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복잡한 사정은 있었지만, 지난 3년 동안 정들었던 내 디지털카메라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안에 사진은 모두 지운 상태였다. 요즘에야 약간 뜸하긴 했어도 내가 외출할 항상 처음으로 챙기는 물건이 바로 '디카'였다. 지금 보면 300백만 화소급에 투박한 디자인의 평범하기도 어려운 카메라지만, 4년 전에 컴팩트형으로서는 괜찮은 모델이었다.

   2003년이었던가? 여름방학 때 혼자 제주도로 도보여행을 가기 전에 망설이다가 '디카'를 샀다. 처음 며칠 동안은 내 손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쉽게 셔터를 누르지도 못 했다. 대강의 사용법만 익히고, 제주도를 혼자 걸으며 수도 없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카메라로 제주도의 모습을 담을 때는 혼자 여행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도보 여행에서 돌아와 컴퓨터에 사진을 옮기고 정리할 때는 뿌듯하기도 했다.

   두 번이나 수리센터에 다녀온 경력이 있었던 카메라였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나의 첫 디지털카메라! 이제 새로운 카메라를 사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처음 살 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더 모든 게 좋아 보여서 딱히 하나를 고르기가 무척 어렵다. 빨리 정해서 사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새 학기엔 아이들의 사진을 다 찍어주고 싶다- 벌써 시기를 약간 놓친 것 같다. 이제 어떤 것을 사도 나의 첫 디카는 오래 기억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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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6-03-0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셨나요? 기왕이면 SLR 이제 그정도 사도 되지 않나요?
 

   느긋한 토요일 아침일텐데 아침부터 바빴다. 여느 때 같으면 조금 더 잘 수 있었으나,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창밖을 보니 날이 흐렸다. 꼭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였으나, 춥지 않으니 눈이 내릴 가능성은 적었다. 오늘 같은 날, 눈이 온다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텐데 말이다.

   집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기로 했다. 늘 약속 시간을 강조해 온 터라 빠르게 걸어가다가 아침을 안 먹고 오는 사람도 있겠다 싶어서 근처의 빵집에 들렀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은 전에 근무하던 OO고 졸업생! 1년 전에만 해도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을텐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난감한 상황! 이럴 땐 정면 돌파해야한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다행히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빵을 챙겨들고 나오니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온다. 장소를 잘 못 찾겠다는 전화부터 왜 아직 안 오냐는 전화까지... 늦은 걸 만회하기 위해서 빵을 내밀었으나 반응은 썰렁했다. 나보다 조금 더 늦게 온다는 두 녀석을 기다리면서 분위기를 보니 여전히 남학생과 여학생의 벽은 높다. 이 녀석들, 촌스럽기는... 좀 자연스러울 수 없나 싶다. 하기야 나도 저 나이 땐 그랬으니까! 그러다 심각한 짝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했었지. 흠- 우리 모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려나?

   종점 다음 정류장에서 탄 버스라 자리는 넉넉하고 같이 모여서 재잘거리는데다가, 토요일 아침이라 막힘 없이 신나게 달려준 버스 덕분에 하단교차로까지는 금방이었다. 우리의 목적지인 을숙도 광장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물론, 마을버스도 있었지만 900원을 내기엔 좀 아깝더라.) 을숙도 광장까지도 왁자지껄 신나게 얘기하면서 걸으니 멀지 않았고, 상쾌한 강바람까지 불어오니 잘 걸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후 1시간 동안 쓴 글을 올리려고 했더니 로그인 메세지가 뜨더군요. 그래서 로그인을 했더니  지금껏 쓴 내용이 다 날아가 버렸네요.ㅠㅠ 정말 허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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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06년 2월에 읽은 책을 정리하려고 한다. 2월에는 별다른 일 없이 집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는데, 책은 별로 읽지 못한 거 같다. 2월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단연 <지식의 발견>이다. 모처럼 정신을 집중해서 정독한 책이다. 아, 그리고 이미지는 안 나왔지만, 한 권 더 읽은 책이 있는데...

   소설 속의 철학

   이왕주,김영민

   문학과지성사

       1997년

 

  • 새들은 과외수업을 받지 않는다 : 김종철, 이현주, 장회익 선생님들의 글은 어떤 분야의 글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 살이의 글인가, 수월하지 않은 글읽기였다.
  • 지식의 발견 : 서평 모음집인데, 나도 저런 서평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놀이가 예술이 되더라.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책 읽기
  • 슬픔은 흘러야 한다 : 아직도 이라크는 전쟁 중. 그냥 방에서 책 읽기가 미안했다.
  •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상) :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매력적인 '열린책들'의 책. 지금 열독중이다.
  • 소설 속의 철학 : 이왕주교수님의 밀도 있는 글쓰기 방식이 참 좋다.

 

[아이들과 2006년 2월에 함께 읽은 책]

 

 

 

 

 

  • [다섯 번째 모임(2월 2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 조사하고 발표하기.
  • [여섯 번째 모임(2월 9일)] 13세의 헬로 워크(1,2장) - 1,2장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을 찾아서 조사하고 발표하기.
  • [일곱 번째 모임(2월 16일)] 13세의 헬로 워크(3,4,5장) - 3,4,5장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을 찾아서 조사하고 발표하기.
  • [여덟 번째 모임(2월 23일)] 13세의 헬로 워크(6장, 기타) - 지금까지 조사한 직업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연극으로 공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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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2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으로 읽는 한국사 2]를 검색해봤는데 아동용 밖에 없더라구요. 흠... 어쩌죠?

느티나무 2006-02-2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제가 말씀을 잘 못 드렸나 봐요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2' 랍니다.
 

글밭 나래 우주인에게

   글밭 나래, 우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고등학교 생활에 짐을 더하는 생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짐을 더 진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껏 평안하던 너희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가 읽은 책을 통해 끊임 없이 돌을 던지고 싶다. 만약 너희들의 마음이 한겨울의 추위로 꽁꽁 얼어서 누구의 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내가 던진 돌은 너희들의 마음 속에 가 닿지 못 하고 마음 한 귀퉁이에 나뒹굴고 있을 것이고, 너희들이 마음이 얼지 않았다면 내가 던진 돌멩이가 가라앉으면서 일으키는 파장으로 마음 한 중간에서부터 술렁거릴 것이다.

   마음 속에서는 파문이 이는데,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괴로움은 당연한 것이고, 영혼의 성숙을 위한 성장통일테니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오히려 배워도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진정한 문제 상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 왜 내 마음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없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글밭 나래, 우주인'으로 살아가기가 왜 어렵다고 한 줄 아니? 진짜 공부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괴로운 마음을 겪어야 시작되는데다가, 너희들이 글밭 나래, 우주인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 단순한 '배움'의 차원을 넘어서 네 생각을 바꾸고, 네 생활을 바꾸는 진정한 앎으로 나아가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임을 하면서 서로 지켰으면 하는 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읽고 마음 속에 기록해 두면 좋겠다. 이것만  실천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우주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 지금, 여기서, 행동하기 ^^

 *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1. 모임에는 꼭 참석한다.

  • 아무리 똑똑해도 필요 없다. 말 잘 해도 소용 없다. 우리 모임에 안 나오면 '글밭 나래, 우주인'은 아니다. 배움도 나눔도 글밭 나래, 우주인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니, 모임엔 꼭 나와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정말 우리 모임이 비싼 과외비를 받았다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빠지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물론 지금도 그냥 맘대로 빠진다는 건 아니지만 ^^;; 괜히 이런 것으로 서운할 때가 가끔 있다.]

2. 약속 시간은 지킨다.

  • 나에게 중요한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내가 늦은 십 분은 다른 열 사람의 십 분 보다 더 중요한가? 내가 늦게 와서 흘려 보낸 시간은, 무의미함으로 인해서 더 아까운 시간이다. 모든 공동 생활의 제일 첫 규칙 ^^ 시간 약속 지키기, 알지?

3.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해서 나는 기쁘다. 그러나 아직은 2% 부족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신이 참여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그건 '우연'일 뿐이다. 결정에 참여하고, 결과에 따르자.

4. 모든 일은 기록한다.

  • 글밭 나래, 우주인의 모든 활동은 기록으로 남긴다. 1년 후를 생각해 보면,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이나 행동은 모두 까마득한 과거의 사건이 된다. 그 때는 기록으로 남은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 되는 것이고, 기록되지 않은 것은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되는 것이다. 기억이 있다고? 그 기억이 어디에 있지? 나에게 보여줘! 기억을 기록으로 덮어버리자. ^^

 

 * 이런 마음으로 함께 하자.

1. 함께 배우고, 같이 나누자.

  • 배움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 모임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워가려면 나부터 내가 가진 것을 내 놓아야 한다. 아무도 우리들의 '식사'를 준비해 오지 않으면 모인 사람들은 모두 배움의 '배가 고프다.' 배운 것은 나눔과 실천을 통해 진짜 내 것이 된다. 배운 것을 나눠 줘도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진다. 실천하지 않는 배움은 가짜다.

 2. 칭찬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은 자신에게 돌리자

  • 공동 책임은 무책임이라지? 살다 보면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리는 게 좋겠지만, 우리 모임에서는 아낌없는 칭찬과 애정 어린 충고가 적절히 섞였으면 좋겠다. 누구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 거리낌도 없이 모두가 서로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눈감아 주었다가 충고해 주려고 노력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

 3. 서로에게 인간적인 관심과 존경을 가지자.

  • 우리가 이 모임을 통해 행복해지려면(공부든, 무엇이든 간에)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면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게 되면 인간적인 신뢰와 존경을 가질 수 있다. 아직은 먼 길이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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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쉽지 않은 실천사항인걸요.. ^^

느티나무 2006-02-2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문제죠, 항상 ^^ 고등학교 때 저는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니까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죠. 학예전 준비 때문에 새벽 1시에 집에 왔다가 새벽 4시에 다시 일어나 학교 가서 전시물 준비한 적도 있었는데, 그게 좋더라구요. ^^ 그 선배, 동기, 후배들 지금도 만나고 있구요.
 

   어제 여덟 번째 글밭 나래, 우주인 모임이었다. 어제는 특별한 날! '13세의 헬로 워크'라는 책을 3주 동안 읽었다. 우리 나라의 직업에 대해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책 한 권을 세 부분으로 나눠서 읽었고, 앞에 두 번은 자기가 준비해 온 자료(직업 소개)를 발표했었다.

   어제는 세 번째 모임이었는데, 자기가 가지고 싶은 직업을 연극으로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준비해 온 사람은 모두 9명이었다. -느티나무, 이레, 다혜, 현정, 명지, 건, 태훈, 인환, 복규이었고, 처음 참가하는 사람은 넷이었다.- 예슬, 예지, 오미, 혜진

   모임 시작할 때 생활나누기를 하고 본격적인 일인극에 들어갔다. 나는 여행가이드라는 직업을 연기했고, 이레는 범죄수사관, 다혜는 검사, 현정인 의학정보원, 명지는 미술치료사, 건이는 기계설계사, 태훈인 정치가, 인환이는 역사선생님, 복규는 기계제작자를 각각 연기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연기가 되어서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웃으면서도 아주 진지하고 흥미로운 연극이었다. 사실, 나도 무대 체질이 아니라 준비는 했으면서도 부끄럽고, 떨리던데 애들이야 오죽 했을까나? 그래도 대견스럽게 모두들 아주 잘 해 주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

    준비해 온 저희들도 놀라서 서로 칭찬하기 바쁘고, 첫 모임하던 날의 서툴고 낯설음은 이제 저만치 밀치고 나온 것 같아서 서로들 감동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내일은 여덟 번의 모임으로 방학을 마무리한 녀석들과 을숙도에서 놀고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구경가기로 했다. 헌책방 간다는 소리에 벌써부터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녀석들이 마냥 귀엽다. 내일 신나게 돌아다녀야겠다.

   우리의 모임은 계속된다. 개학을 하고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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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4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02-2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근데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신문 때문에 그러시는가 보네요. 기대에 못 미치네요.^^;;

2006-02-2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02-2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다 다른 동아리 하던데... 방송부, 지학부, 만화부, 우리 학교의 그 정체불명 동아리들 많잖아요 ^^;; 나름대로 동아리는 거의 다 들었던듯~~! 지금 문예부 애들도 괜찮아요 ^^ 내가 아는 애들도 몇 있는데 다들 좋은 녀석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