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소위 말하는 자가용차라는 걸 몰고 출퇴근을 한다. 음, 9년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최근 두 달처럼 자가용차를 몰고 다닌 적은 없다. 퇴근이 늦어서 편리하기도 하고, 출근엔 아내와 함께 하니까 또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은 늘 빨리 처분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버지께서 폐차를 부탁한 차이기도 하다.)달리 운동도 안 하니까 더 자꾸 몸이 불어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에 차를 대고, 몇 걸음 걷다가 화단으로 눈길이 스윽 같다. 나와 눈이 딱 마주친 꽃-구절초. 순간 움찔했다가 내처 몇 걸음 더 걸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려서 구절초 앞으로 다가갔다. 보라색꽃이 참 예쁘장하게 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살풋, 소리 없는 웃음도 나왔다. 거기다가 코를 킁킁거리기까지. 손을 내밀어 꽃을 살짝 꺾었다. (이런 적은 거의 없다.) 내 책상에 있는 책 위에다 올려두고 하루를 보냈다.

   9년전이었으니까 첫발령을 받고 공고에서 근무할 때였다. 마음만 가득했지 모든 게 서툴고 미숙했다. 내가 지낸 학창시절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었으니까 더 그랬을 거다. 아이들에게 매로 말하면서도, 그게 부끄러워서 책상에 꽃병을 올려두고 장미꽃을 사다고 꽂아두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장미는 드문드문 꽂히고, 그 대신 자주 들꽃이 꽂혀있곤 했다. 그 때 꽃병에 가장 많이 꽂혔던 꽃이 바로 구절초(아니, 쑥부쟁이)였다.

   누가 이렇게 예쁜 꽃을 꽂아두지?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친한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도 이렇게 맘이 예쁜 학생이 있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 샘이 일찍 와서 몰래 들꽃을 내 꽃병에 꽂아두고 가는 학생을 본 적이 있는데, 다른 선생님께는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도 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비밀로 해 달라는 그 얘기도 마음이 너무 착하다며 나에게 다 해주셨다.

   '졸업하고 그 애를 한 번인가?' 본 적이 있다. 여러 친구들과 연락이 닿아서 같이 저녁을 먹은 것 같다. 이후에 메일이 한 두 번 오고 갔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참 마음이 순수했던 그 녀석, 그 때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어제 구절초(아니, 쑥부쟁이였나)를 보면서 그 녀석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책상에 꽃병을 올려두지 않는 나를 생각하고, 나에게 꽃 한송이를 꺾어다 놓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지금, 그들과 나의 먼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란 참 무서운 것인가 보다. 영원할 것 같은 그 무엇도 시간 앞에서는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그것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진 때가 아닐까? 그래서 더욱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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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10-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을 심한 자랑질로 오독하시는 분이 없었으면 싶다. 현재, 우울한 상태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 쓴 글이니까...

2007-11-13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