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우리반은]

   새 학교에 온 지, 그리고 담임을 맡은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게만 보이던 이 학교에서의 생활이 이젠 차츰 일상으로 느리게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조금씩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 아이들과 더불어 영혼의 자유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 모둠일기로 서로의 마음 열기
   우리반 모둠일기는 두 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꾸준하게 써 오고 있습니다. 무 엇보다 저도 정성스럽게 한 마디 덧붙이려고 애쓰며 저의 하루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아이들도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 일기장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이 일기장이 아이들과 저의 마음을 잇는 소중한 끈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2. 개인 상담 마무리
   아직 개별 학생들을 모두 만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탓입니다. 저는 매일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라고 조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은 낯이 선 선생에게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봅니다. 한참을 긴장과 뻘쭘함 속에 아까운 점심시간을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땐 ‘샘이랑 얘기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데이~’ 하며 슬쩍 주의를 줍니다. 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 준 대가로 저는 ‘맛있는 거’ 하나씩 사 줍니다. 점심시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학교 건물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제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라는 것을 우리 반 녀석들은 알까요? 아직도 12명이 남았습니다. 5월이 한참 지나가야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지치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 아이들의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3. 비빔밥 해 먹기
   5월 9-12일이 우리 학교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점심을 같이 먹고 운동하자고 얘기할 생각입니다. 점심은 당/연/히/ 비빔밥입니다. 전에 자료로 만들어 둔 ‘얘들아, 밥 먹자’라는 자료를 미리 전해줄 겁니다. 아직 학교 일정이 유동적이고, 우리반 아이들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모릅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점심을 먹고, 중간고사 기간 동안 애쓴 보답으로 같이 구민운동장을 신나게 달릴 생각입니다.

4. 스승의 날 사진 찍기
   일 년 중에서 가장 제가 곤혹스러운 날이 바로 스승의 날입니다. 매년 뾰족한 방법이 없이 그냥 어물쩍 넘어가기만 하다가 몇 해 전부터는 아침부터 아이들과 개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개인의 경험으로 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기껏 단체 사진 몇 장 뿐이지요. 아이들과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등나무 그늘에서 사진을 찍으며 ‘먼 훗날 우리가 만났을 때 이 사진을 들고 와야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 줄 겁니다.

5. 가정통신문 보내기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학부모님들께 저의 학급운영 계획과 제 전화상담을 위한 시간표를 전해 드렸습니다.(카페 자료실 참조) 학기 중간쯤이기도 하고, 스승의 날을 앞두고 괜히 염려스러운 마음에 가정통신문을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반 아이들과의 행복한 이야기도 넣고, 제가 생각하는 교육에 대한 생각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서 학부모님들과 어색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싶기도 하고, 학부모님들의 궁금함을 푸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으로]


  지금 제가 붙잡은 화두는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으로’ 우리 학생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고 하는 것과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무에 대한 의미 있는 자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이 말을 아이들에게 말로 행동으로 꼭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비슷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고 해도 매 번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올해는 ‘이래야 한다’, ‘이건 이렇다’ 하는 거 없이 그 순간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갱이로 해서 항상 밝은 눈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점점 생기는 것, 아이들 스스로의 선택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약간은 느긋하게 기다려 줄 여유가 생긴 것 등이 짧은 두 달 동안에 제게 생긴 큰 변화들입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아주 큰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이렇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내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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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3-12-0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학급운영기를 쓰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학급운영모임 ''모두아름다운아이들''에 참여해서 꾸준히 고민하고, 토론한 덕분에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두아름다운아이들''에 참여하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