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칭기스칸 - 유목민에게 배우는 21세기 경영전략 SERI 연구에세이 2
김종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마디즘 [nomadism] :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 노마드(nomad)는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거주지를 정하지 않고 물과 목초를 따라 가축을 몰고 다니며 이동하는 민족을 뜻한다.

서양의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보다 더 넓은 영토를 정복하고 통치했음에도 칭기스칸은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다. 칭기스칸은 지도자로서 평가받기보다는 침략자, 약탈자, 야만인으로 통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이미지로 그를 먼저 떠올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칭기스칸이라는 인물과 몽골 사회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수평적인 마인드, 속도의 숭배자, 열린 사고, 능력에 따른 분배, 기술자 존중, 법치주의, 역참제, 천호제 등의 시대를 앞서는 안목과 전술과 전략이 있었기에 777만 평방 킬로미터라는 유럽과 아랍과 아시아를 정복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실크로드를 개척함으로써 유럽과 중국을 잇는 교역을 가능하게 했다. 칭기스칸에게는 그를 도운 4준마와 4맹견으로 불리는 충직한 부하들이 있었다고 한다. 너커르(평생동지)와 안다(평생친구)로 불리는 그들과의 인간적인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칭기스칸 시대 역참제의 지점과 지점을 잇는 말을 대신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전자들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착문명의 긴 시대가 끝나고 드디어 유목 이동문명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성벽을 쌓고 가진 것만을 지키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고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험난하지만 한 번 떠나볼 만하다는 자신이 생겼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토마토 2007-11-1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징기즈칸하면
징~징~ 징기스칸~ 하늘의 별처럼 모두를 사랑하고~~ ♪
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ㅋㅋ
어릴때 들었던 노랜데도 하도 멜로디가 인상적이라서 아직도 기억나네요.ㅋㅋㅋ

Hani 2007-11-18 23:17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다시보기로 칭기스칸 편을 봤었는데, 패널로 나온 출판 평론가 표정훈씨가 징~징~... 그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고 하던데요ㅋㅋ 무슨 노래인지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파란토마토 2007-11-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답방 왔습니다.
알라딘에서 티스토리까지 먼길 납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명록 쓰려고 했는데 로그인의 압박에 부딪혀서..댓글로 인사합니다. :)

Hani 2007-11-18 23:16   좋아요 0 | URL
아무렴 어떤가요..? 반갑습니다.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애란. 어느 주간지에서 <88만원> 세대와 함께 소개된 기사에서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보기도 전에 1980년생이라는 작가의 프로필에서 나랑 동갑이라는 이유로 내 안에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함을 느꼈다. 내가 본 처음의 80년대생 작가였고,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벌써 두 번째 책을 출간한 문단에서도 꽤 인정을 받는 문단계의 여동생이었다. 나도 모르는 미묘한 질투심이 일었다. 그녀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가는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이뤘는가?를 생각하다가 괜히 자괴감에 빠져버렸다. 그런 알 수 없는 적의와 동시에 그녀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같은 해에 대학에 입학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눈높이의 우리 20대의 자화상이 어떤 모습일까?

8편의 단편들은 술술 잘 읽혔다. 주인공들 참 하나같이 지지리 궁상이다. 백수 아니면 고시생, 아니면 비정규직 노동자. 나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옵니버스 드라마의 주인공들 같이 소설 속의 어느 장소에서 시간 속에서 교차할 것만 같았다. 지하철에서 신촌에서 신림에서 노량진에서.

내 나이 28살. 그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비슷한 경험들을 했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다. 이제껏 읽었던 그 어느 소설에서도 내가 겪었던 사소한 경험들을 디테일하게 만날 수 없었다. <도도한 생활>에서 피아노라는 물건과 서울의 지하 셋방이라는 장소, <침이 고인다>에서 동거녀에 대한 심경의 변화, <성탄 특선>에서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는 작은 공간. 함께 경험을 공유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뻔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그것은 일종의 추억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과거의 내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내 모습이라면 나는 책을 중간에 덮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볼때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사건들이 일어나면 채널을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그들에게서 연민을 느꼈다. 내 주위에 아직까지 힘들게 고시과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 생각에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을 해서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이팅이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그들과 같은 경험을 하고,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할 같은 세대라고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과 엄격한 경계선을 긋고 싶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부모 등골 휘게 하는 백수도, 고시생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아니기에 나는 니들과 다르다라고 말이다. 이건 온전히 니들 개인의 문제이다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내가 생각해도 참 인정머리없고 야박하기 그지 없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은 후에 <88만원 세대>를 읽고, 20대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렸던 문제들을 우리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세대 내의 갈등과 세대 간의 갈등의 관점을 통해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누가 내 밥그릇 뺏어갈까봐 겁이 나고, 또 결혼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얻어 싶어하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존재이다. 장밋빛 미래가 약속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 소설에서는 그것에 대한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우선 그것만으로 만족하자.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문제를 알았다고 해서 해결책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모두 실행 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지만 그저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세대로 낙인 찍히는 것은 억울하지 않은가.

"어려운 문제일수록 '내가 그것을 충분히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어떤 시기' 뒤로 미루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지금 고민하지 않는 문제는 나중에도 고민하지 않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잡지 기사의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어렵다고 자꾸 피하고 미루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지금 당장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우선 잔뜩 움추린 어깨부터 활짝 펴고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07-11-1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공감이 가는 리뷰입니다! 마음 한구석을 들킨 느낌이랄까요.

Hani 2007-11-19 01:15   좋아요 0 | URL
한 권의 책을 읽고... 내 삶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잔뜩 움추린 어깨부터 활착 펴야 할텐데요 ㅋㅋ (날씨가 넘 추워져서ㅠㅠ)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나는 신작이 발표되고 나서도 굼뜨게 책을 구입하였고, 택배 상자에서 꺼내어 목차만을 확인해 본 후에 책꽂이도 아닌 방바닥에 쌓인 다른 책들 사이에서 며칠을 묵혀 두었다. 이번만큼은 냉큼 읽어버리기가 겁이 나서였다. 근래에 그 분의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고 해야하나.(좀 오래된 에세이였다) 고집쟁이 할머니. 내 동생이 붙인 박완서님의 별명이다. 한참 어른이신 그 분의 생각이 자꾸 고루하게 느껴졌고, 교훈적인 끝맺음은 학창시절 독후감 쓰기에 어울렸기에 읽다 말고 중간에 덮어버리기도 했다.

장편 <그 남자네 집> 이후에 오랜만에 만난 단편집 <친절한 복희씨>. 그 속의 8편의 단편은 나의 근심들을 한 방에 날려줄 만큼 통쾌했다. 그리 과장되지도 축소되지도 않은, 우리 시대의 노년의 일상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나는 그 속에서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아빠, 엄마의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겪게 될 미래의 모습도 보았고, 내가 감당해야할 짐의 무게 또한 느꼈다. 웃음 뒤에 씁쓸함을 느껴졌고, 그 씁쓸함 뒤에 살짝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주인공들의 아들, 며느리를 욕하다가도 그 모습이 나의 미래라면 어떡하지하고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완서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깨닫고 싶지 않은 인간의 아니 나의 위선을 들킨 것만 같아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리움을 위하여>에서 사촌동생을 나보다 깔보며 그에게 베풀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습에서, <마흔 아홉살>에서 남들에게는 칭찬받은 효부이지만 자신의 시아버지에게는 모진 모습에서, <대범한 밥상>에서 친구의 스캔들이 궁금해서 확인하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친절한 복희씨>에서 미운 남편의 중풍 수발을 하면서 그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모습에서 움찔했다. 나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은근히 무시하면서 아량을 베푸는 척하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남들에게 착하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착하게 행동하지만 뒤에서 호박씨 까는 그런 나의 이중성을 소설을 통해 마주 대할때면 스스로를 참아내기가 고통스러워진다.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고맙다, 위로해줘서." (p.107)

이 대목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안도감과 함께 면죄부를 받은 것 같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너 그렇게 살면 안돼" 라는 호통이 아니라 "인간은 다 그런면을 가지고 살아가. 나도 그런걸 뭐" 라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스로를 너무 옭아매지 말라고. 솔직한 것이 죄냐고. 때론 그런 답답함을 풀 수 있어야하지 않느냐고 작가는 위로한다. 책의 마지막의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는 작가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노년의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녹슬지 않은, 아니 더욱 노련해진 작가의 재치와 유머를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주에 1권 책 읽기 - 나를 발전시키는 첫 번째 습관
윤성화 지음 / 더난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평소 '책읽기'에 관한 책이라면, 사지는 않더라도 눈과 귀가 솔깃하다. 내 책읽기에 항상 불만족스럽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9월부터는 좀더 즐겁게 책읽기를 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선택한 책 <2주에 1권 책읽기>. 내용에 크게 기대하기보다는 나의 평소 독서 습관을 돌아보고, 작은 계획을 세워보자는 결심에서 보게 된 책이다.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은 가볍게 넘기고, 고쳐야 할 점이나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사면서 '독서노트'를 덤으로 받았다. 한 번 읽고 난 후에. 접어서 표시해둔 부분만을 다시 읽고 밑줄 긋고 표시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독서노트에 도서정보, 줄거리, 밑줄, 감상, 실천목록, 더 읽고 싶은책(포스트잇으로 붙임)을 기록하였다. 독서노트의 실천목록이 특히 마음에 든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해야할 일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일은 분명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여러군데에서 '가족과 함께 책읽기를 하라'로 얘기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 가족 서점 방문하는 날을 정하고, 아이와 손을 잡고 서점에 가기, 부부서재 or 가족 서재 꾸미기, 아이들에게 서재 물려주기. 나중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었을때 꼭 실천하고 싶은 일들이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뻔한 내용의 쉬운 책이라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간절함이 있을때 눈에 쏙쏙, 마음에 팍팍 다가오나보다. 나의 오늘의 결심이 나태해질즈음 또 다시 이 책을 펴게 되겠지. 제발 한참 후였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토마토 2007-11-17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게 생각보다 참 안되요.ㅜㅜ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몇달에 한번도 책은 손에도 안대는....;;
한참 읽을때는 하루에도 한두권은 읽었는데 말이에요..

Hani 2007-11-18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기복이 심하고, 주기가 있는듯해요.
요즘은 이것저것 많이 읽고 있는데.. 이러다 체하지 않을런지 살짝 걱정이ㅠㅠ
이 리뷰를 쓸때 마음 먹었던 독서노트를 제대로 작성 못했어요.
파란토마토님 덕분에 이 리뷰 다시 읽고, 반성해 봅니다 ^^

파란토마토 2007-11-19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기 힘드실 텐데.. 변변찮은 게시물 밖에 없는 곳에
번번히 이 멀리서부터 티스토리까지 오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 )

Hani 2007-11-19 01:17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인사를..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좋은 생각.. 좋은 의견 많이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의 설렘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AG건축기행 1, 옛절에서 만나는 건축과 역사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몇 년간의 여행 사진을 보니 그 동안 찾은 많은 곳들 중에 유독 사찰들이 많다. 언제 그렇게 많이 다녔나 싶은데, 언제부턴가 여행 계획을 짤때면 으레 가보고 싶은 사찰들이 후보지로 오른다. 이건 순전히 내 남동생의 영향이다.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회과부도책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책을 너덜너덜할 정도로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아이였다. 자기는 꼭 고고학과에 진학할 거라고 하도 엄포를 놔서 배고픈 전공을 왜 하려하냐는 우리 아빠 속을 조금 태우게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전공을 택해 다른 길을 가고 있고, 그 때 그 열정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매번 남동생이 짠 가족여행 계획표엔 문화 유산 답사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문화 유산의 많은 부분이 불교 문화에서 잉태되었고, 불교 문화의 꽃을 피운 곳이 바로 수많은 절이었으니 그 동안 전국에 꽤 많은 절을 가보았다. 맨날 똑같은 절에는 왜 가는건지 불만 가득해가지고 절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계곡물에 발담그고 동생 나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 땐 왜 그리 무심했는지 지나고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이후 내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고부터 나도 모르게 단순한 놀거리, 볼거리보다는 문화 유적지를 찾게 되었고, 그것이 주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절 한 군데쯤은 돌아보고 오게 되었다.

나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불교문화나 불교건축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 스님의 목탁소리, 불경 외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불전 앞에 향냄새. 참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 책은, 소개한 절들의 연혁을 소개하지도, 전체 건축을 설명하지도, 어떻게 찾아가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몇 개의 건축적 장면들에 숨어있는 얘기를 사진과 함께 끄집어내어 우리를 그 곳으로 안내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지금껏 많은 절들을 가보았고, 여기 책에 소개된 절 여러군데를 다녀왔지만 그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책을 보며 배워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풍경과 느낌들을 더해간다.

눈이 내리던 겨울날 전나무 숲길을 지나 만난 소박했던 내소사.
하늘이 파란 청명한 가을날 자연을 그대로 품은 부석사.
태풍이 오던 여름날 문이 없는 해우소에서 자유인이 되었던 선암사.

책장 한 켠에 이 책을 바라보면 마음이 참 푸근해진다. 급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순서를 바꿔서 읽어도 상관없다. 어느날 어떤 절을 다녀와서 읽어도 좋고, 이 책을 읽고 훌쩍 그 곳으로 떠나도 좋다. 여러번 읽어도 매번 그 느낌이 다르다. 오늘은 갑자기 해질녁의 선암사가 그리워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7-27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8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