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학급운영 반성  ^^;]

   찬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에 대해 고민하던 그 이야기를 써 놓았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6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해야할 일이 많은 것 같았던 5월이 지나고, 일상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6월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존중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계획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여전히 우리반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맡겨도 자기들이 정한 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없습니다. 아마도 자기 삶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그런 가 봅니다. 그래서 마음 든든하고 한편으로는 흐뭇하기도 합니다. 소소한 잘못이야 가끔 일어나지만, 애교로 봐 줄 만한 일들이구요, 담임이 학생들 때문에 속상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6월 우리반은 날적이만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날적이를 읽으며 확실히 학생들의 개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거의 대부분이 12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형편이라 내용도 뻔하고, 고민도 뻔한 우리반 아이들이 무척 안쓰럽습니다.
   아이들과 하기로 했던 종례시간에 음악듣기는 저의 게으름으로 지금껏 미루고 있는데, 2학기엔 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스럽습니다. 학급자치시간에는 아이들과 같이 부를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음악 시간에 배운다는 「나이 서른에 우린」과 「바위처럼」을 미리 들려주며 놀았습니다.

[7월 학급운영 계획]

   기말고사는 2-5일, 방학은 18일. 일요일과 공휴일을 합쳐서 3번. 방학 후 22일부터 8월 중순까지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이름의 불법 보충수업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제가 빼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수박 먹기 대회는 학기 마무리 행사(정말로 학기가 마무리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를 겸해서 12일 자치시간에 해 볼 계획입니다. 수박 먹기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간단한 설문지를 통해서 학생들이 지난 1학기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 가능하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라도 1반과 축구시합 마무리도 하겠습니다.
 
수박 먹기 대회 안내
   모둠별(7명 정도)로 수박이 한 통 정도 돌아갈 수 있도록 수박을 준비합니다.(가게나 학교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해 두는 건 필수겠지요) 모둠별로 수박 먹을 사람의 순서를 정한 명단을 받아 둡니다. 교실 바닥이 너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신문지를 깔고 수박을 반으로 쪼갠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모둠별 인원수만큼 자르고, 가장 큰 부분들은 선생님께 냅니다. 참가자 순서대로 앞으로 나오면 그 모둠에서 낸 수박을 주고, 동시에 수박 빨리 먹기 시합을 합니다. 우승한 사람, 가장 깨끗하게 먹은 사람 등으로 점수를 주고 우승한 모둠에게는 수박 한 통을 더 주면 좋겠지요. 중간에 모둠별 응원전도 넣어서 바로 수박을 상품으로 내걸면 호응이 폭발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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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학급운영을 되돌아 보며

[빛나는 일상으로?]
   5월이 훌쩍 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같은 기념일의 틈바구니에서, 학교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우울한 소식들로 제 자신이 약간 혼란스러웠던지라 정작 아이들과의 자잘한 일상에서 제 모습은 어떠했는지 제대로 돌아볼 기회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린이날에는 친구를 괴롭혀서 배운 춤으로 공부방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기껏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생색도 냈으며, 스승의 날에는 한없이 부족한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준 몇 녀석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으니,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적응해 가며 살아온 것도 같습니다.
   엄청난 담론의 공간 어디에도 교육의 논리를 찾아 볼 수 없는 NEIS 문제를 보며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연가를 내기로 했지만, 담임을 맡은 처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학생 인권 보호와 되돌릴 때의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 어느 것 하나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를 몇 번이나 다그쳤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결론은 ‘왜 지금 NEIS여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얻을 수 없었기에 기꺼이 연가를 낼 생각이었답니다.
   그러나, 제가 안팎으로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아이들과 마음을 열어두고 한 달을 살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아이들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교사로 생활해야 한다고 여러 번 다짐하면서도, 일상에서 제 모습이 과연 제 다짐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간극이 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2%로 부족하다.]
  5월 학급운영이라... 그것을 제대로 된 학급운영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계획한 것은 겉으로나마 실천에 옮기려고 애썼습니다. 차라리 여러 선생님께 공표된 계획이라 더 실천하려고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겨우 이 정도의 활동에 ‘매달린다’는 표현을 썼네요.)
   우리반 아이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전히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아이들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만- 안도감이 듭니다. 날적이는 성실한 우리반 아이들 덕분에 꾸준히 나가고 있고,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아이들과 사진도 찍었으며, 비빔밥도 해 먹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부모님들께 지난 3개월 동안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도 드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방과 후에는 널찍한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괜한 투정인지는 몰라도 모든 게 잘 돌아간다고 말씀드리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합니다. 아마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까닭인가 봅니다. 이제 겨우 세 달, 아마도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엔 짧은 시간인가 봅니다. 아니, 누군가의 마음을 담기엔 작은 그릇인가 봅니다. 스스로를 가다듬는 마음으로 더 힘차게 걸어가겠습니다.

[6월 학급운영 계획]

   벌써 아이들과 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이제 6월에는 아이들과 제가 한 약속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습니다. 또 자기 선택의 ‘권리’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첫날부터 말한 이 약속이 지금 얼마나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지, 아이들 기억에 힘주어 말한 제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요?
 

1)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인문계 고등학교 선생만의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야간 자율학습 문제입니다. 학생들이 야간자율 학습을 무척 힘들어합니다. 학교는 억지로라도 잡아 앉혀두려고 하고, 학생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저항합니다. 학생들은 아파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고 싶어서 아픈 모습입니다. 저는 그 상황을 막아내는 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못 가게 할 명분도 없고, 못 가게 한다고 해서 진득하니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제 자신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른 선생님들과 여러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제 소신대로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6월부터는 스스로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께서 동의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온 제 방식대로 아이들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정했습니다. 가능한 대로 여기저기 눈치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6월을 보내겠습니다.

2) 음악이 있는 종례시간을
   종례시간에 아이들에게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우리반 학생들의 전체 의견을 통해서 진작에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지금껏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마당에 무엇을 더 망설이겠습니까? 또 다시 예쁜 공책 한 권을 준비해야할까 봅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우선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부디 아이들이 짜투리 시간도 의미 있게, 저희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이 욕심 많은 선생을 욕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는 짤막하게나마 제가 이 공간을 통해 노래와 함께 보낸 종례시간이 즐거웠다고 쓰게 되기를 바라며...

3)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급자치시간에는 다양한 학급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재미있는 노래도 같이 부르고 싶고, 제가 사 둔 비디오도 한 두 편은 보고 싶고, 통일주간을 맞이해서 통일 관련 계기교육도 해 보고 싶습니다. 6월말이나 7월초엔 그 유명한 수박먹기 대회를 해 볼 궁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학급운영비도 예산에 잡혔다는데 기회가 되면 기분 좋게 한 턱 쏘지요~, 뭐!

4) 하고 있는 일은 끝까지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 짧은 쉬는 시간에 창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며 인사하는 아이들을 두고 퇴근하는 그 머쓱함이란! 나와 아이들의 처지가 본질적으로 다른 거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이들과 저는 어디까지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을까요? 모범을 보이라며 샘도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녀석에게 불끈 화가 치미는 하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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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우리반은]

   새 학교에 온 지, 그리고 담임을 맡은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게만 보이던 이 학교에서의 생활이 이젠 차츰 일상으로 느리게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조금씩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 아이들과 더불어 영혼의 자유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 모둠일기로 서로의 마음 열기
   우리반 모둠일기는 두 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꾸준하게 써 오고 있습니다. 무 엇보다 저도 정성스럽게 한 마디 덧붙이려고 애쓰며 저의 하루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아이들도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 일기장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이 일기장이 아이들과 저의 마음을 잇는 소중한 끈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2. 개인 상담 마무리
   아직 개별 학생들을 모두 만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탓입니다. 저는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라고 조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은 낯이 선 선생에게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봅니다. 한참을 긴장과 뻘쭘함 속에 아까운 점심시간을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땐 ‘샘이랑 얘기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데이~’ 하며 슬쩍 주의를 줍니다. 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 준 대가로 저는 ‘맛있는 거’ 하나씩 사 줍니다. 점심시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학교 건물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제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라는 것을 우리 반 녀석들은 알까요? 아직도 12명이 남았습니다. 5월이 한참 지나가야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지치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 아이들의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3. 비빔밥 해 먹기
   5월 9-12일이 우리 학교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점심을 같이 먹고 운동하자고 얘기할 생각입니다. 점심은 당/연/히/ 비빔밥입니다. 전에 자료로 만들어 둔 ‘얘들아, 밥 먹자’라는 자료를 미리 전해줄 겁니다. 아직 학교 일정이 유동적이고, 우리반 아이들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모릅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점심을 먹고, 중간고사 기간 동안 애쓴 보답으로 같이 구민운동장을 신나게 달릴 생각입니다.

4. 스승의 날 사진 찍기
   일 년 중에서 가장 제가 곤혹스러운 날이 바로 스승의 날입니다. 매년 뾰족한 방법이 없이 그냥 어물쩍 넘어가기만 하다가 몇 해 전부터는 아침부터 아이들과 개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개인의 경험으로 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기껏 단체 사진 몇 장 뿐이지요. 아이들과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등나무 그늘에서 사진을 찍으며 ‘먼 훗날 우리가 만났을 때 이 사진을 들고 와야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 줄 겁니다.

5. 가정통신문 보내기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학부모님들께 저의 학급운영 계획과 제 전화상담을 위한 시간표를 전해 드렸습니다.(카페 자료실 참조) 학기 중간쯤이기도 하고, 스승의 날을 앞두고 괜히 염려스러운 마음에 가정통신문을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반 아이들과의 행복한 이야기도 넣고, 제가 생각하는 교육에 대한 생각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서 학부모님들과 어색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싶기도 하고, 학부모님들의 궁금함을 푸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으로]


  지금 제가 붙잡은 화두는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으로’ 우리 학생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고 하는 것과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무에 대한 의미 있는 자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이 말을 아이들에게 말로 행동으로 꼭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비슷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고 해도 매 번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올해는 ‘이래야 한다’, ‘이건 이렇다’ 하는 거 없이 그 순간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갱이로 해서 항상 밝은 눈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점점 생기는 것, 아이들 스스로의 선택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약간은 느긋하게 기다려 줄 여유가 생긴 것 등이 짧은 두 달 동안에 제게 생긴 큰 변화들입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아주 큰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이렇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내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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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3-12-0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학급운영기를 쓰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학급운영모임 ''모두아름다운아이들''에 참여해서 꾸준히 고민하고, 토론한 덕분에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두아름다운아이들''에 참여하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기며...
 

1. 기말 시험 문제를 내다.

   남들은 쉽게 하는 걸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늦게 내는 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지난 월요일이 시험 문제 제출 마감이었으나, 나는 오늘에야 겨우 문제를 다 냈다. 어제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문제가 마무리되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밤을 새우셨을까?교사의 가장 고유한 권한 중 하나인 평가권을 행사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두 달 동안의 수업 상황을 학생들을 통해 내가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좀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텐데, 모두에게 공부한 만큼의 성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2. '리뷰'를 쓰다.

   약 두 달 만에 다시 리뷰를 썼다 -십시일반. 처음엔 리뷰를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마냥 나 혼자 편하자고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십시일반을 읽고 리뷰를 꼭 쓰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쉽게 써지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십시일반에 대한 리뷰를 썼다. 너무 빨리 써서-그리고 전에 쓴 것과 전혀 달라서- 놀라울 뿐이지만, 내용은 아마 엉망일 것이라 서재 앞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며칠은 약간 속이 쓰릴 것 같다.  아직도 글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만, 그런 긴장감을 채찍으로 삼아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싶다.

3. 꼭 보고 싶은 영화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human  resource'와 '미스틱 리버' .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라서 기대가 된다. 'human resource'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하기 때문에 영화를 본다면 모처럼 겨울 바다를 구경할 가능성이 높다.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작품인데, '사람들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라는 설명과 '시놉시스'를 읽고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든 영화다.

   이제는 축구 중계가 시작될 시간이다. 지금 자지 않으면 내일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지만, 축구 중계를 놓칠 수야 없지! 빨리 텔레비전 앞으로...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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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어제 밤에는 무척 운 좋게, 깔끔하고 편한 숙소를 구했습니다. 어줍잖은 글이나마 써 놓고 숙소를 잡았으니 무척 여유도 있었습니다. 느긋하게 내일 일정을 정하고 일출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잠도 일찍 잤습니다. 
   이른 새벽 저도 모르게 잠을 깨고 창 밖을 내다보니 날이 잔뜩 흐립니다. 이것으로 성산봉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어제 잡은 일정은 어그러진 셈이지요. 그래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들었답니다. 한참 후에 깨어보니 어느덧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늦어지는 걸 보니 이젠 몸도 제법 피곤한가 봅니다.
   여전히 빵과 우유로 늦은 아침을 먹습니다. 가방을 챙겨들고 느릿느릿 성산봉 아랫동네를 돌아 성산항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햇살이 따갑습니다. 오늘도 날이 푹푹 찌려나 봅니다. 성상항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타고 우도를 둘러보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로로 들어가는 배에서 보니 일출봉의 모습이 마치 코뿔소가 바닷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인 모습입니다. 먼저 소머리 오름에 올라서 제주도의 모습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한라산이 수많은 오름들을 품에서 벌려놓은 듯한 모습이 장관입니다. 소머리 오름에서 바라본 바다는 막힘 없어 보는 눈맛이 시원합니다. 오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사진은 찍습니다.

제주도의 오름들(우도에서)


   이후에 그 옛날 고래가 살았다는 동안경굴을 지나 고운 산호모래로 유명한 서빈백사를 둘러봤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우도의 모습은 때가 덜 묻은 순박한 마을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제주도가 원래 모습이 이랬지 싶은 생각이 들어, 뱃길로 15분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 세월의 시간 차이를 느꼈습니다.
   성산읍으로 나오는 배에서는 그냥 드러누워 또 일정을 잡습니다. 배는 야속하게도 금방 닿고 저는 점심을 먹고 움직이려고 어슬렁거렸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이리저리 머뭇거리다가 번잡한 거리를 빠져나오고 말았습니다.
   다시 해는 구름 속에서 나왔고, 곧 이어 땀이 쏟아집니다. 그나마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 바람 덕에 쓰러지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는가 봅니다. 한참을 걷다보는 조개잡이 체험장에 들렀는데, 저는 물집 잡힌 발이 걱정이 되어 사람들이 조개 잡는 모습만 구경하다 빠져나왔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동작이 굼뜨는 것 같아 걱정이 슬그러미 들어 이제부터는 발걸음을 좀 빨리 놀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빵빵! 하는 차소리. 누가 길을 물어보나 싶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선생님”하고 부릅니다. 이은경선생님께서 여행하시다가 알아보시고 내리셨더라구요. 일행들 때문에 시원한 물 한 잔 얻어 마시고 금방 헤어졌지만, 이런 곳에서도 반가운 사람을 만난 기쁨으로 또 얼마 동안은 힘내서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점심을 제대로 먹기 위해 찾으려니 또 제법 큰 마을이 안 나타나네요. 오후 4시쯤에야 겨우 구좌읍내에 닿았습니다. 일단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학교가 개학을 했는지 하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로 좁은 읍내가 무척 활기찹니다. 학생들이 예뻐서 몇 마디 말도 붙여 보았는데, 답하는 목소리는 또 얼마나 경쾌한지...
   점심을 먹고 내일 돌아갈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아무리 걸어도 더 큰 마을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숙소를 구하려고 했답니다. 발에 물집이 더 심해지고 발목이 시큰거려서요. 하루만 푹 쉬면 좋겠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없고 걸음은 더 걷기 힘들고... 그러나 지금 숙소를 잡으면 방값이 조금 비싸거든요. 얼마 전에 만난 변경석선생님의 추천대로 근처에 있는 다랑쉬오름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가방은 마을 끝 빵집에 맡겨두고 가볍게 몸만 움직이기로 했지요.
   저 멀리 비자림(榧子林)들 돌아서 다랑쉬오름에 오르려고 하는데 구름이 잔뜩 끼였던 날이 더욱 흐려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다랑쉬오름의 입구를 못 찾아서 여러 번 헤매고 있었으나, 사람이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어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앞은 점점 더 안 보이고... 겨우 찾은 입구는 철망으로 막혀져 있었습니다. 더 어찌해 볼 엄두가 안 나서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있는 산길을 그냥 오르기로 하고 가파른 길을 꾸역꾸역 올라갔습니다. 암팡진 막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다랑쉬오름의 오르막 길을 오르며 얼마나 쉬었는지 모릅니다. 그 사이에도 구름은 더해서 이젠 다랑쉬오름과 이웃한 아끈다랑쉬오름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러다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을 무척 했습니다. 그래도 구름 속인지 안개 속인지를 혼자 걷는 맛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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