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힘들었던 것은,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해 보강까지 합쳐서 수업을 일곱 시간이나 이어 한 것 때문에, 그게 끝나고 저녁 9시까지 야자감독을 한 것 때문에, 토요일에 지리산으로 가려던 계획이 없었던 일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지난 화요일에 도서실을 청소하는 몇 녀석(도서부 학생들이다.)이 내게 와서 월요일 청소시간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하소연아닌 하소연을 했다. 녀석들의 이야기는, 청소시간에 어느 반의 여학생들이 도서실에 함부로 들어와 서가의 책도 뒤적이고, 컴퓨터도 함부로 사용해서 '안 된다'고 했더니, 뭐라고 욕을 하면서 나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갑자기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가 도서실 문을 밖에서 잠궈버렸다는 것이다. 자물쇠를 채운 것은 아니지만, 미딛이 문을 열지 못하게 못을 꽂아 넣으면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래서 가슴까지 오는 창문을 뛰어넘어가 밖으로 나와 수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왜 그렇게 바보 같이 당하냐고 야단 좀 치고, 내가 가서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너희들이 가서 이야기를 해 볼래?를 물었더니 다들 순둥이들인지라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요, 다음에 또 그러면 다시 이야기해 보지요,라고 했다. 그런데, 수요일 청소시간에 누군가가 문을 잠꿨다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금요일 7교시 보충수업시간이 문제의 그 여학생들이 있는 반 수업이었다. 어쩔까 싶은데, 앞에 걸어가는 무리들이 보였다. 앞에 가는 녀석들을 불러 세웠다. 청소시간에 도서실에 간 적 있냐고 물으니까 당돌하게도 없단다. 어라? 얼마 전에 도서실에 가서 책도 꺼내고 컴퓨터도 사용한 적 없냐니까 최근에는 없다고 한다. 월요일에 도서실에 가서 컴퓨터 쓰고 나오다가 문 잠그고 간 적 없냐니까, 월요일이 아니란다.
이래저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그런 적 없다고 우기는 녀석들이 기가 차서 화가 났다. 나중에는 오히려 그런 얘기를 샘한테 하는 도서부 아이들이 치사하다면서 오히려 내게 화를 낸다. 난 기가 차서 말투도 떨려 나왔다. 마냥 그러고 있을 수 없어서 교무실 앞에 서 있으라고 했더니 저희들끼리 궁시렁거리고 입이 삐쭉 나왔다. (이런 때는 속이 끓는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얘기를 해 보려고 내려가서 한 명씩 불렀다. 한 명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나중에는 문을 잠근 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도서부 아이들이 먼저 자기를 짜증나게 했기 때문에 '복수'해 준거라고, 그래서 정당하다고 했다. 그것도 실실 웃으면서 그랬다. 다른 한 명도 자기는 전혀 잘못한 일이 없고, 문을 잠그는 것도 못 봤고, 그런 이야기를 선생님께 이르는 도서부아이들이 나쁘단다. 휴! 정말, 속터져 죽는 줄 알았다.
기분이 나쁘다고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면서도 문을 잠그다니?[사실, 청소시간에 도서실에 가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 아닌가, 도서부 아이들이 나가달라고 하면 그냥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놓고 자기 기분만 생각하다니] 누워서 침뱉기인 줄은 알지만, 요즘 아이들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 '공고'의 특별학급을 3년 내리 담임하던 그 때도 한 번도 아이들이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생각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만 보내버렸다. 너희들이 참 무섭다면서...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