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걱정이 많이 된다.

   지난 월요일, 학급회의 시간에 그냥 A4용지(복사지)에 1시간 동안 자기 얼굴의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1학년이나 되는 학생들이 초등학생처럼 자기 얼굴 그리기를 한다며 의아해할 수도 있으나, 담임을 하던 몇 년 전부터 자기 얼굴 그리기를 해 온 일이다. (보통은 자기 얼굴을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한 마디를 쓴 다음 1년 동안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둔다. 이번에는 자기 사물함 위에 코팅해서 붙여두기로 했다.)

   예전에 미술치료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만 더듬어선 안 되겠지만 우리반 녀석들이 그린 그림을 차분히 보고 있노라니 좀 걱정이 된다. 좋게 말하면 마음 속에 고민이 많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마음 속에 가득차 있다는 느낌이다.

   평소에 눈빛이 불안해 보이거나, 행동이 불손하거나, 과잉 행동을 하거나...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 걱정스럽긴 했지만, 새삼 그림을 보고 났더니 더 마음이 무겁다.

   새롭게 만나게 된 아이들, 내 마음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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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5-04-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 불안한 눈빛, 과잉 행동.... 아마도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일 것 같아요. 따뜻이 감싸주세요.
 
 전출처 : 심상이최고야 > 기억은 약한자의 마지막 무기이다
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구판절판


기억의 불씨가 살아있는 한, 숨죽여 있던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의 불의를 좌시하지 않는다. 기회가 올 때마다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일어서서 싸울 것이다. 기억이 남아있는 한, 폭력은 아직 승리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살아남는다는 것 그 자체와 더불어, 폭력이 빼앗아 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무기이다. (중략)
독선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는 십자군 전쟁의 기억은,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인류의 무기가 된다.-5쪽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억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폭력은 언젠가 물러나고 말 것이다. 이러한 희망을, 독자 한 분 한 분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었다. 만화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7쪽

비인간화는...파괴하고 살상할 대상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물건'이나 징그러운 '벌레'정도로 인식하게 만드는 세뇌과정이다. 미국인들은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쟁에서 한국 민간인들을 살상할 때 이 작은 아시아인을 '국gook'이라 불렀다. 상대방을 인간이 아닌 열등 생물로 규정할 때 자신의 살상 행동이 정당화된다. 사람들이 벌레나 짐승을 죽일 때 도덕적 자의식을 갖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종류의 것이다. 무차별적 대량 살육에는 극잔적인 형태의 비인간화 과정이 개입되어 있다. 인간을 죽이는 데 대한 도덕적 제약을 벗겨버리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gook:하찮은 것, 먼지)-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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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안녕하셔요? 정말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학급의 아이들과는 자연스럽게 눈빛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신지요? 또 수업시간에 함께 하는 아이들과도 많이 친해지셨는지요?

  올해는 제가 많이 게을러졌는지 수업시간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이름을 못 외우고 있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눈에 잘 안 띄는 평범한 학생이었던지라,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선생님이 없으셨던 게 무척 서운했었는데 말이지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저와 수업하는 아이들 가운데 서운해 하는 아이가 없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래의 자료를 구해서 읽어보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참 비슷한 상황을 겪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난 대책은 없는, 결국 그 상황에 맞게 학생들에게 쏟는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 곧 해결책인, 그런 문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늘 하게 되는 수업 시간에 필요한 규칙, 벌써 정하셨지요? 선생님께서 만드신 수업 규칙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아마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이 글은 우리교육 3월호에 있는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수업 규칙, 이럴 때엔 이렇게 한다.


떠듦

  수업 시간에 떠들 아이들은 어떻게든 떠든다고 봐요. 중학교는 아이들이 한창 말 많을 때라 교사가 억지로 못 떠들게 할 수도 없죠. 그리고 전 모둠별 협동학습을 통해 영어 수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업 중에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우선 저는 단순한 잡담과 수업과 관련된 대화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해 줍니다. 모둠 친구들과 수업 내용을 가지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설사 좀 시끄러워도 뭐라 하지 않지만, 그게 잡담이라고 할 수 있을 때에는 떠들어선 안 된다고 못 박습니다. 떠들다 걸리면 처음 두 번은 주의를 주고선 그냥 넘어가지만, 세 번째 걸리면 고무실로 데리고 가서 주의를 줍니다.(김대성, 울산 성안중 교사)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방해하는 행동을 하면, 일단 넌지시 쳐다보며 웃어 줍니다. 그러다 또 떠들면 쳐다보고 웃는 걸 반복합니다. 이를테면 눈치 주기죠. 저는 떠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이 수업을 방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아이가 문제임을 알아차리지 못 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럴 경우에 저는 그저 “조용히 해”라고 윽박지르는 명령조를 취하지 않고, “너 때문에 수업하는 데 방해가 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라며 차근차근 일러 줍니다. (김용만, 경남 마산중 교사)


화장실

  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굳이 제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아이들 맘대로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게 놔두는 게 조금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두려워 아이들 보고 생리적 현상을 참으라고 하는 건 비인간적인 행위지요. 게다가 용변이 급해 괜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나, 한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화장실 갔다 올게요”라면서 수업의 맥을 끊는 게 더 큰 문제죠. 화장실을 가고 싶은 학생은 먼저 화장실 간 친구가 교실에 돌아왔을 때 알아서 가면 됩니다. (송승훈, 경기 남양주 광동고 교사)


준비물

  저는 첫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가능한 한 수업은 재미있고, 따분하지 않도록 하겠다. 숙제 역시 가능한 한 적게 내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선 아이들로부터 두 가지를 약속 받습니다. 숙제를 적게 내는 대신에 내준 숙제는 확실히 해 왔으면 한다, 수업시간에 준비물을 꼭 챙겼으면 한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합니다. 한편, 아이들이 이 두 가지 약속을 어길 경우에는 보통 두 번 정도까지는 용서를 하지만, 다음에는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다시 약속을 받습니다. (최원석, 경북 김천 중앙고 교사)


과제물

  반드시 수업과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평소 아이들에게 책을 사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업시간에서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매달 교육이나, 청소년, 성장, 가난 같은 주제를 정해서 읽을 만한 책 목록을 제시해 주죠. 그리고는 깊게 읽고 세상과 자신을 연관시키면서 자기 생각을 점검해 보는 글을 제출하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글을 꼬박꼬박 잘 쓰는 건 아니에요. 글을 제출하지 않으면 두 번 정도는 기한을 연기해 줘요. 세 번째 정도부터는 하루 날을 잡아서 방과 후에 남겨 놓고 글을 쓰게 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도망가려 하죠. 그래서 전 아이들을 남기는 날엔 아예 종례가 끝나기 전에 그 학급에 가서 기다립니다.(송승훈, 경기 남양주 광동고 교사)


핸드폰

  아이들이 핸드폰을 수업시간에 사용하다 걸리면 일단 압수합니다. 그리고는 아이의 부모님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아이에게 부모님 도장을 받아오도록 합니다. 사실 핸드폰을 아예 사용 못 하게 하는 건 쉽지 않아요.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어긋날 뿐이죠. 게다가 핸드폰은 아이와 부모 간에 의사소통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또한 부모님들이 일단 핸드폰을 개통시켜 주고 대개 요금도 내주시잖아요. 그럴수록 부모님들이 핸드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아이에게 손수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을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 장진실, 서울 고명중 교사)


  핸드폰은 학교에서, 특히 수업시간에는 꺼져 있어야 정상이잖아요. 저는 첫 시간에 휴대폰에 대해서 켜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래도 적발이 되면 처음에는 일주일, 두 번째는 한 달, 세 번째는 한 학기동안 압수합니다. 이렇게 하겠다고 미리 설명을 해 주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면 아이들도 웬만하면 다 받아들여 줘요. 약속한 뒤로는 기한 전에 찾아와서 돌려달라는 아이가 있어도, “네가 그런 식으로 먼저 달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다”라고 일러 주면서 일관성을 지킵니다.(윤상희, 경기 부천 성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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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두 세 시간을 잤더니  잠이 안 온다. 안해는 내일 아침 일찍 친구랑 여행 간다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건성건성으로 책을 뒤적이다가-이 책은 건성으로 넘기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책인데- 늦게야 컴퓨터를 켰다.

   결혼하고 나니 생각보다 집안 일이 많다. 부모님댁에 얹혀 살 때는 거의 하숙생 수준으로 살았는데-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 했다- 오늘로 결혼한지 석 달!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맡은 집안 일이 아주 많아졌다는 것이다.(물론 서로 해야할 일이 많아진 것이다.)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대충 이렇다. 설거지, 방과 거실 청소, 화장실 청소, 쓰레기 분리 배출, 세탁된 빨래 널기 등이다. 뭐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전반적으로 집에 늦게 들어오는데다 집에 오면 한시간 이상은 집안 일을 꼭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책 읽는 시간은 좀 줄어들었다.

   사실은 설거지는 안해가 해왔으나, 한 보름 전부터 요리와 설거지를 함께 하는 게 힘들다며 설거지를 나에게 떠넘겼다. 나는 하루를 생각해 보고, 앞으로 만나게 될 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부엌에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대학에서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설거지하는 어머니와 신문 보는 아버지의 그림이 나온다며 성차별적이라고 비판하지 않나?)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

   아직은 설거지가 지겹지 않다. 식탁과 싱크대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나면 기분이 좋다. 청소하는 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고 여러 사람을 기쁘게하는 일이다. [작년 1년 동안 도서실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도, 도서부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다. - 책을 제자리에 꽂고, 도서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폼나는 일은 아니지만 도서실을 이용하는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 항상 청소하고 정리된 모습으로 1년을 지내자고 말했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놀면서 쉬면서 청소를 하니 별로 힘든 줄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독서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안타깝다.

   내일은 벼르고 별러서 베란다의 화단에다 고추 모종과 상추씨를 심으려고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화단의 조경용 돌조각을 걷어내니 흙이 얇게 덮혀 있고 그 밑에는 석회가루 같은 햐안 흙(?)이 깔려 있는데 그 속에서는 고추가 자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화단의 흙을 전부 걷어내고 새로 흙을 깔아야 하는데,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에고야, 너무 늦었다. 내일 문제는 내일 해결하고, 지금은 자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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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4-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집안일 목록이 우리집 남편이랑 비슷하군요. 그래도 아이 없을 때는 집안일 아무것도 아네요. 좀 더러워도 서로 피곤할 때는 참고 쉬면 되잖아요. 나중에 아이 생기면 아마.... 우리집은 둘다 책보는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야 된답니다. 그것도 못할 때가 더 많지만...

느티나무 2005-04-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비슷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어제 베란다 화단에 고추를 심었거든요. 그런데 아래층에 사시는 분도 저랑 똑같이 화단을 가꾸셨다고 하시더군요. 아이 생기면 더 바쁠 것이라는 말씀은 여러 곳에서 들었는데,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어요 ^^
 

봄날은 보란 듯이

-윤제림


학질이나 그런 몹쓸 병까진 아니더라도
한 열흘 된통 보란 듯이 몸살이나 앓다가
아직은 섬뜩한 바람 속, 허청허청
삼천리호 자전거를 끌고
고산자 김정호처럼 꺼벅꺼벅 걸어서
길 좋은 이화령 두고 문경새재 넘어서
남행 남행하다가

어지간히 다사로운 햇살 만나면
볕 바른 양지쪽 골라 한나절
따뜻한 똥을 누고 싶네, 겨우내 참아온
불똥을 누고 싶네 큼직하게 한 무더기 보란 듯이
보란 듯이 좋은 봄날

<삼천리호 자전거>에서

 

강가에서

-윤제림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사랑을 놓치다

-윤제림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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