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늘의 교육 잡지를 받았다. 보내 주신다는 기자님의 메시지는 받았지만, 정작 받고 니 더욱 기분이 좋다. <오늘의 교육>은 현직 교사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꾸린 교육공동체 벗, 이라는 단체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이다. 그런데 이번 호를 받고 보니, 평소에 보던 <잡지> 답지 않고, 책 같다.(참고로 개인 정기 구독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활동해야 잡지와 회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단다.)

 

   이번호 특집은 교육 불가능 시대, 교사는 가능한가,라는 주제이다. 작년에 지금까지 발행했던 이 잡지글을 묶어 펴낸 책의 제목이 '교육 불가능의 시대' 였으니 그 연장선상에서 '교사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여러 선생님들께 던지는 듯 하다. 핵심은, 지금은 교육 불가능의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방식'이라는 말 속에는 지금껏 교육이라고 말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개념들-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반어적인 인식이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잡지는 차차 더 읽어봐야할 것 같고, 기획 기사로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반응을 다룬 리뷰 두 편이 실려 있다. 그 중에 한 편, 길은 여기 있다, 라는 글이 얼마 전에 내가 쓴 글이다. 지면의 한계 탓에 앞부분의 내용이 좀 잘려나가 아쉽기는 했지만, 어쨌든 인쇄되어 나온 내 이름과 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일은 기쁜 일이다. (사실, 글의 내용이야 한없이 초라한 수준인데다가, 또 혹시 그걸 읽는 사람들이 전부 교사들이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부끄러울 따름이다.) 부끄럽다면서 또 이렇게 알라딘에 떡 하니, 자랑질을 하는 걸 보니, 참말로 사람이 아직 덜 여물었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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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간결함, 리듬, 그리고 쉬움 같은 문장에 대한 내 모든 태도들은 오로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존재한다. 나는 이오덕 선생이 말씀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믿는다. 모름지기 글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글을 씀으로서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김규항, 리더스하우스, 2010년) 19쪽 

   김규항의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읽는 내내 예의 마음 속에 불편함은 그가 주로 비판하고 있는 '나쁜 사람'의 모습이 꼭 내 사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계속 그의 책을 읽는 이유는, 이렇게 좌 편향된(?)-이 말을 그는 좋아할 것 같다- 자극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양심이라도 건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의 책이 말하는 내용은 새삼스러울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겹다거나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예수전을 읽었을 때 뭔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고,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었을 때는 그에게 궁금한 몇 가지가 떠올랐고, 이번에는 그 궁금함이 구체적으로 몇 가지 떠올라 메모해 두었다. 앞으로 이 책에 리뷰를 쓰게 된다면 그 질문을 중심으로 써보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남은 글은 다름아닌 책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나의 문장론'이었다. 그 중에서도 위의 밑줄 부분.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일기장 같은 알라딘에도 글을 잘 쓰지 않는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늘 그대로일텐데, 글로 정리하지 않으니 김규항의 지적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그냥 흘러가 버린다.  

   나의 걱정-이대로 정체 상태가 계속된다면 교사로서의 내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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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3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29  OOO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오랜 만에 일기를 다시 쓰게 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일기를 써서 하루하루 일기 쓰는 것이 고통이였는데 이렇게 오랜 만에 쓰니까 은근히 일기 쓰는 날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것 같다. 한 달 동안의 기분 같은 것도 정리가 조금 되는 것도 같고 말이다.  

   나는 어제 오늘 이틀 동안 보충수업에 참여하지 못 하였다. 어제는 사랑니를 뽑으러 가서이고, 오늘은 어제 뽑은 사랑니가 잘못되었나 검사하고 소독하러 갔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주는 사랑니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거 같다. 어제 사랑니를 뽑을 때는 알게 모르게 참 무서웠었다. 그리고 뽑고 나서도 좀 많이 아팠다. 그리고 지금도 쪼끔 아프다. 어제 사랑니를 뽑고 느낀 기분은... 음... 차마 내 손으로 뽑기는 두렵고 무서웠지만 막상 뽑고 나니깐 일단  지금까지 걱정하던 고민거리가 하나 없어진 기분!  

   또 다른 사랑니가 나기 전까지는 맘이 좀 편할 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신체의 일부를 뽑아갔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맘이 이상하고 쫌 그렇다. 그냥... 그리고 어제 사랑니를 뽑으면서 느꼈다. 우리 인생에도 사랑니가 난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면 아픈데 차마 내 손으로 정리하기는 무섭고 하기 싫은 거... 아무튼 그런 거...ㅋㅋ  

   그리고 나한테도 그런 게 있었던 거 같다. 언제부터인가는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일이 막 꼬여 갔다. 그리고 거기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한 시간이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 공부도 안 되고 말이다. 고민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였지만, 내 맘대로 조절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한 며칠 전에 누군가가 내 사랑니 같은 걱정거리를 단번에 뽑아 주었다. 비록 내가 의도한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래서 첨에는 기분이 쫌 많이 그랬었다. 사랑니도 뽑고 나서는 아프고 피도 많이 나고 그러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진다. 나도 아마 그런 거 같다. 그 땐 좀 그랬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리고 조금만 더 있으면 사랑니를 뽑아준 누구한테도 고맙다고 느낄 날이 올거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제 고민거리를 하나 더니까 맘도 좀 홀가분하다. 앞으로는 공부에 더 전념할 거 같다. 그러고 보니까 수능이 이제 200일도 안 남았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군. 기대 반 걱정 반인 거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가 미래를 가정한다고 해서 그 미래가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최악의 경우로까지 가는 것을 많이 겪어 보았기 때문에...  

   아무튼 오늘 일기 쓴 이후로는 새출발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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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2  OOO 

   야자를 안 하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거지만 솔직히 학교에 있을 때보다는 고 3이라는 느낌이나 공부를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집으로 온 지 일주일 쯤 후인가 아무튼 화요일에 전화벨이 울렸고, 별 생각 없이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들리는 건 "Hello"라는 영어였다. 처음에 딱 듣는 순간 그냥 장난 전화인 줄 알고 "뭐, 임마" 이러고 끊어 버렸다.  

   그런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다시 "Hello"라고 상대방이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로 외국인 같았다. 그래서 나도 "Hello"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외국인은 뭐라고 막 말을 했다. 순간 당황해서 걔가 뭐라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선영이라는 사람을 바꿔 달라고 하는 거 같았다. 나는 전화 잘못 걸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고 입도 떨어지지 않아서 그냥 "음......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고 외국인은 한참 기다리더니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Sorry"라면서 전화를 툭 끊었다.  "헐~" 어의 없고 짜증이 났다. 진짜로 다시 전화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국인이 짜증나서 전화 잘못 걸었다는 영어를 알아내서 내 책상에 적어 놓았다. 

   그런데 정말로 이틀 후 목요일에 전화벨이 울렸고 마침 또 내가 받았다. "여보세..." "Hello?" 또 외국인이었다. 나도 Hello라고 했고, 이번에도 역시 김선영인가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미리 적어놓았던 한 마디 말을 했다. 

    "You have a wrong number"  

   그게 내가 한 말의 다였다. 외국인이 뭐라고 말하는지 떠들어댔는데, 또 다시 "음... 음..." 이라는 말만 했고, 당황해서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몰랐다. 아, 나, 진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과 사전을 뒤져서 통화시에 하는 영어 대화를 쫘악 찾고 프린터로 뽑았다.  

   진짜로 다시 전화가 올 줄은 몰랐지만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전화가 왔고 이번에는 좀 더 많이 통화할 수 있었다. 뭐, 자기는 눈높이 선생님인데 중1짜리 김선영이라는 애와 하루 30분 동안 전화 수업을 한다고 했다. 아무튼 외국인이 전화를 잘못 걸어서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대화를 마치고 뭔가 그래도 뿌듯함과 성취감, 뭐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전까지 내가 몇 년 동안 했던 영어 공부가 엄청 작게 느껴졌다. 내가 해 왔던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어영부영 대충했던 공부였다. 그래서 난 진짜로 내 꿈을 위한, 나를 위한 공부를 진심으로 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그 통화는 그동안 해이해졌던 마음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고 3 수험생 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내든 성공적이지 못하게 끝내든 간에 다시 그 외국인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잘못 건 당신의 세 통의 전화 덕분에 내가 새로운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그 단 세 통의 통화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 Thank you,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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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ng0812 2010-02-1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건 한동우의 일기네요 ㅎㅎ
 

4월 21일 OOO 

   오늘 너무나도 서둘러서 나오는 나머지 시험기간이 아니고는 언제나 들고 나왔던 신문을 들고 나오지 못했다. 습관의 동물이라서 그런가? 그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니 나도 모르게 답답함과 짜증이 느꼈다. 언제나 들고 나오는 신문이었는데... 내가 신문을 고등학교에 들고 와 읽기 시작하면서 변한 게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도 한쪽으로 몰려 확고하게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비문학 독해에서 필요한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제를 정리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논술에 대비하리라 하던 게, 어느새 보수 우파 할배들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으니 완전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  

   나의 관점이 변했다고 느낄 때가 언제였는가 하면  그 시초는 광우병 파동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문가들이 오히려 말도 못 하고, 어리숙하고 미숙한 아이들과 사람들이 이상한 망상(미국산 소고기가 우리 머리에 구멍을 만듭니다! 하는 개소리 등등)에 사로잡혀 정권 퇴진까지 부르짖었던  촛불 부대를 보며 한심함에 분노가 일었다. 이런 내 생각에 주변 사람들은 신문이 아이를 망쳐놨다는 말만 지껄일 뿐. 그 순간이었지만, 아, 내가 아이들과 혹은 좌파적 입장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시선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회사의 노동조합을 옹호하는 입장인데, 나의 발언(노동조합은 투쟁을 수단과 목적으로 삼고 있다.)에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하셨고, 작년에는 한겨레를 찬양하던 OOO선생님이 신문으로 길러진 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려된다고 하셨으니... 휴! 

   그렇게 나의 성향을 숨기고 올라온 3학년. 담임을 맡으신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파악해 보니 '아, 나와는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2학년 때 선생님처럼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는 이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성향들은 서로 대립되어야 한다고 배워 왔으니. 

   하지만 2개월 정도 지난 지금 생각에 변화가 왔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다른 성향이라는 자체만으로 대립되고 충돌해야 할 이유가 없고, 또한 서로와의 다름이 증오가 아닌 서로 다름으로 인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샘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ㅋㅋ)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 또한 꿈틀꿈틀 살아 숨쉬는 사회에 옥죄는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얼마나 다양하고 활기 넘치는 사회인데, 이것을 단지 두 부분으로만 나누려 한다는 건지... 나, 원, 참ㅋㅋ 

   나의 보수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담임선생님을 만나 변한 게 있다면 급진에 상대되는 보수가 아닌 다양성 위에 존재하는 한 부분으로서의 보수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신선한 변화, 앞으로 남은 7개월이 기대되는 점이다.  

   P.S 일기의 제목이 가볍게 읽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OOO아, 내가 아무리 생각이 보수적이라도 기회주의자 주광수라고 하진 말아다오. 가문을 욕보이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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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9-04-2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리둥절하기는 한데(내가 뭘 어떻게 한 게 없으니까...) 이런 일기를 읽으니 기분은 좋다. 명백한 자랑질, 한 번 해 봤다.

BRINY 2009-04-2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의 글솜씨를 가진 제자를 가지셨다는 점도 자랑하실만 합니다.

느티나무 2009-04-24 19:5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제가 이 녀석을 야심만만 OO이, 라고 부르거든요. 국가나 사회를 위해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네요. BRINY님도 잘 지내시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