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김OO 선생님이 축구하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이야기를 했었다. 토요일 아침, 수술하러 들어가는 것을 볼 때 나도 약간 긴장을 했다. 결코 짧지 않았던 수술 시간이 끝나고 몽롱한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서 나온 김OO 샘을 보니 좀 안쓰럽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 결과도 좋고, 회복 속도도 빨라서 지금은 씩씩하게 병원에 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OO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내 친구 장김OO이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김OO선생님이 입원해 있는 그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왔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를 받고 황당했다. 문자 맨 끝에 '농담 아님'이라는 내용까지 넣은 걸 보니, 사고가 나기는 난 모양인 듯 싶어서 장김OO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학교에 계신다는 다른 분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정지해 있던 차를 달려오던 차가 추돌해서 차 두 대가 거의 다 망가진 큰 사고가 났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장김OO은 뼈와 신경 계통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으나 근육이 과민반응을 보여서 허리와 등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화요일 오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입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장김OO과 통화를 했다. 자기 승용차는 있지만 평소엔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녀석이 화요일엔 왜 차를 타고 갔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내가 주문한 물건 배달해 주려고 그랬단다. (장김OO의 누나가 한겨레 초록마을 가게를 하는데, 며칠 전에 장김OO에게 누나의 가게에서 물건을 좀 사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화요일 저녁에 모임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걸 가져도 주려고 그날은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김OO선생님은 나와 7년 전에 같은 학교에 같이 발령을 받은 사이다. 우리 처제의 표현을 빌리면 '만화 같은 캐릭터'의 인물이고, 우리 학급운영모임에서 가장 독특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해서 '연극''영화''노래''마술''춤' 등에 관심도 많고 재주도 많은 분이다. 한편으로 아이들과 잘 놀고, 언제나 고민이 많은 '진실한 선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도 함께 한다.

   장김OO은 14년째 같이 붙어다니는 친구다. 내가 결혼한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린 친구이기도 하고 안 보면 늘 소식이 궁금해지는 녀석이다. 우리는 만나면 언제나 내가 놀려주는데, 함께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의 재담을 보고는 무척 즐거워한다. 뭐 이렇게 쓰고 보니 그 녀석과의 관계를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우리 모임에서는 나를 덤(dumb), 김OO샘을 더머(dumber), 장김OO을 더미스트(dumbest)라고 부르기도 했을 정도로 그냥 두루 허물 없이 지낸다. 우리 모임에서 성격 특이한 사람을 서로 지명하기로 했는데, 압도적인 차이로 1위는 당근 김OO샘이 뽑혔고, 2등은 대한민국 1% 이내에 드는 소수자인 장김OO이 차지했다.(난, 전체 8명 중, 3위였다.)

   그런데 나는 두 명이 같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잘 믿기지도 않고, 괜히 우습기도 했다. 환자가 다시 환자를 돌보는 어이없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제는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으나, 두 명이나 입원해 있는 환자를 두고 모임을 할 수가 없어 두 군데 다 병문안을 갔었다. 뭐 나름대로는 유쾌한 병문안이었다. 병원을 나서니 또 11시가 다 되었다.

   참!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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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5-06-0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친구 장김OO은 " 대한민국 1% 이내에 드는 소수자"입니다. 그러면 그 1%에 든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예를 들면, 월급이 상위 1% 안에 든다 ㅠㅠ)

해콩 2005-06-02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건 웬일이야.. 였죠!! 두 사람 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예요. 며칠 사이에 병원을 얼마나 다녔던지.. ^^ 이젠 우리 병원 갈 일 만들지 맙시다. 특히, 느티나무님이 걱정!! ㅋㅋ

2005-06-02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07:10 - 일어났다. 쓰레기 분리배출하는 날이고, 야자감독이 있는 날이라 조금 더 서둘렀다. 아침에 두 번 왔다갔다하며 쓰레기를 배출했다.

08:10 -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했고, 아침 방송부터 교실을 돌아다녔다. 방송 시간은 20분간이고, 한 번도 쉴 틈도 없이 빡빡하게 교실을 헤집고 다녔다.

08:40 - 공식적인 아침 회의. 언제나 그렇듯 지시사항만 잔뜩 내려오고, 나는 잘 듣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09:00 - 아이들에게 간단한 전달사항과 '잔소리'를 했고, 1교시 수업이었는데, 바로 다음날이 노는 토요일이라 아이들이 들떠 있는 듯 했다.

10:00 - 2교시는 수업이 없었지만, 자리에 앉아서 '고등학교 1학년' 의견 조사라는 공문도 아닌 듯한, 서류를 만들었다. 누구의 사적인 부탁인지는 몰라도 결국 거치고 거쳐서 나에게까지 왔고, 그냥 해치우자는 심정으로 컴퓨터를 열심히 두드렸다.

11:00 - 다시 3교시 수업시간. 여학생반인데, 이 반은 특별히 나를 좋아하는 분위기라 수업 태도도 좋고, 조용하게 집중한다. 그래서 열심히  수업을 하고 나오니 슬슬 피곤해진다.

12:00 - 4교시다. 4반 아이들의 체육시간. 같이 축구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체육복을 가져왔으나, 아이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줄넘기 수행평가를 해서 축구하기는 힘들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2교시에 하던 서류를 마무리했다. 그것도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13:00 -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반의 OO이가 상담하러 왔다.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점심 상담시간이다. OO이와 학교 뒷편에 앉아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이야기도 들었다.

13:40 - 다시 5교시 수업시간. 우리반 수업시간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5교시 수업은 쓰러지는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한다. 푸념과 협박과 잔소리를 섞어서 떠들었더니 힘겹다.

14:30 - 6교시 수업시간. 6교시는 클럽활동시간이다. 올해 맡은 반은 '독일문화탐구반'. 눈치를 보니 작년까지 동아리라는 이름만 걸어두고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아서 걱정스러웠다. 동아리답지 않게 담당교사(나)가 주도해서 발표도 하고 놀이도 한다. 한 시간을 또 떠들었더니 이젠 진짜 피곤하다.

15:40 - 청소시간에 아이들이 아무도 청소를 해 놓지 않았다.

15:50 - 보충수업시간. 정규수업시간과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 뿐.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보충수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더 웃기는 사실은, 나도 우리반 녀석이 보충수업을 안 한다고 하면 내심 불안해진다.

16:40 - 전에 근무한 학교의 OO이. 오늘 자퇴서를 내고 나중에 저녁 먹으러 온단다. 반갑다. 이어지는 보충시간이다. 이것 때문에 오늘 수업은 총 6개가 되는 셈이다. 수업은 이제 서로가 힘든 상황이다.

17:30 - 정규일과가 끝나고 보충수업을 2시간이나 하고도 다시 교육방송수업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퇴근을 하시고 야자감독 선생님이 남아서 12반을 돌아다니시며 감독을 한다. 아이들도 지칠 때가 되었건만 아직도 무슨 할 이야기가 남았는지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다.

17:40 - 의주샘이 학교에서 축구하다 다쳤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학교 앞의 병원에 입원해 있고, 내일 수술을 해야한단다. 내일 보호자로 병원에 좀 와 달라고 했다. 오늘 저녁은 야자감독이니까, 저녁 늦게 가 보겠다고 하고, 서울에 갈 계획을 서둘러 취소했다.

18:40 - 이제 저녁시간이다. 자퇴한 OO이가 와 있다. 미리 주문한 돼지국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 계획인지, 지금 심정은 어떤지, 왜 자퇴를 하게 되었는지... 별로 망설이거나 막힘이 없다. 나는 자의식이 강해서 그렇다고 말해 주었고, 네 결정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했다.

19:30 - 다시 야자시간이다. 내일이 노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교실이 헐렁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계속 웅성거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조용히 공부하자고 달랜다. 정말 한 번도 앉지도 못하고 반마다 들어가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21:00 - 드디어 야자가 끝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슬금슬금 돌아가려고 할 때 나는 우리반에 들어가서 청소해라고 했다. 녀석들은 후다닥 청소를 끝내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21:30 - 서영이가 6월 1일부터 재수학원을 간다고 해서 격려하는 자리를 갖기로 해 약속 장소로 가다가 생각해 보니 지갑을 학교에 두고 왔다. 서둘러 집으로 와서 돈을 좀 챙겨서 나왔다.

21:40 - 녀석들을 만났다. 모두 세 명이다. 둘은 대학생이고, 서영이는 재수생이다. 서영이는 지금껏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다 이번에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 재수학원에 등록을 했다. 얼마 전에 서영이와 그 일당들이랑 저녁을 먹었었는데, 이미 그 때쯤에 학원에 가겠다고 해서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푸짐한 저녁을 먹었음에도 감자탕과 소주 한 잔을 앞에 두니 자꾸 먹혔다.

23:20 - 아쉬움을 달래며 자리를 접었다. 이제는 병원에 가봐야 할 시간이다. 병원에 갖다 줄 물건이 있었기 때문에 역시 집에 들러야 했다. 같이 가기로 한 안해는 잠에 취해서 내일 간다고 했고, 나는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23:30 - 병원에 도착하니 역시 의주샘 혼자서 자고 있었다. 깨워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지도 물었다. 어머님께서 연로하시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일단 내일 아침에 수술할 예정이니 그 때 다시 좀 와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24:30 - 병원을 나섰다. 버스도 안 다니는 시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내일 일찍 병원에 가려면 서둘러 자야하는데 쉽게 잠이 안 왔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것 같다. 책을 뒤적였으나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 생각해 보면 무지 길고도 힘든 하루였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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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5-3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왜 그렇게 사세요? ^^ 저의 삼일도 공개합니다... 놀러오세요~

2005-05-31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일은 아마 서울에 있을 것이다. 음,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는 것이니 괜찮은 연극이나 한 편 보았으면 좋겠다. 하기야 부산에서도 찾아보면 멋진 연극은 많겠지만,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 보는데, 서울에 갔으니, 연극을 본다는 것도 좀 우습기는 하다.

   내일 저녁은 아무래도 그 연극 한 편 보면 하루가 끝날 것이고, 다음날은 서울 구경이나 하다가 내려와야겠다. 아? 내일은 세 번째 토요휴무일이다.

   갔다오면 이래저래 좀 피곤도 하겠지만, 그래도 가야할 곳에 주저하지 않고, 마음 내어 가는 것. 제대로 사는 첫 걸음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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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5-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를 태우고 내려올 차는 확실히 준비되어 있는 걸까요? ^^; 뭐하고 놀껀지 올라가면서 의논해요~

느티나무 2005-05-2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가 없다고 봅니다. ^^;; 케이티엑스를 예매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kimji 2005-05-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괜찮은 전시를 하고 있는 게 꽤 있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도 있고요. 저도 아직 못 봤습니다만(조만간 서울에 올라가 저도 볼 예정이랍니다), 평이 좋던걸요. 대림미술관에서의 '보드리야르'전도 괜찮을 듯 싶고요. 아, 최순우옛집 탐방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저 역시도 계획중이지만요-).
예술의 전당, 최순우 옛집은 저도 이번에 서울에 올라가면 할 일 목록에 넣었답니다. 그래서 살짝 님에게도 알려드렸습니다. 괜찮을 것 같아요. 자료들은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 듯 싶고요^^
아무튼, 서울 나들이,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기원할게요. ^>^ 날씨도 좋으라고도 더불어 기원! ^>^

해콩 2005-05-2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 잘 다녀올께요. 샘도 수고... ^^;
 

    지난 주말에는 전에 근무하는 학교의 예쁜 고 3 학생들이 놀러 왔다. 이번엔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2년 전에 아내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라 안해를 보러 온 셈이었다. 토요일도 자율학습이 있어 6시가 조금 넘어서 온 녀석들은 예상보다 무척 밝았다. 같이 저녁을 먹고, 사진첩도 보고,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참, 놀면 시간이 후다닥 가버렸다.

   저녁 11시.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다들 아쉬움이 남는지 아파트 사이의 공간을 한바퀴 걸었다. 역시 여고생들이라 뭐가 그리 좋은지 별 것도 아닌 것에 웃고 떠들고, 시끌벅적했다. 나는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민들이 신고나 하지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던데... 녀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들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아이들이 돌아간 깊은 밤. 안해와 함께 집을 치우고 나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일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이번에 팔십 여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낙동강 하구에 있는 무인도인 '진우도'를 가기로 했다. 나는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진우도 생태기행의 준비팀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 미리 와 있는 대절 버스에 탄 참가자를 확인하고, 서둘러 배를 타기로 한 약속장소를 갔다. 이번 답사는 선생님들께서 의외로 신청을 많이 하셨다. 평소엔 큰 버스 한 대 정도만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80명이라 버스를 두 대나 빌렸다. 특히, 가족 단위로 많이 오셔서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었다.

   보트를 타고 무인도인 진우도로 들어갔다. 해안은 미처 정리가 덜 되어 약간 지저분했지만, 섬의 안쪽은 숲도 꽤 넓고, 무엇보다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에게도 역시 갯벌이 인기 최고! 게와 조개 등을 잡아서 관찰하고, 강사로 오신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서 아이들도 무척 신났고, 어른들도 어린 시절의 한 때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셨다.

   다시 섬의 중심부로 들어와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갯벌의 반대편 해안으로 갔는데 완만한 모래사장 덕분에 물놀이를 하는 녀석들도 제법 있었다. 섬에서의 일과는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보트의 속도를 만끽하며 나오다가 단속나온 해양경찰에게 걸렸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정원도 초과한 대다가 구조 장비도 없고, 규정 속도도 어겼다는 것이었다. 해경의 말을 들으면 잘 몰라서 그렇지,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겁을 잔뜩 주었다. 물론, 우리를 배로 실어다 준 그 분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지만,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돌아가시는 선생님들께 잘 가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준비팀은 간단한 뒷풀이를 했다. 역시 몸은 무지하게 피곤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일이 무사히 마무리된 것 같아서, 그러면서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은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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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 오늘은 화요일이다.  여전히 가야할 곳이 있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오늘은 학교에서도 바쁘다. 그렇지만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도 한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자면야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다 들춰내겠지만, 요즘처럼 조금 나른한 날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잠시 몸을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보름쯤 지난 5월달에 제법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메이데이 집회를 가자는데 안 간 것 빼고는 어린이날에는 공부방 어린이날 행사에 가서 아이들이랑 놀았지- 마침 그 날은 어머니 생신이셔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에 있었던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사촌동생 결혼식에 갔었고, 그 다음날은 처이모님께서 미국에서 오셨기에 처가에 인사드리러 갔었다.

   지난 주는 시험기간이라 오후에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지만 공부방에 가고, 학교 선생님들과 연수 한 번 갔고, 오랜만에 보고 싶은 샘이랑 연락해서 만났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13일)은 우리 학교 소풍! 물론 준비를 안 해 갔기 때문에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날은 참담한 기분이 든다.) 원치 않는 식사자리에 끌려갔다가 모두아 체육대회에 갔었다.

   모라중에서 열린 모두아 체육대회는 여섯 명이서 농구와 축구를 하고, 학교 안에서는 놀이 연수도 받았다. 역시나 즐거운 시간. 그러나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배가 아파서 별로 뛰지 못했다. 이어진 뒷풀이는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났다.

   다시 주말이 되었다. 학교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노래가 넘쳐나고 이날만은 귀한 꽃들도 흔해빠져서 대접받지 못하지만, 학교, 학생 어디에서도 '스승'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냥 촌지에 관한 기분 나쁜-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만 떠돈다. 나는 학교에 있는 내내 우울했다.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은 어떤 날일까? (스승의 날이 없어지면 가장 섭섭해 할 집단은 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하루 놀 기회가 줄어드니까!) 졸업한 두 녀석이 없는 돈을 털어산 것이 분명한 음료수를 들고 아침부터 찾아왔었다.  자꾸 녀석들의 나이를 곱씹게 된다. 23살. 참 좋은 나이라고 말이다.

   학교에서의 우울과 피곤이 겹쳐서 그랬겠지만, 집에서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토요일 저녁은 공부방 교사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모처럼 통도사 근처에서 숙박을 하며 여름캠프 계획을 잡는다고 하는데, 나는 맨 마지막에 갔다. 9시가 다 되어 도착해도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는 공부방 식구들. 선생님들이 잘 차려주신 저녁을 먹었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할, 여름캠프의 자잘한 내용들에 대해 계속 토론이 이어졌다. 그래서 회의가 대충 마무리된 시간이 새벽 3시. 다른 선생님들은 슬슬 잠자리로 드시는데,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왔다. 일요일에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어쩌다 중요한 일은 취소가 되었고, 덕분에 잠은 쏟아졌다. 오후에는 도서부 아이들이 놀러왔다가 갔고, 나는 모처럼 목욕탕에 갔었다. 근데, 거기서도 애들을 만났다. 돌아보면 참 멀리 온 한 주라는 느낌이다.

(이런 자질구레하면서도 숨가쁜 일상을 쓰려는게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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