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시험이 끝나자 마자 3학년의 자범이랑 금정산에 올랐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전부터 그냥 산에 한 번 오르자는 이야기를 했던 터였다.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겨울답게 조금 서늘해서 등산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우선 학교 근처에서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귤도 조금 사서 봉지에 담았으니 산행 준비는 이것으로 끝이다. 산성버스를 타고 금정산 동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 오늘 산행 코스는 금정산 <대륙봉- 남문- 망미봉-상계봉-파류봉-산성마을>로 이어지는 3시간짜리 산길이다. 산행을 시작할 때가 한 시 반쯤이었다.

   둘이서 산길을 걸었다. 자범이는 나에게 학교 다닐 때, 재수하던 때, 요즘의  생활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고, 나는 자범이의 고3생활-물론 수업시간에 들어가니까 조금은 알았지만-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지바른 곳에는 더없이 따뜻한 햇살 덕분에 포근했지만, 그늘진 곳은 조금만 앉아서 쉬어도 땀이 식어서 으스스 몸이 떨렸다. 남문에서 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망미봉에서 상계봉쪽을 바라보니, 언제나 새로운 금정산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파류봉은 정말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절벽이라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둘이는 해가 지는 걸 바라보며 차근차근 산길을 내려왔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잠깐 딴길로 갔지만, 그래도 무사히 내려왔다. 내려오니 정확하게 다섯시! 가슴이 확 뚫리는 환상적인 산행이었다. 여기, 그 사진 몇 장!!


남문 앞에서

 

 



망미봉에서 바라본 고당봉

 

 

상계봉

 

 




상계봉에서 바라본 망미봉

 

 


상계봉의 쓰러진 망루

 

 

 


상계봉으로 나있는 성곽


 



상계봉에서 바라본 김해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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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의 장미의 이름!

   언젠가 페이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늘 이 책을 한 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안 읽히는 책이었다.(옛날에 몇 페이지 뒤적이다가 덮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다른 책 사는 김에 묻어서 그냥 샀는데... 제일 먼저 3학년 학생을 빌려줬다. 며칠 뒤에 그 녀석이 '샘 너무 어려운데요. 못 읽겠어요!' 하기에 '그 책 나중에 가면 진짜 재밌다. 야~! OO이 책도 좀 잘 읽을 거 같더니만, 의외네!'하는 말로 입막음을 해 두었다.

   그리고나서 며칠 뒤, OO이는 생각보다 빨리 다 읽었다며 이 책을 돌려주었다. 그래서 며칠 뒤엔 내가 읽게 되었는데, 앞부분이 너무 어렵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생각보다 안 읽힌다. OO이에게 큰소리친 게 후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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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근황을 적으면서 알라딘의 책을 넣기는 처음이 아닌가 한다.

   요즘도 나의 생활은 여전하다. 조금은 바쁘고, 조금은 게으름을 부리고, 조금은 집중해야 할 일을 스스로 만들고(?), 조금은 딴 곳에 한 눈을 팔고 있다. 또, 여전히 몇 군데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나의 작은 힘을 필요로 하고, 나는 그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는 편이다. 뭐 이 정도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은데...

   책이 마음처럼, 생각처럼, 목표처럼 잘 읽히지 않아서 걱정이었더랬다. 나로서는 거액을 들여서 책만 잔뜩 사놓고 통 읽어내지를 못하니 집에 와서 쌓인 책을 보면 한숨이 푹 쉬어지고 했다. 하기야 생각해 보니 딴은 며칠간은 귀가가 꽤 늦은 편이었고, 모처럼 일찍 들어가는 날은 집에서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자, 리뷰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읽었던 책 몇 권만 기억해 둔다.

   한겨레신문의 '아깝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이다. 그 코너는 출판사 관계자가 좋은 책이라고 만들었으나, 일반 독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말 그대로 잊혀지기 '아까운'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문가의 안목에다가, 비록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전문가의 정성은 틀림 없이 들어가 있는 책이라고 믿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추악한 거래 관계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내가 보기엔 전 CIA 직원이었던 저자의 시각은 너무 단순한 것 같다. 이 사람의 세계관은 오직 미국과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냐, 적대적이냐로 선악이 구분될 뿐이다. 사우디가 나쁜 나라인 것은 미국에게 석유를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미국에 적대적인 테러리스트-세상에! 테러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전지전능한 미국만이 할 수 있겠지, 암!-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그 중에서 특히, 워싱턴 관가- 나쁜 점은 사우디의 검은 돈을 먹고, 사우디가 테러 단체를 지원하는 걸 눈감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우디는 막대한 자금으로 사우디에 우호적인 관료들의 인생을 보장해 주고 있으니까... 알면서도 사우디의 심기를 건드리는 걸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짧게 나마 나의 서평. 나는 그의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의 음모론적인 시각에도 동조하지 않는다고 먼저 말해 둔다.

   한겨레의 '아깝다 이 책' 코너에 실망했다.

  

    이 책도 '아깝다 이 책'을 통해서 사게 된 책이다. 책의 두께보다는 한 페이지의 글자가 빽빽해서 내심 부담스러웠으나 책의 내용을 아주 흥미로웠다. 문화인류학과 역사책의 영역을 넘나드는 재미있는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좋았다.

   혁명 후 현대 중국의 농촌마을의 변화를 '린마을'이라는 작은 농촌 공간을 대상으로 삼아 살핀 책이다. 마오의 혁명이 농촌마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이후 사청운동, 문화혁명을 거쳐서 등소평의 개방정책 등이 농촌마을에 끼친 영향을 린마을의 공산당 서기인 '예'씨를 증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예'서기는 실존인물로 사회주의 이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상주의자이지만, 언제나 농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해 온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중국의 집단농장체제의 비효율성과 모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고자 애쓴 인물이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제일 먼저 집단농장체제의 변화를 시도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사회보장성을 이유로 끝까지 집단농장체제를 유지하고자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현대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의 중국 농촌은 어떤 모습인지 대략적인 모습이라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겨레의 '아깝다 이 책' 코너는 괜찮아졌다.

 

    이 책은 문화재 해설서라기 보다는 문화재 사진집이다. 신나게 좋은 사진을 구경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지 않은 곳은 사진을 봐도 감이 잘 안 온다. 그러나 책 자체는 떠날 때 가지고 가야할 책인 것 같았다.

   이 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가 일어난 일 한 편.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어느 술취한 아저씨(약 50대)와 그 아저씨에게 충고하는 아저씨(40대)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내가 보기엔 술취한 아저씨가 잘못했던 것 같은데, 충고했던 아저씨는 다른 일행이 있었던지-싸우면 같은 수준의 사람이 된다고 말렸다- 두 세 정거장 가서 내렸다.

   그러자 이 술취한 아저씨의 거친 입담과 횡설수설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느 누구도 슬글슬금 피하기만 할 뿐 모두 잠자코 있었다. 참다 못해서 "아저씨, 너무 시끄러운데요. 좀 조용히 갑시다." 이랬더니 내 말은 씹혔다. 그 때 누군가가 한 두명만 더 나서서 '조용히 좀 하자'거나 '떠들지 말라'거나 한 마디만 했으면 좋았을텐데... 괜히 말한 나만 같은 수준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의 온갖 나라 걱정, 세상 걱정을 다 듣고 간다. 세상엔 소심한 사람이 너무, 너무나, 많다.

 

   처음부터 이 책을 사려고 했으나, 전에 읽고 좋았던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에 일부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망설였다. 많이 들어가 있으면 왠지 손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으나 이 책 사기를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정말 대단한 책이다. 정문태... 한겨레21에서 간혹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이렇게 16년 동안이나 전쟁터를 누비고 다닌 사람인 줄은 몰랐다. 제목처럼 전선에서 살아온 16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일상이 권태로운 사람에게 꼭 권한다. 아직도 이 세상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누가 혁명이, 꿈이 사라졌다고 했는가?

 

   정직은 악이고, 거짓은 선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지 않은가? 물론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거꾸로 된 세상이라면?

   이 책은 거꾸로 된 남미의 현실을 유쾌하나, 아프게 가르치고 있다. 거꾸로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바로, 말도 안 되는 말이 버젓이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는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곳이다. 이 책을 펼치는 우리는 신기한 쓴웃음의 대륙 남미를 아프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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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4-12-1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이 책, 제가 참 좋아라 하는 책입니다. 제목을 보고 반가움이 번쩍, 들어요. 표현처럼 가보지 못한 곳의 사진들이 대부분이고, 혹, 가본 곳이어도 지나쳤던 곳이 많아서 이래저래 아쉬움만 잔뜩 쌓이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하신 말처럼 떠날 때 들고 나서면 참 좋은 책이기도 하더군요. 못 디딘 곳이 더 많으니, 그래서 이 책을 더 오래오래 볼 수 있다는 걸로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한 책이기도 하답니다.

잘 지내시지요? ^>^

갈대 2004-12-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의 감상을 보니 땡기는 책들이 많네요. 볼 책을 쌓여가는데 시간은 부족하구나!!^^

느티나무 2004-12-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서 님글을 읽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낼까 했어요. 먼저 인사를 주시네요. 반가운 마음 가득입니다. 잘 지내냐구요? ㅎㅎ 저야, 늘! 전에<그림으로 보는 한국건축용어>사셨지요? 어떠셨어요? 저는 님의 서재에서 그 책 사신다는 거 보고 아주 반가웠는데...아, 그리고 <우리...표정들>은 정말로 건축의 표정들을 잘 잡아서 보여주는 게 참 좋았어요. 다음에 그 곳에 가면 그 표정 그대로 다 담아와서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요. 건강, 또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잘 지내는 것의 첫째 조건이겠죠?

느티나무 2004-12-1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kimji님의 코멘트에 댓글을 쓰는 동안 갈대님도 오셨네요. 맞습니다. 볼 책은 쌓여가는데, 읽은 시간은 늘 부족하지요. 그래도 볼 책은 없는데, 시간이 남아돈다면 그 또한 무지 불행한 사태겠지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kimji 2004-12-1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보는 한국건축용어>, 아직 정독을 못했습니다만, (그게 또 정독을 그리 필요치 않은 책이 아닌가,라고 혼자 변명을 주억거리면서요) 마음에 흡족합니다. 제가 그 책을 아마 님의 서재에서 발견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말이지요;; ) 님의 서재에서 좋은 책, 두루두루 많이 알고 갑니다. 저만 좋은 걸 쏙쏙 가져가니 미안한걸요. ^>^

좋은 책을 좋은 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나누는 짧은 대화는 참 기분이 좋습니다. 그저, 책 제목 하나만으로도 그 기분을 나눠 갖는 셈이지만, 이렇게 코멘트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한 일이기도 하지요. ^>^

바람이 쌀쌀해지니 자꾸 나서고 싶은 요즘입니다. 무척 건강합니다. 님도 늘 '무척 건강합니다' 라는 인사를 건넬 수 있을만큼 충분히 건강하시길요!

(p.s. 볼 책을 쌓여가고, 시간은 부족하고! 에 저도 동감입니다^>^ 제게는 사실 얼마간의 변명이기는 하겠지만요.)

또 뵈요, 님-
 

   나는 창녕이 참 좋다. 딱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없지만, 오밀조밀하게 앉아 있는 문화재들도 좋고, 조금은 을씨년스럽기도 한 장터 풍경도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는 아스라하게 느껴진다. 거대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크기로 사람을 편하게 맞는 옥천의 관룡사도 좋고, 그 뒤에 그림처럼 바위로 둘러쳐진 관룡산, 화왕산도 좋다.

   그래서 어제 선생님들을 모시고 창녕에 갔었더랬다. 여기 그 사진 몇 장!!

관룡사 입구의 돌문

 

 

관룡사 뒤를 둘러싼 관룡산

 

 


관룡사 대웅전 전경(全景)

 

 

관룡사 약사전 뒤 벽화

 

 


관룡사 용선대에서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창녕 송현동 교동 고분군 1

 

 

창녕 송현동 교동 고분군 2

 





창녕 송현동 교동 고분군 3

 




창녕 술정리 동 3층석탑

 

 


창녕 하병수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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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12-1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한껏 감탄하고 누리고 갑니다.

연우주 2004-12-1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을 사석에서 만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도 하구요. ^^ 방학 때 서울 올라오실 계획은 없으세요? ^^

느티나무 2004-12-1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요즘은 너무 사진을 안 찍다 보니, 없던 실력마저 다 날아가 버리고... 어제 사진 찍으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허접한 사진-경관은 물론 아름답지만-에 과찬이십니다.

연보라빛우주님-저야 사진으로 샘을 몇 번 뵈었죠. ㅋㅋ 교육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 참 소중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서울엔 지인이 없는 탓에 갈 기회가 적네요. 전국 단위의 강좌-월간 우리교육에서 주최하는-나 교사대회할 때 올라가긴 합니다만... ㅋ 제가 워낙 촌사람이 되어서요 ^^;;
 

겨울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그리운 여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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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도 올려둔 시네요...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9월 어느날 이런 댓글을 달아둔...

"어딘가 잡지에서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는 정보여고 3년차였다.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내려 형제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눈발이 마치 우리 아이들 같았다. 정말 그랬다.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는 어떤 아이들... 내가 살얼음이 되어 보듬어주고 받아줄 수 있을까? 생각은 그렇게 말짱했는데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도 준 것 같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긴 지금 가끔 너무 일찍 삶을 알아버리고 온 몸으로 힘겨워하던 그 아이들이 그립다."


겨울방학 보충을 우리 반 아이들 23명이 하지 않겠다 합니다. 담임의 입장이 난감하네요. 성적과 공부라는 매개 없이 그저 온 몸으로 삶을, 하루하루 생활을 고민하고 아파했던 그 시절이 조금은 그리워요. 이 역시 하나의 삶이며 생활이라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좀더 본질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라는 차이가 있겠지요? 시험에, 점수에 방해받지 않고 아이들과 맘껏 사랑하며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