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안의 봄
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이산 / 2004년 6월
평점 :
장안의 봄을 논하기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작은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였다. 중간에 "베이징 이야기", "동방제국의 수도" 등 베이징으로 눈길이 갔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은 장안이었다.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의 역자 후기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책이었던 게 큰 이유였다. 도서관에서 빌릴까 했으나 다들 집에서 거리가 먼 곳들뿐이라 중고로 샀다.
장안의 봄長安の春이 처음으로 나온 때는 1941년이고, 현재 번역본은 1967년 헤이본샤平凡社 판이다. 책이 한 번에 나온 게 아니라 기존에 발표했던 글들을 고쳐서 모은 것이라 실제로 가장 이른 것은 1920년대의 글이고, 가장 뒤에 나온 것도 1950년대의 글이다. 길게는 백여년에 가까운 글이지만 이시다 교수의 필력과 이동철, 박은희 선생의 번역으로 장안의 모습을 여전히 생생하게 보여준다.
何人占得長安春
p.13; 韋莊, 長安春
책은 장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 읽고 돌아보니 장안의 봄을 차지할 사람何人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에서처럼 당나라 사람들은 해외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 이시다 교수는 이러한 당대 장안의 모습을 여러 사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14장 서역 상호(商胡)가 비싼 값에 보물을 구하는 이야기, 15장 다시 호인채보담(胡人採寶譚)에 대하여, 16장 호인매보담(胡人買寶譚) 보유 등 세 장에 걸쳐서는 사실상 (중)문학자가 해야할 일인 민담유형 분류를 본인이 직접 했다는 점에서 이 사람도 천재였구나 싶었다.
당나라 문명 연구의 3대 명저로 "唐代长安与西域文明(向达)", "장안의 봄(石田幹之助)",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Schafer)" 셋을 꼽는데 어쩌다 셋 중 둘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아쉽게도 샹다의 책은 번역이 되어 있질 않아 일단 여기서 당나라 탐구(?)는 마무리한다. 언젠가 "당대 장안과 서역 문명"이 번역되어 나온다면 그때 다시 볼 수 있길.
화려했던 장안의 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