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날이 무덥습니다. 교실의 선풍기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이들은 선풍기로 성에 차지 않은지 에어컨, 에어컨 노래를 부르지만, 아직 그 정도 더위를 아닌 듯 싶어 학교에서도 잠시잠깐씩 시험 가동만 하고 있습니다.[곧 에어컨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다시 한 달 만에 세 번째 편지를 보내 드립니다. 오늘도 우리 반 녀석들이 사는 얘기 좀 해드리겠습니다.
5월에 이어진 학교의 여러 행사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11일에 있었던 체육대회 때에 아이들이 ‘우리 반 티셔츠’를 맞춰 입자고 하기에(사실, 거의 모든 반이 그렇게 하거든요.), 제가 모두가 다 맞춰 입으면 오히려 모두 똑같아 지고, 체육대회 당일은 우리 반이 결승에 올라간 종목도 없기 때문에 멋 부릴 일이 없다고 얘기해서 그냥 평소 체육복을 입고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속으로 무척 아쉬웠을 텐데, 담임 말을 잘 따라준 녀석들이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스승의 날은 휴무일이었는데, 그날에도 우리 반의 몇 녀석은 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하더라구요. 저도 오전에 잠시 나와서 봤는데 자랑스럽고 기특했습니다. 19일에는 토요일 자율학습을 마치고 희망자들만 모여서 ‘우리 반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 준 녀석들이 고마워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학원이나, 과외, 또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참석 못한 녀석들도 많았지만, 스물서너 명, 모인 학생들은 아주 즐겁게 많이 먹고, 건전하게 잘 놀았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3학년만 휴무토요일이나 공휴일에 학생들이 나와서 자습을 하는데, 부처님 오신 날에도 우리 반 녀석들이 다른 반에 비하면 잘 나왔습니다.(비교적 우리 반 학생들이 성실하게 잘 나오고 있는 편입니다.) 다만 너무 늦게 오는 경우만 없으면 더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담임인 저도, 사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학교에 나와서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5월 하순 무렵에 중간고사 성적표를 학생 편으로 전달했습니다. 보셨는지요? 중간고사 성적은 기말 성적과 합산해서 학기말 성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확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적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드리지 않고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 학기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수능 모의고사가 지난 6월 7일에 있었습니다. 모두들 긴장한 가운데서 시험을 봐서 그런지 그 날은 교실 분위기가 아주 팽팽했었습니다. 최선을 다 해서 시험은 보았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해 본 결과, 모두가 성과를 낸 건 아닌 듯싶습니다. 영역별로 성적이 조금씩 오른 학생들도 있지만, 지금껏 열심히 해 왔는데도 성적이 더 떨어진 친구도 있어서 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실망감이 큰 학생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험의 결과야 말 그대로 연습의 결과일 뿐입니다. 정확한 성적표가 공개(29일에 학교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모의고사 결과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공부 방법을 세우고, 진학 전략을 짜는데 필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입니다. 아직은 섣부른 비관도, 낙관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남은 기간 동안에 학생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지금껏 해 온 대로 오직 정성껏, 최선을 다하고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가정에서도 열심히 깨우쳐 주십시오. 저도 성적표가 나오는 날부터 학생들과 진학상담을 새로 해 볼 계획입니다.
6월에는 27-30일까지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간 녀석들도 꽤 있을 것입니다. 갈고 닦은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관심의 끈을 놓치지 말아 주십시오. 여름방학 보충수업 계획을 짜고 있는데, 불참하겠다는 학생도 제법 있습니다. 따로 문자 메시지를 드렸습니다만, 다시 한 번 학생과 상의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방학 때도 보충수업 후에는 학교에서 5시까지 자습지도를 할 계획입니다.
간식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토스트는, 정말 감동이었어요. 앞으로 우리 반 학생 한 명 한 명이 조금 더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7월에는 제가 학교로 학부모님을 초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학년 4반 담임인, 느티나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