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다 읽었다고 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어냈다는 데 의의를 둔다.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그 '괴테'도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이었고, 그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이렇게 오랜 기간 (사실 세상의 역사를 보았을 때 인간의 역사란 미미한 것이라 하더라도) 예술을 공유하며 생존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메게라 :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48쪽)
주석 33) das Schaudern.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애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잇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89쪽)
메피스토펠레스 : 누구나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법,
정들어 살던 곳이 천국이지. (178쪽)
파우스트 :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349쪽)
근심 :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온갖 보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제것으로 소유할 수 없어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되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358쪽)

(루카 조르다노 - 다이아나와 엔디미온)
귀부인 : 엔디미언과 루나를 그려논 것 같아요!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