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재밌었어요

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여주인공 '고즈에'는 퇴근길에 자신의 집 안에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갑자기 침입한 남자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모습 그대로 그녀에게 흉기를 들이밀고

결국 목졸라 죽이려고 하는 위험한 상황까지 치달으면서 가까스로 구조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떨어진 침입자의 수첩에서는 고등학생의 신분이 드러나는 여러 가지

정황이 발견되고 지문도 나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면서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요. 그 후 4년이 지나 연쇄 살인범에게서 자신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사실과 과연 범인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추리하는 소설입니다.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점은, 특정 몇몇의 전문가(?)들이 모여 추리하는 썰로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이었어요. 그들 각자는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으며 이론적인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데 오~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분명히 있는 것은 알겠는데, 저는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ㅡ 범행 현장에 있던 살인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ㅡ

계속해서 반전의 반전이 꼬리를 물고 나오면서 거의 마지막까지도 범인이 누구인지 와

지금도 범행을 저지르는가, 아니면 죽었는가에 대한 설전이 펼쳐집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추리를 하다 보니 저는 밀실 추리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좀 신선했습니다. 의외였던 점도 있었구요 ㅎ

특히, 범행의 동기가 밝혀지고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을 때는....와 진짜.ㅋ​

여러 가지 정교한 트릭이라고 해야 할지, 독특하다고 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독특하면서도 재밌게 읽은 추리소설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오싹하게 만드는 작품!

어둡고 묵직하지만 재밌게 봤어요

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이름이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강제성도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결정한 마지막의 결과라고나 할까요.

표지를 보면서 짐작은 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의지를 가졌지만 죽은 눈빛으로 맡은 일을 처리하며

늘어난 빚을 다 갚고 언젠가는 자유를 향해 꿈을 꾸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조종하며 마음대로 목숨을 가지고 돈을 버는 사람들.

그러나 오늘 이 표적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의 지리멸렬했던

수급자 노릇도 끝이 날 것이다. 나의 빚은 드디어 '0'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아버지의 빚으로 '재'라는 남자에게 넘겨진 주인공 소년은 어느새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린 채, 명령을 받아 일처리(?)를 하는 남자가 됩니다.

새로운 신분증이 자신의 앞으로 올 때마다 그 사람이 되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빚이 0이 되는 순간의 자유를 향해 매일을 살아갑니다.

남자는 이제 스스로의 목숨으로 빚을 가릴 차례였다.

남자는 곧 캐리어에 실려 깊은 저수지에 잠길 것이다.

그러곤 실종 처리될 것이다.

그러나 '재'에게서 마지막 임무를 받고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그로 인해 다시 쌓인 빚은 족쇄가 되고

우연히 감시하게 된 여인이 발가벗겨진 채 처참하게 누군가의 매를 맞고

사진을 찍히는 장면을 보게 되면서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읽는 저조차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시스템의 충격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어요.

마지막 그들이 도착한 그곳. 역시 충격인 소설이었습니다.

끔찍한 현실을 보는 듯한 느낌에 읽는 내내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출판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역시나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완전 강추!!!

[세트] 제왕업 - 상.하 세트 - 전2권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이렇게 애달프고도 가슴 시린 로맨스이자 웅장한 스케일을 담고 있는 건국 이야기일 줄이야...

구구절절한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놀랍지만 급박하게 흘러가는 정세를 담아 처절한 전장을 실감 나게

그려내는 통에, 읽는 내내 푹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순간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고도 인상 깊은 소설이었어요. 끝까지 아련한 여운을 남겨서 아직도 먹먹합니다 ㅠ

1권은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세가의 딸로 태어난 '왕현'(아무)가 사랑하는 3황자 '자담'과 

맺어지지 못하고 누구나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예장왕 '소기'의 부인이 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또한 무능한 황제의 권위를 넘어선 권신의 등장으로 정세는 점점 어지러워지고, 그로 인해

누구도 피해할 수 없는 권력을 향한 인과의 관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1권이 정말 달콤했네요ㅠ 달달하면서도 새로 태어난 영웅의 기개도 멋지구요.

소기는 한족 무장 중에서 그 지위와 권세가 으뜸가는 사람이 되었다.

가문도 인맥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백골이 수두룩한 전장을 넘어

내 아버지보다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이립(20살)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일을 이루었을까?

2권에서는 팽팽하게 맞서는 권세를 향한 야망과 이어지는 숙청, 그리고 1권에서 꽁꽁 숨기고 있던

모두의 민낯과 어두운 과거가 속속 밝혀집니다. 와 진짜 읽으면서 얼마나 절절하던지.. ㅠㅠ

그 와중에 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왕현과 예장왕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2권에서는 작가가 모든 것을 쏟아부었나 싶을 만큼 광풍이 휘몰아치는 흐름이었다죠. (아고 내 심장

만약 그동안 내가 편견을 품지 않았다면,

거칠고 무례하며, 공을 탐하고 재물을 밝힌다면서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어찌 겨우 00의 죽음과 00의 밀조 한 통만으로

이토록 경솔하게 판단해 반역을 저질렀다고 단정 지었겠는가!

눈을 가리는 것은,

종종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거짓이 아니라 자신의 선입견이다.  _410p

스토리가 단순함을 넘어서 대하사극 같은 광범위함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랑과 배신 음모 그리고 의리와 충성으로 가득 찬 충직한 모습들이 정말 멋졌어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도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아 미워하기 힘들게 만들어요.

1, 2권에서 희비가 엇갈리는데 ........그때마다 넘 먹먹했어요.

아끼고 아끼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즐기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겨진 이야기가 후기에 담겨있어서 

아쉬움 없이 주인공들을 보낼 수 있었어요.ㅠ

웬만하면 재독 안 하는데 아쉬움에 다시 봐야겠어요 솔직히 이대로 보낼 수 음슴ㅋㅋ 

20년에 드라마로도 나온다니 정말 기대됩니다. (장쯔이 주연에 촬영은 끝났다고 하네요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새 왕조가 건국되는 영웅의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강추합니다!

스피드한 흐름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도 좋고

잊혀지지 않는 멋진 장면들이 너무 많아요ㅎㅎ

준수한 장수들과 황족들이 즐비하고

화려한 황궁과 대조적으로 광대한 살육의 전장이

숨 가쁘게 전개되는 소설

흥미진진합니다 재밌게 봤어요

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연쇄 살인과 사체 옆에 놓인 타인의 신체 일부가 연속적으로 발견되면서

이 기묘하고도 미스터리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것을 파헤치려는 강력계 형사가

시신의 일곱 토막에서 단서를 찾아 하나의 커다란 조직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정치와 기업 그리고 종교까지 아우르는 '악'에 맞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등장인물 중에 '김서희'라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아버지의 죽음 후 오래된 지역구의 영향력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의원에 당선이 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았던 서희가

당당히 윗선(?)에 맞서면서 숨겨진 진실에 서서히 접근하게 돼요.

그리고 그녀의 전 남편과 유서...

처음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것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나로 모이고

또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면서 거대한 세력이 등장하면서 죽음의 비밀도

밝혀지는데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피해자의 발 옆에 나란히 놓여 있는 또 하나의 발.

정교한 솜씨로 발목 부위에서부터 잘라 낸 그것.

사체의 묘사라던가 잔인한 장면을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범죄현장의 등장으로 심쫄하기도 했어요. 영화처럼 막 상상이 되니까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ㅠ

'버닝썬' 사건과 맞물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메이드 인 강남>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섬뜩한 사건으로 리얼하게 풀어내는 매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원규 작가의 책을 <반인간선언>까지 2권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한 스피드한 전개와 높은 가독성이 좋아요.

독자가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단순화 시키면서 벽돌이 아니라서 부담 없음ㅋ

수사 과정에 몰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책을 놓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네요. 그만큼 재밌습니다.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다!>

주말 도서로 추천해 봅니다~

사진이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서열 1위인 왕세자의 자리에서 온전히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은 자들의 이야기예요.

질병인 경우보다는 미스터리한 의문의 죽음이 더 많아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여기에 나온 인물은 모두 12명으로 폐세자 5명, 요절한 왕세자 6명, 황태자 1명인데요,

그중에 2명은 너무너무 어린 나이에 죽었어요ㅠ 

백성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것 하나 없었을 '왕'도 이러한 왕세자들의 모습 앞에서는

무너지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도세자의 경우엔 그 반대여서 맴찢했어요.

몰랐던 이야기보다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유배지나 비석, 능에 얽힌 몰랐던 사실과 페이지마다 사진이 실려있어서 좋았어요.

찾아간다고 해서 항상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아닌 장소까지 보다 보니,

실제로 다녀온듯한 기분이 들어서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왕세자의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그들의 어머니나 부인에 대한 일화도 나오는데요,

정국을 주도했던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 김씨, 순조의 원비 순원왕후 김씨, 조대비,

그리고 고종의 원비 명성황후 민씨까지 권력의 중심에 섰던 여인들의 권력이 어마무시하네요;;

제일 불쌍한 여인은 대한제국 유일한 황태자 영친왕의 부인 '민갑완'이었습니다.

결혼식 올리기 직전까지 다 진행해놓고 영친왕이 일본 황족과 결혼하는 바람에

홀로 눈치를 보며 독수공방에 감시까지 받고, 결국 일본 남자와 혼인까지 강요받아요;;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영친왕의 모습은 폐인에 가깝고... ㅠ 두 사람은 만나지도 못하고.

가슴 아픈 왕세자들의 이야기에 울적하고 먹먹하더라구요.

핵심 사건 위주로 나와서 간결하고 깔끔했지만, 내용이 반복되어 약간 지루함도 느꼈는데

다 읽고 나니, 반복해서 읽은 덕분에 기억이 잘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ㅋㅋ

그리고 시대순이 아닌 폐세자, 요절, 복위, 단명한 왕세손으로 구분되어 아쉬울뻔했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조선 왕계도'에서 잘 정리가 되기 때문에 문제없었어요.

조선과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리뷰에 다 쓰지는 못했지만 '책 한 권'에 비운의 왕세자들을

모두 모아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새롭고 재밌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