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  OOO 

   야자를 안 하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거지만 솔직히 학교에 있을 때보다는 고 3이라는 느낌이나 공부를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집으로 온 지 일주일 쯤 후인가 아무튼 화요일에 전화벨이 울렸고, 별 생각 없이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에서 들리는 건 "Hello"라는 영어였다. 처음에 딱 듣는 순간 그냥 장난 전화인 줄 알고 "뭐, 임마" 이러고 끊어 버렸다.  

   그런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다시 "Hello"라고 상대방이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로 외국인 같았다. 그래서 나도 "Hello"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외국인은 뭐라고 막 말을 했다. 순간 당황해서 걔가 뭐라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선영이라는 사람을 바꿔 달라고 하는 거 같았다. 나는 전화 잘못 걸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고 입도 떨어지지 않아서 그냥 "음......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고 외국인은 한참 기다리더니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Sorry"라면서 전화를 툭 끊었다.  "헐~" 어의 없고 짜증이 났다. 진짜로 다시 전화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국인이 짜증나서 전화 잘못 걸었다는 영어를 알아내서 내 책상에 적어 놓았다. 

   그런데 정말로 이틀 후 목요일에 전화벨이 울렸고 마침 또 내가 받았다. "여보세..." "Hello?" 또 외국인이었다. 나도 Hello라고 했고, 이번에도 역시 김선영인가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미리 적어놓았던 한 마디 말을 했다. 

    "You have a wrong number"  

   그게 내가 한 말의 다였다. 외국인이 뭐라고 말하는지 떠들어댔는데, 또 다시 "음... 음..." 이라는 말만 했고, 당황해서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몰랐다. 아, 나, 진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과 사전을 뒤져서 통화시에 하는 영어 대화를 쫘악 찾고 프린터로 뽑았다.  

   진짜로 다시 전화가 올 줄은 몰랐지만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전화가 왔고 이번에는 좀 더 많이 통화할 수 있었다. 뭐, 자기는 눈높이 선생님인데 중1짜리 김선영이라는 애와 하루 30분 동안 전화 수업을 한다고 했다. 아무튼 외국인이 전화를 잘못 걸어서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대화를 마치고 뭔가 그래도 뿌듯함과 성취감, 뭐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전까지 내가 몇 년 동안 했던 영어 공부가 엄청 작게 느껴졌다. 내가 해 왔던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어영부영 대충했던 공부였다. 그래서 난 진짜로 내 꿈을 위한, 나를 위한 공부를 진심으로 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그 통화는 그동안 해이해졌던 마음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고 3 수험생 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내든 성공적이지 못하게 끝내든 간에 다시 그 외국인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잘못 건 당신의 세 통의 전화 덕분에 내가 새로운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그 단 세 통의 통화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 Thank you,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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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ng0812 2010-02-1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건 한동우의 일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