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이번 선운사 여행에서도 서정주를 무지 싫어하는 친구와의 동행이었다. 그래서 서정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는데, 나는 그래도 동백꽃이 덜 핀 걸 보고는 이 시가 생각이 난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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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3-2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정주의 시는 높게 치는 편이예요. 시 잘 쓰잖아요. ^^

느티나무 2005-03-2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은 요즘 '살'을 화두로 살고 계신가보군요. ㅋㅋ 시인 서정주라... 저는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정말 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이러면서 아이들에게 시를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새 학교로 옮기고 무척 빠듯한 시간이 지나간 듯하다. 정작 아이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면서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게 사는 지 돌아보면 아리송하다. 더 마음을 열어야지, 더 시간을 많이 내야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마음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도 이번엔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길에 나섰다. 이번에 가는 곳이 고창 선운사이기 때문이었다. 선운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4년 전 겨울, 겨울바람처럼 허위허위 다녀오고 난 뒤로 늘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곳이었는데 결혼한 이후 한 번도 나들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꽤나 먼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숙소에서 제법 이른 아침을 먹고 도착한 선운사. 여행자의 욕심은 흐린 기억속의 절집의 모습을 더듬어 아련한 그리움을 맛보고 싶었으나 최근에 새롭게 단장을 한 듯 절은 말끔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늘 마음속에 피어있는 선운사 동백도 서정주의 시처럼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부드러운 봄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선운사 입구의 개울

 


  

선운사 천왕문


이제 곧 부처님 오신날이라 저렇게 연등이 달려 있다.

 


선운사 대웅전과 배롱나무

 


 


대웅전의 측면 모습

 

 


선운사의 계단과 축대

 

 

선운사 경내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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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5-03-2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아주 좋네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걸리버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 해누리기획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2 - 이산의 책 33
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김수영 옮 / 이산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 - 이산의 책 32
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 이산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 에코리브르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에코리브르

   이번에 주문한 책이다. 하~ 정말 요즘은 부끄럽게도 거의 책을 읽지 못 했다.  저번에 산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몇 번 뒤적이다가 그대로 던져둔 채로다. 그래도 이번에 다시 또 굳은 결심을 하고 책을  사기로 했다.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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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언듯언듯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여하고 싶은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은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김칫독 안으로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허리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목화송이 같은 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히,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집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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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5-03-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에 들어있는, 박완서의 동명의 소설 '그 여자네 집'에 삽입되어 있는 시이다. 요즘 아이들과 교과서를 읽고 있는데, 시 부분만은 나름대로 한껏 감정을 잡아서(?) 내가 읽는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시다. 마치 나에게도 그 여자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1학년 O반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앞으로 1년 동안 학부모님의 귀한 자녀와 1학년 3반 교실에서 함께 생활할 담임교사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올해 인근의 OO고등학교에서 OO고등학교로 옮겨와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생각이나 생활이 건강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생활에서는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어디에 있는지 꾸준히 살피고 찾는 과정이 계속될 수 있도록 담임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대학진학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고등학교의 교육 현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정에서도 학생들이 좋은 학습분위기와 바른 인성,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별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사항은 언제든지 알려 주십시오.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저에게 자녀들을 믿고 맡겨주시면 열심히 생활해 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올 한 해 동안 가정에 넉넉한 웃음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3월 20일

1학년 O반 담임교사 느티나무 올림


○ 알리는 말씀

  1. 등교시간은 08시 10분까지입니다.(학생이 늦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2. 아이 문제로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십시오.

  (전화번호는 010-2564-XXXX   전자우편은 ljhyung92@hanmail.net)

  3. 제 수업시간표를 드립니다.

 (♣가 없는 시간에 연락해 주시면 저와 통화하실 수 있습니다.)

 

시       간

 

09:00~09:50

1교시

 

 

 

10:00~10:50

2교시

 

 

 

 

11:00~11:50

3교시

 

 

12:00~12:50

4교시

 

 

 

 

13:40~14:30

5교시

 

 

 

14:40~15:30

6교시

 

 

 

15:50~16:40

7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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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5-03-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을 맡은 해마다 쓴 가정통신문! 올해는 별로 고쳐 쓴 것도 없는데, 새학교에 적응하느라 지금에야 손을 보고 마무리했다. 아마 오늘 저녁이면 이 편지가 아이들손을 거쳐 학부모님들께 전달될 것이다. 이 편지 한 장이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둘러싼 불신의 벽을 걷어낼 수 있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우주 2005-03-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느티나무님. 전 국어샘들이 참 좋아요. ^^

푸른나무 2005-03-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선생님다우신 통신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선생님과의 어려운 높은 벽을 낮게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