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휴가 턱밑입니다. 늘 바쁘시지만, 요즘은 더욱 그러시지요? 그래도, 먼저 간 태풍도 오늘쯤에 올라온다는 태풍도 우리 지역에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태풍도 가고, 이제는 정말 풍성한 잔치를 준비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드리는 다섯 번째 편지입니다. 늘 일에 치여서 살다 보니 이렇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빠듯하긴 합니다만 얼른 우리 반 녀석들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방학동안 긴 보충수업을 끝내고, 우리 반 모두가 아무 탈 없이 학교로 돌아와서 저는 아주 기뻤습니다. 더구나 우리 반에서 여섯 명은 이미 전문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이제 이 친구들은 2학기에 조금 더 여유로운 학교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해 나갈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꼭 관리해 주셔야 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개학을 하고 바로 중간고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수시 2학기 접수에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됩니다.), 그래도 중요한 시험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반 애들 모두 나름대로 애써서 시험을 잘 치뤘습니다.

  중간고사 다음 날에는 바로 평가원에서 주관한 모의 수능평가 시험도 있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긴장해서 시험을 보고, 끝나고 나서도 이어지는 언론매체의 보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봐서 여간 신중한 게 아니었습니다.(결과는 9월 28일에 학교로 통보된다고 하니 부모님께서는 28일이나 29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꼭 학생의 성적통지표를 확인해 보십시오. 간혹 둘러대며 시간을 끌어서 관심을 돌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바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9월 7일부터는 부산 경남지역을 비롯한 전국 대학의 수시 2학기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일부 대학은 수시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접수 전에 담임과 상담을 원하시는 학부모님께서는 전화를 주십사고 문자메시지로 말씀을 드렸는데, 열 대 여섯 분이 기간 내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기대하신 학부모님께는 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제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를 함께 보면서 조금 더 꼼꼼하게 설명해줬습니다.(올해 대학의 수시 2학기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나서 우리 반 학생 중에서 열 두서너 명만 빼고는 대부분 이번에 지원했습니다.)

  이제 수시 2학기 접수는 대부분 끝났고, 앞으로는 대학에 따라서 진행될 논술, 면접(실기)고사, 적성검사 등을 날짜별로 꼼꼼하게 챙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접수가 끝났으니 수시 2학기는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수능시험에만 집중해서 두 달 정도 남은 시간동안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중하위권의 일부 대학도 수능 최저등급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시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수능시험의 최저등급에 미달하면 불합격 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연휴 기간에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개방합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학교에 와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학교에 나오면 됩니다. 연휴 후에는 10월 5일부터 4일간은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고등학생으로서 치는 마지막 시험이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말시험 후에는 10월 10일에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가 있습니다.

  연휴와 이어지는 빡빡한 시험일정이 모두 끝나면 수능시험이 겨우 삼십 여일 앞으로 다가옵니다. 이때부터는 학생의 학습 태도에 특별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평소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이 코앞이라고 무리하게 공부하다 보면 리듬을 잃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밤에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는 거 좋은 게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담임인 제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주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괜찮다고 계속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한가위, 보름달 보면서 비는 소원이 모두 이뤄지시기를 빕니다. 저는 10월 중순에 다시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애정 어린 격려와 따뜻한 관심 때문에 지금까지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년 9월 20일, 3-O반 담임 느티나무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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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2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 여정의 중요한 지점에 닿아 계시는군요. 느티나무님의 글을 보면서 제 마음이 다 따스해집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셔요~

느티나무 2007-09-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로 안 중요한데... 아이들이 중요하니까, 저도 덩달아 약간 조바심이 나는가 봅니다. 글에 잔뜩 묻어나지요? 마노아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