일이니 뿌리를 뽑자. 이렇게 생각하며 문의했다. 내가 페이퍼를 등록했는데 실수(혹은 오류)가 좀 있었다, 상태 메롱인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는 이러이러하니, 좀 지워줄 수 있겠느냐, 혹시 여기로 묻는 거 아니면 말해주길 바란다. 다음에는 그쪽을 이용하게. (이런 황당한 문의를 읽어줄 것에) 감사한다. 어젯밤이었다.

  오늘 아침에 답변이 왔다. 정말 기뻤다. 답변이 이렇게나 빨리 오다니, 역시 간단한 일이었구나! 행복에 차서 메일을 열어본 나는 순간 혈압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답변은 너무나 간단했다. 단 한 줄이다.

"담당부서에 문의해주신 내용을 전달해드려 확인후 고객님께 직접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벙쪄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인간의 몸에 김치만두가 올려져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잠시 어지럼증을 느끼고 정신을 차리니 웃음이 나왔다. 죽여준다. 내가 원하는 건 초 스피드로 날라오는 '담당부서에 문의해보겠네'라는 답변이 아니다. 결과물이다. 담당부서에 전달해서 확인 후에 '직접' 답변드리겠다는 어휘 사용은 대체 뭔가. 이 부사에서는 악의적이 아니라 고질적인 책임회피가 섞여있다. 직접? 누가 직접 답해준다는 걸까. 나에게 이런, 컴퓨터에 입력된 내용을 그냥 날려보낸 듯한 답변을 전달해주신 직원이? 아니면, 이 사람은 그냥 '전달'만 하고 담당부서의 직원이 답변을 해준다는 걸까? 깊은 불쾌감을 느꼈으나, 그러나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문의해주신' 내용을 담당부서에 전달드려서 답변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나중에 확인해보자.

  그리고 지금 돌아왔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분명하다. 떨리는 손으로 '밝은 알 노래방' 카테고리를 클릭한 순간의 그 배신감. 강렬한 2차 어택이었다. 분명히 오전 9시 반 경에 온 답변이 담당부서에 내가 문의한 내용을 전달해서 나에게 직접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작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단 말인가. 뭔가? 알라딘의 부서들은 세계 각지에 하나씩 흩어져있고, 지금이 한 200년 전이라 그까지 가서 답변을 받아오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나보고 1년 정도 기다려달라는 말인가? 아니면 용어 이해의 차이였나? 나는 이 '답변'을 당연히 '해결'이라고 해석했건만, 이 사람은 그런 의미로 쓴 게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면 '해결'이 아닌 '답변'마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당하게도 나는 알라딘의 플래티넘 고객이다. 그런데 이 지랄맞은 1:1 고객상담이 나의 구매액에 대한 회을 느끼게 한다.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1:1 고객상담은 알라딘의 적임이 확실하다. 껍데기는 가라. 나는 진짜 서비스를 원한다.

   알라딘은 오류와 오류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였다. 그런데 그걸 고친답시고 아주 공장 이전을 했는데, 옮겨가는 과정에서 우습게도 '오류'라는 이름의 티끌을 잔뜩 끼워들여버렸다. 그것을 청소한다고 애를 쓰고는 있으나 티끌도 태산이 된다고, 워낙 자잘한 게 많다보니 아주 깨끗이 치워버리는 게 힘든 모양이다. 공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맞은 오류티끌 세례가 바로 대란(大亂)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여파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한자를 괜히 大亂이라 쓰는 게 아니다. 알라딘이 겪는 그 진통때문에 나는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이 수습기간이 끝나기는 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룸 2004-11-2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일단 진정하시고, 김치만두 식히시어요...^^ (ㅋㅋㅋ저도 알라딘때문에 혼자 괜히 광분했던 주제에 남들보고는 무조건 진정하라고함^^;;;;;;;) 근데 플래티넘고객한테 진짜 너무하네요=_= 심지어 은행같은 서비스 구린 동네에서도 최우수고객은 VIP룸에서 기다리지도않고 일처리 하는데 말입니다...쯧

가을산 2004-11-2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명란님아, 쫌만 참아봐요~~!

매너님도 얼마전에 똑같은 답장 받고 한번 뒤집어지셨죠! ^^

정말 저 멘트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요즘 발밑에 꼬인 실타래들은 잘 헤쳐나아가고 있나요?

明卵 2004-11-2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ㅎㅎ 누구나 자기가 똑같은 상황이라면 열낼 일일 때도 다른 사람에게는 '진정해'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요. 김치만두는요, 사실 김치호빵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1. 김치 호빵을 먹어본 적이 없다. 2. 사실 본 적도 없다. 3. 그러고보니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래서 김치만두로 쓴 거랍니다^^;

훗.. 1:1 고객상담을 담당하는 직원은 '컴퓨터'인데요 뭐^^(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저런 조두(鳥頭)같은 날리는 걸 보고 단박에 알아차렸죠.) 고객이고 뭐고 눈에 보이겠어요?



가을산님, 후.. 매너님이 그러셨군요. 누구라도 저따위 답장에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쵸? ^^ 알라딘의 적이예요.

발밑에 꼬인 실타래(or 빨래더미)는 천천히 풀고 있어요. 요즘 보고있는 외화시리즈, Six Feet Under에 더 이상 깊이 빠지지만 않으면(하루에 한 편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다 헤치우는 것, 성공할 것 같아요^^

mannerist 2004-11-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그 사태에서 두 번 광분했습니다. 첫번째가 사과 공지랍시고 띄워놓은 데다 '일부 기능'운운했을때랑, 그 한줄짜리 1:1답변 보구 말이죠. 그나저나, 겨울방학이 많이 길죠? 보람있게 보내세요. =)


넋두리_그나저나 플래티넘 회원이신데 헉_그거 유지하자면 매너 한달 생활비 1/2 -1/3을 때려박아야 하는데. 좋으시겠어요. 흑... 불우한 청소년 시절 생활이. ㅜㅡ


2004-11-26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4-11-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제가 문의한 사항, 늦긴 했지만 지금은 처리되었더군요. 하지만 1:1 고객상담의 한 줄 답변은 정말 성의도 영양가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머리꼭지를 돌게 하기에 딱 좋아요. 그렇죠?

그런데 겨울방학이 많이..길..까요?ㅜㅜ 지금도 수업 제대로 하고 있고, 1월이나 돼야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걸요. 게다가 고등학교 공부도 해야 하니까, 그다지 길게 느껴지진 않네요 ^^ 보람있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훗... 그리고 플래티넘 회원은 말이죠, 학교 교재를 제 아이디로 주문한 게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 가족 책을 전부 제 아이디로 주문하기도 하고요. 또, 최근에 문제집을 좀 많이 샀거든요. 적립금 3% 더 쌓이니 좋더군요ㅎㅎ (누구 책을 사든 적립금은 고스란히 제 몫이니까요!)



귓속말님, 그러셨군요. 중국어라... 저는 중국어에 재미가 정말 안 붙어서, 제2외국어(사실 저한테는 제3외국어지만)는 불어를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치고사라니, 어떻게 보셨는지요? 저희 학교에서 배치고사를 치긴 하지만 2월에 한 번 있더군요. 그나저나, 저도 그런 등수를 받으면 어쩌죠ㅠㅠ 160명 중 130등 이런 식으로. 누군가는 그런 등수를 받아야 하겠죠. 아, 정말 미친듯이 공부해야겠습니다. 아니, 설렁설렁이죠ㅎㅎ

明卵 2004-12-0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른 혜택은 어차피 있지도 않으니까^^;;
 

엄마는 마흔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우리 엄마를 존경한다.
환한 웃음을 가진 엄마.
'소통'할 줄 아는 엄마.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엄마같은 선생님을 만나면 한 해가 행복할 거예요.
사랑해요, 엄마.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4-11-1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 알님 어머니가 마흔이시란 말입니까? 알님! 앞으로는 저에게 '이모'라고 불러 주세요. 나이 자랑하는게 아닌데...그래도 제가 알님 어머니보다는 한 살이나 더 먹었다구요...큭..어쩌면 저리 동안이십니까? 아무래도 내일부터 저도 나으 미모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까 봅니다..^^

明卵 2004-11-16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이모~^^

明卵 2004-11-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하하^^ 듣긴 많이 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음... 아빠는 마흔 여섯이세요. 캠퍼스 커플이었죠. (같은 과는 아니고요)



따우님, 네~^^

오늘 무려 시즌3가 '끝났습니다'!! (어이구, 이를 어쩌죠;;)

에밋과 테드는 헤어졌어요. 테드는 자신이 마약을 했을 때 찍은 비디오를 보고 충격받아 마약치료소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카운셀러가 된 블레이크를 만나죠. (블레이크는 시즌1에서 테드가 도와줬던, 그리고 사랑했던 마약중독자예요.)

그 외에...

브라이언은 "Concerned Citizens for the Truth"(홈CGV에서는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인가, 뭐 그런식으로 번역해놨던데 truth는 어디로 갔는지-_-;;)의 이름으로 프라임 타임 광고를 내느라 전재산을 날립니다. 그 광고덕분에 스톡웰은 낙선하죠.

저스틴은 학교에서 짤렸어요. (아시다시피^^)

멜라니와 린지는 멜이 임신 1기를 지나면서 한시름 놓게 됩니다.

마이클과 벤에게는 시즌4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사건이 터집니다. 그 둘이 데리고 사는 헌터 아시죠? (본명은 제임스 헌터 몽고메리예요.) 그 헌터의 엄마가 나타난 거죠! 마이클과 벤이 헌터를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자 그 엄마는 경찰을 데리고 나타나는데요, 마이클은 헌터를 엄마에게 보내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브라이언의 차를 빌려 도망치죠.

홈CGV는 12월 20일부터 월, 화 12시에 시즌1부터 재방송을 할 거랍니다.

그런데 '다들'이라니 또 누가 있나요?

明卵 2004-11-1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멋진 환경입니다!^ㅂ^

블레이크, 정말 놀라워요. 그리고 님의 추측도~ 저는 블레이크를 전혀 기억못하고 있었거든요-.-;

브라이언은 광고때문에 10만 달러를 쓰고 집에 있는 온갖 럭셔리한 아이템들을 팔아치워요. 게다가 차까지 마이클에게 빌려줬으니 남은 거라곤 집과 침대, 그리고 저스틴뿐이죠ㅎㅎ (침대는 안 팔았어요. 침대를 파느니 차라리 신장을 팔겠답니다ㅋㅋ) 하지만 걱정마세요~ 시즌4에서 광고회사 Kinnetik의 사장이 된 그를 발견하실 수 있을테니까요! (kinnetik은 저스틴이 지어준 것으로, 브라이언의 패밀리 네임인 Kinney와 활동적이라는 뜻의 kinetic을 멋지게 합친 이름이죠^^ 저스틴 스스로가 It's genius라고 평하기도..)

어룸 2004-11-17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20일부터 시즌1해준다는 소식에 달력에표시, 핸폰에 등록 해놨답니다^ㅂ^ 연달아서 다 해준다니까 시즌2도 차근차근 다시 볼수 있을것같아요^^

아니아니, 잠깐만요, 저도 모르게 QAF로 빠져버렸잖아요, 명란님의 어머니는 정말정말 멋지다는 말 하고 싶었건만!!! ^^;;;; 명란님의 어머님, 멋지십니다! 존경합니다!! ^ㅂ^)/

앗참, 전 엠을 젤 좋아하기로 결정했어요(마이키는 밀렸습니다~푸하하~ 뭐 제가 없어도 벤이랑 헌터가 있으니 걱정없잖아요^^), 잔뜩 울것같은 얼굴을하고서는 못울고 있는 엠땜에 어제 오늘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흑흑...(결국 QAF로 끝맺음^^;;;;;;;;;;;;;;;;)

明卵 2004-11-1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엄마한테는 앞 뒤 잘라서 전해드려야겠습니다.

明卵 2005-02-1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이모! ^^ 이모들이 많아서 전 행복해요.
 

  길가의 나무 잎사귀도 붉은 기를 머금은 오늘, 오늘은 10월이다. 10월이라면 그저 가을, 그리고 거기에서 뻗어져 나오는 단어들─천고마비라든지, 독서라든지 하는─과 영화 <시월애>밖에 안 떠오르던 작년의 10월을 넘어, 나는 지금 이 10월에 고등학교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된 건가……. 세월 참 빠르다던 할머니의 습관적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려는 것일까, 그런 것일까. 나는 최근, CD를 자주 꺼내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곡, 영국 가수 엘튼 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 "Goodbye", 작별을 뜻하는 이 말이 가슴을 때린다. 잘 가요, 잘 있어요, 이제는 안녕, 이라고.

  나의 마음속에서, 내 길들은 참 많이도 바뀌어왔다. 그 어린 날 만화가의 굼이며, 의사, 변호사, 번역가까지 속으로 얼마나 길을 휙휙 바꿔댔는지 모른다. 그 때는 그 길이 너무 멀고, 또 눈에 보이지 않아, 모두 다 '꿈'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꿨다가 낮 동안 잊고마는 꿈. 하지만 점점, 마치 같은 꿈을 여러 번 꾸면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것처럼, 그 길이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리로 가렴, 저리로 가렴, 가볍게 등을 밀어주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두리번거리고 있던 내 앞에 갈래길이 보였다. "어디로 갈 거니?" 이제는 귀를 기울여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하는데, 나의 입은 굳게 닫혀 있고 머리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런 나의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내 발은 시간을 타고 흘러, 갈라진 길의 끝자락으로, 끝자락으로 나를 몰아가고 있다.

  두렵다. 이왕이면 비행기를 타러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느 길을 선택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지독히 두렵다. 긴, 긴 길을 거북이 등을 타고 지나며 저편, 다른 길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며 우주선을 보고 있어야 한다면 어쩌지. 그런 느릿한 길을 선택할지도 모르는 내 자신이 두렵다. 그런 두려움들이 모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로 떨어질 때면, 나는 뒤를 돌아본다. 내가 지나온 길, 그 밝은 노란색 길을.

  눈이 돌아갈 것 같은 혼란 속에서 뒤를 보면, 여러가지 감정들이 솟구친다. 그 감정을 어찌 어찌 다잡고 다시 앞을 보면, 또 다시 두려움. 그러면 또 뒤를 돌아보고. 이런 일들을 반복하다가, 이제는 앞만 보고, 울면서라도, 떨면서라도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월에, 닿을 듯 말 듯 나를 초조하게 만들던 갈래길의 선택이 마침내 피부에까지 느껴지도록 가까워졌다. 앞에만 눈을 고정하고, 앞으로, 앞으로 가던 짧은 시간이 결국은 나를 이만큼 밀었다. 선택의 시간, 길을 선택하기에 앞서 나의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비행기가 아니라면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기를 바라며, 나는 마음을 거의 굳혔다.

  아예 다른 길로 접어들어서, 이제는 뒤를 돌아봐도 상황에 달라지지 않을 때, 나는 그 때가 유록색 이파리가 돋아날 때쯤이라는 걸 안다. 봄에 피는 개나리의, 생명의 빛깔이자, 어린 순수함을 상징하는 노란 길. 나의 노란 벽돌 길을 그 때쯤이면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말하리라.
  "안녕, 나의 길! 그리고 그 곳을 지나온 나의 모습들!"

  Goodbye yellow brick road, 하고, 엘튼 존의 목소리가 들린다.


올해 교내 백일장 제재 중에 '길'이 있길래 주저없이 선택했다. 내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게 아니던가.

이 글을 읽은 엄마의 처음 평가는 이랬다. "뭐랄까... 앞부분은 좋았는데, 뒷부분은 끝을 위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그리고 좀 식상하기도 해. 뭐라고 해야되지, 이런 걸..." 답은 작위적, 전형적이 아닐까요, 엄마? 뜨끔했다. '끝을 만들기 위해' 쓴 게 맞기 때문이다. 아니, 약간 다르긴 한데, 일단 시간에 맞춰서 써야 하기 때문에 대충 마무리를 지은 거였다.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워드에 익숙해져있는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시화 작업을 한다고 글을 들고 간 다음에는 말이 이렇게 바뀌었다. "근데 란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좋구나. 있지,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워요, 엄마. 엄마는 항상 내 편이지.

이 글을 쓰는 건 즐거웠다.(시간은 촉박했지만, 어차피 그건 매년 겪는다.) 1학년, 2학년 때는 어떻게 이 글을 끝맺나, 하고 머리를 싸매야 했지만 '나의 길'에 대한 것은 너무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금방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덤으로, 이건 백일장이 아냐, 서재에 내 생각을 적는 거야, 라는 생각도 나를 도와줬다^^ (알라딘 서재와 나는 이렇듯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글이 장원을 받은 건 좀 놀랍다. 다들 딴짓하려고 글쓰는 시간에 놀았나;;

그런데 나는  발칙스러운 실수를 크게 두가지 했다.
1. Goodbye Yellow Brick Road의 가사와 글 내용이 안 맞는다.
2. 시월애는 10월과는 관계가 없다.
둘 다 몰라서였다!
1번, 노래가사는 생각이 안 났다. 쓰면서도 '이런 내용은 아닌데...'싶었지만 확인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내가 원한 것은 노란 벽돌 길이라는 소재뿐이었기에 그냥 써버렸다. 크게 가사를 들먹인 것도 아니고 그냥 들었다고 한 건데 뭐, 하면서. (요즘 듣는 건 사실이다.) 그럴듯한 대목도 있다. Oh I've finally decided my future lies beyond the yellow brick road~
2번, 시월애는 전혀 몰랐다. 쓰면서도 의아했다. 영화속에 시월(十月)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데 왜 시월애지? 그러나 분위기를 위해 과감히 넣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한자로 時越愛였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 으하하... 왜 영어제목을 엄하게 Il Mare라고 붙인 거냐, 時越愛의 의미를 담고 있었으면 알았을텐데^^;

지금 이렇게 옮겨적다보니 드는 생각.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비행기에서는 기내식도 주고, 영화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지만 단풍이나 꽃같은, 그런 아름다운 풍경은 볼 수 없으니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明卵 2004-11-0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 쓴 게 미안해서 시험끝나면 시월애를 한 번 더 봐야겠다. 기억이 너무 희미하다.

가을산 2004-11-0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의 생각과 글들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明卵 2004-11-0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