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냥 '병가를 내고 하루 결근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마음을 고쳐 먹고 학교갈 준비를 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부시시하게-안 그래도 평소 모습이 '꽤죄죄'한데, 몸이 아프니 더욱 그래 보인다. 오늘 수업 마치고 교실을 나오다 한 녀석이 "샘, 파마했어요?"라고 물었다.- 집을 나섰으나 몸은 천근만근! 겨우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0교시 수업은 못 들어갔으면서도 도서실에 들러 책장에 책을 꽂아두고 연달아 수업도 두 시간이나 했다. 수요일 수업은 수업 태도가 비교적 좋은 반들이다. 날씨도 약간 흐리고, 나도 몸상태가 안 좋은 줄 아니 아이들도 무척 차분해졌다. 평소보다 더 수업이 잘 되는 것 같다. 평소에 나는 아주 활기찬 수업을 좋아하는데 몸이 아프니 아무래도 그건 좀 부담스럽다.

   겨우 겨우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도서실에서 아이들을 맞았다. 오늘부터 새 책이 들어온 터라 아이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많다. 그래도 점심시간엔 아픈 게 조금 덜하다. 5교시 수업이 바로 시작되어 교실에서 수업을 했다. 그리고 8교시에 보충 수업이 있었는데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깡'으로 버틴 셈이다. 결국 8교시도 꾹꾹 눌러서 수업을 다 하고 교무실 내 자리에 내려오니 맥이 탁 풀렸다.

   나는 몸이 아프면 괴롭기도 하지만 마음 속 저 한 편에서는 내 몸이 다시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은 느낌을 즐기곤 한다. '이제 바닥을 쳤어, 이제 조금씩 몸 상태가 나아질거야!' 는 암시를 주고 점점 나아지는 걸 느끼고 있을 때면 짜릿하다. 내 몸 스스로가 회복 능력을 발휘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능하면 약은 안 먹는다.

   집에 와서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잠깐 졸았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빨리 자 보자!

 

   오늘 내가 한 기침은 몇 번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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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5-1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릉 주무시고.. 감기 빨리나으셔요.;;

kimji 2004-05-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셔야죠. 선생님이 건강해야 아이들도 많이 웃는답니다. 건강하세요.

2004-05-13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나무 2004-05-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자리를 비워서 아프신거군요. ^^ 제가 있었으면 좀 도움이 되었을텐데 죄송한 마음이군요. 오늘은 두배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느티나무 2004-05-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rim님께서 일착 하실 줄 알았다면 ^^; 맥주 파티는 즐거우셨습니까? 흠..팬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음악 잘 들었습니다.

느티나무 2004-05-1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mji님, 고맙습니다. 오늘은 이제 기침은 가라앉았고... 머리만 약간 띵 하네요 ^^ 아이들이 목소리 갈라진다면서 자꾸 놀리네요. 휴~ 힘들어!

느티나무 2004-05-1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나무님의 따뜻한 배려... 고맙습니다. 오늘 컴퓨터가 말을 안 들어서 불편하셨지요? 선물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딱 맞는 선물이네요 ^^
 

   어제 도서실에 새책이 들어왔다. 오늘부터 내가 해야할 일은 새 책에다 학교 이름이 들어간 도장 3군데 찍고, 책 속지에 등록번호도장 1개, 도서실 직인 1개, 등록번호 도장에 등록된 날짜와 등록번호 쓰기... 들어온 책은 440권이니 며칠은 걸릴 것 같지만 오늘 하루만에 끝냈다.

   사실, 도장은 어제 오후부터 나 혼자서 찍기 시작했고 오늘 7교시부터 도서부 아이들이랑 같이 모여서 일을 나누고 2시간 정도 하니 어렵게 겨우 끝났다. 그래도 7명이서 일을 나눠 맡으니 혼자하면 며칠 걸릴 일도 짧게 끝났다.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더 즐거웠다.

   이번에 들어온 책 중에는 내가 신청한 책이 거의 반 정도이다.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신청서를 돌리지만 겨우 한 두권씩 적어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편이니 자연 책을 고르는 것은 도서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껏 사고 싶은 책을 마음놓고 골랐다.(다 골라서 주문하고 나니 아이들이 안 읽으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서실 업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 바로 이거다. 내 마음대로 책을 골라서 책장에 꽂아둘 수 있다는 것! 물론 아이들이 도서실에 와서 책 고르는 걸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골라서 아이들에서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내일 학교에 가서 책을 서가에 꽂으면 된다. 음... 내일이면 눈치 빠른 녀석들은 새 책이 들어온 걸 알게 되겠지? ㅋㅋ 새 책을 보면 반짝일 아이들의 눈빛이 기대된다.(그래도 고등학생들인데 진짜 눈이 빛날까?)

   도서실 이야기는 이쯤해 두고, 일요일부터 감기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목이 칼칼하더니 오늘부터는 코로 옮아간 모양이다. 콧물이 계속 나오는 것이 좀 괴롭다. 그래도 공부방에서 꿀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는 저녁도 먹고, 과일도 맛나게 먹었다. 감기엔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아버지께서 시골에 농사지으러 가고 싶다고 하셨다.(물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갑자기는 아니시지만)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께서는 농사를 지으셨고,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아버지께서는 공장에 다니셨다. 내가 어릴 때 우리집 과수원 원두막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낸 것하며, 학교 들어가기 전 여름 밤에는 마당에 모기불을 피워놓고 구구단을 외우던 기억이 뚜렷하다.

   나는 아버지께서 별다른 계획 없이 말씀하시는 것이 좀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래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으로 말았다. 앞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잡혔으면 좋겠다. 정말 시골로 내려가실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같은 분은 정말 시골에서 농사 지으셔야 하는 분이기는 하다.

   이크, 콧물이 주르르 흐른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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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5-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등학교 도서관이면...정말 아이들이랑 나누고 싶은 책을 마음껏 신청할 수 있겠군요!^^

다연엉가 2004-05-1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사는 대리만족을 느끼겠군요...저도 그것 좋아하는디^^^
감기 조심하구 아버님은 곰곰히 생각좀 해 봐야겠군요.

2004-05-1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5-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욕심이 자꾸 생겨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거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1. 학생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2. 동료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

3.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 망설이지 않는 것.

4. 정시에 퇴근해서 운동하는 것.

5. 남는 시간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

-단순하지만 , 참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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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유행하는 돈지랄(! 죄송...)이 아닌, 진정한 웰빙이군요. 3번...

느티나무 2004-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우리 학교에서 하종강 씨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그 날 하종강 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돈이 많은 인간'과 '돈이 없는 인간'으로. 많이 배운 사람들 역시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유식한 인간'과 '무식한 인간'으로.
우리도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다. 가족의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던져 본 적이 있는 인간과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인간으로!

nrim 2004-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려워요......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정말 자기 단련이 필요한듯.

느티나무 2004-05-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기도 쉬운 게 아니네요 ^^ 생각하면 더 복잡하고 힘들 것 같지요? ㅋㅋ
 

1. 어제 서재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잔 덕분으로 오늘 늦게 일어나다.

2. 조선일보를 아십니까?(김민웅외, 개마고원,1999)를 읽었다.

3. 저녁 초대를 받아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4. 집에 돌아오니 자야할 시간이다.

5.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내일도 비가 계속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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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공부방 친구들과 카톨릭대학교에서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은 참 쑥쑥 자라는 것 같다.

내 피부가 벌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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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 2004-05-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시같습니다. 선생님. 잘 계시지요?

느티나무 2004-05-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도 잘 계신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