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간결함, 리듬, 그리고 쉬움 같은 문장에 대한 내 모든 태도들은 오로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존재한다. 나는 이오덕 선생이 말씀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믿는다. 모름지기 글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글을 씀으로서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김규항, 리더스하우스, 2010년) 19쪽
김규항의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읽는 내내 예의 마음 속에 불편함은 그가 주로 비판하고 있는 '나쁜 사람'의 모습이 꼭 내 사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계속 그의 책을 읽는 이유는, 이렇게 좌 편향된(?)-이 말을 그는 좋아할 것 같다- 자극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양심이라도 건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의 책이 말하는 내용은 새삼스러울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겹다거나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예수전을 읽었을 때 뭔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고,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었을 때는 그에게 궁금한 몇 가지가 떠올랐고, 이번에는 그 궁금함이 구체적으로 몇 가지 떠올라 메모해 두었다. 앞으로 이 책에 리뷰를 쓰게 된다면 그 질문을 중심으로 써보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남은 글은 다름아닌 책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나의 문장론'이었다. 그 중에서도 위의 밑줄 부분.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일기장 같은 알라딘에도 글을 잘 쓰지 않는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늘 그대로일텐데, 글로 정리하지 않으니 김규항의 지적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그냥 흘러가 버린다.
나의 걱정-이대로 정체 상태가 계속된다면 교사로서의 내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