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전에 근무하는 학교의 예쁜 고 3 학생들이 놀러 왔다. 이번엔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 2년 전에 아내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라 안해를 보러 온 셈이었다. 토요일도 자율학습이 있어 6시가 조금 넘어서 온 녀석들은 예상보다 무척 밝았다. 같이 저녁을 먹고, 사진첩도 보고,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참, 놀면 시간이 후다닥 가버렸다.

   저녁 11시.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다들 아쉬움이 남는지 아파트 사이의 공간을 한바퀴 걸었다. 역시 여고생들이라 뭐가 그리 좋은지 별 것도 아닌 것에 웃고 떠들고, 시끌벅적했다. 나는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민들이 신고나 하지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던데... 녀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들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아이들이 돌아간 깊은 밤. 안해와 함께 집을 치우고 나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일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이번에 팔십 여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낙동강 하구에 있는 무인도인 '진우도'를 가기로 했다. 나는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진우도 생태기행의 준비팀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 미리 와 있는 대절 버스에 탄 참가자를 확인하고, 서둘러 배를 타기로 한 약속장소를 갔다. 이번 답사는 선생님들께서 의외로 신청을 많이 하셨다. 평소엔 큰 버스 한 대 정도만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80명이라 버스를 두 대나 빌렸다. 특히, 가족 단위로 많이 오셔서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었다.

   보트를 타고 무인도인 진우도로 들어갔다. 해안은 미처 정리가 덜 되어 약간 지저분했지만, 섬의 안쪽은 숲도 꽤 넓고, 무엇보다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에게도 역시 갯벌이 인기 최고! 게와 조개 등을 잡아서 관찰하고, 강사로 오신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서 아이들도 무척 신났고, 어른들도 어린 시절의 한 때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셨다.

   다시 섬의 중심부로 들어와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갯벌의 반대편 해안으로 갔는데 완만한 모래사장 덕분에 물놀이를 하는 녀석들도 제법 있었다. 섬에서의 일과는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보트의 속도를 만끽하며 나오다가 단속나온 해양경찰에게 걸렸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정원도 초과한 대다가 구조 장비도 없고, 규정 속도도 어겼다는 것이었다. 해경의 말을 들으면 잘 몰라서 그렇지,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겁을 잔뜩 주었다. 물론, 우리를 배로 실어다 준 그 분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지만,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돌아가시는 선생님들께 잘 가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준비팀은 간단한 뒷풀이를 했다. 역시 몸은 무지하게 피곤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일이 무사히 마무리된 것 같아서, 그러면서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은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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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2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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