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화요일이다.  여전히 가야할 곳이 있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오늘은 학교에서도 바쁘다. 그렇지만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도 한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자면야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다 들춰내겠지만, 요즘처럼 조금 나른한 날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잠시 몸을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보름쯤 지난 5월달에 제법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메이데이 집회를 가자는데 안 간 것 빼고는 어린이날에는 공부방 어린이날 행사에 가서 아이들이랑 놀았지- 마침 그 날은 어머니 생신이셔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에 있었던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사촌동생 결혼식에 갔었고, 그 다음날은 처이모님께서 미국에서 오셨기에 처가에 인사드리러 갔었다.

   지난 주는 시험기간이라 오후에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지만 공부방에 가고, 학교 선생님들과 연수 한 번 갔고, 오랜만에 보고 싶은 샘이랑 연락해서 만났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13일)은 우리 학교 소풍! 물론 준비를 안 해 갔기 때문에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날은 참담한 기분이 든다.) 원치 않는 식사자리에 끌려갔다가 모두아 체육대회에 갔었다.

   모라중에서 열린 모두아 체육대회는 여섯 명이서 농구와 축구를 하고, 학교 안에서는 놀이 연수도 받았다. 역시나 즐거운 시간. 그러나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배가 아파서 별로 뛰지 못했다. 이어진 뒷풀이는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났다.

   다시 주말이 되었다. 학교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노래가 넘쳐나고 이날만은 귀한 꽃들도 흔해빠져서 대접받지 못하지만, 학교, 학생 어디에서도 '스승'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냥 촌지에 관한 기분 나쁜-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만 떠돈다. 나는 학교에 있는 내내 우울했다.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은 어떤 날일까? (스승의 날이 없어지면 가장 섭섭해 할 집단은 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하루 놀 기회가 줄어드니까!) 졸업한 두 녀석이 없는 돈을 털어산 것이 분명한 음료수를 들고 아침부터 찾아왔었다.  자꾸 녀석들의 나이를 곱씹게 된다. 23살. 참 좋은 나이라고 말이다.

   학교에서의 우울과 피곤이 겹쳐서 그랬겠지만, 집에서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토요일 저녁은 공부방 교사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모처럼 통도사 근처에서 숙박을 하며 여름캠프 계획을 잡는다고 하는데, 나는 맨 마지막에 갔다. 9시가 다 되어 도착해도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는 공부방 식구들. 선생님들이 잘 차려주신 저녁을 먹었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할, 여름캠프의 자잘한 내용들에 대해 계속 토론이 이어졌다. 그래서 회의가 대충 마무리된 시간이 새벽 3시. 다른 선생님들은 슬슬 잠자리로 드시는데,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왔다. 일요일에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어쩌다 중요한 일은 취소가 되었고, 덕분에 잠은 쏟아졌다. 오후에는 도서부 아이들이 놀러왔다가 갔고, 나는 모처럼 목욕탕에 갔었다. 근데, 거기서도 애들을 만났다. 돌아보면 참 멀리 온 한 주라는 느낌이다.

(이런 자질구레하면서도 숨가쁜 일상을 쓰려는게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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