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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 전쟁 일기 1939-1945 - 린드그렌이 남긴 전쟁의 기록과 삶의 고백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명아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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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 전쟁일기 1939-1945》는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써 내려간 전쟁 일기다.

린드그렌은 작가로 데뷔하기 전, 엄마이자 중립국 스웨덴의 시민으로서 5년간의 전쟁을 통과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신문 기사를 오려 붙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일기에 기록했다. 일기 속에는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분노, 참혹한 전쟁의 현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전쟁을 견뎌낸 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기록들은 린드그렌 개인의 서사를 넘어, 우리 모두의 역사로 읽힌다.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린드그렌은 이미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겨울, 린드그렌은 딸에게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1944년에 원고로 정리한 뒤 1945년에 『삐삐 롱스타킹』을 출간한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말괄량이 삐삐의 팬으로서 전쟁이 있었기에 삐삐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잠깐의 나쁜 생각도 들었다. 1944년과 1945년의 일기에서 『삐삐 롱스타킹』 원고 작업과 출간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린드그렌이 스크랩한 신문 기사와 일기 원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특히 우편검열국에서 복사해 온 편지를 번역한 글들은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한층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전쟁 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늘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 모든 일이 내 나라의 일이 아니라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린드그렌의 전쟁일기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며,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린드그렌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이명아 선생님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2022년 독산도서관에서 린드그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린드그렌의 책들을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졌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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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 내 마음을 울리는 삼천 년 전 옛 노래 책 읽는 고래 : 고전 8
정경미 지음, 이정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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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 읽기 어려운 경전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옛사람들이 썼던 고시가 아니라 함께 불렀던 노래들을 엮은 책이었다니.

고기도 씹어봐야 알고 책도 읽어봐야 제대로 안다더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오래된 막연한 편견도 깨고, 아름다운 노래에 푸욱 빠져드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시경의 시 305편 중에서 요즘 우리들에게 공감의 폭이 넓다고 생각한 시 14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한자로 먼저 만나는 시가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된 부드러운 시를 먼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감상한 다음 해설을 그 다음이다. 굳이 해설을 읽지 않아도 쉽게 풀어놓은 시와 그림에 동화되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시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아름다운 노래들에 어울리는 그림과 촉감까지 향기가 나는 책이다. <모과를 던지다> 편에서는 정말 모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하다.

 

1장에서는 나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사랑의 구애 노래를 소개한다. 특히,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여인네를 잘 표현한 <매실이 떨어집니다>를 읽다가 큭큭 웃음이 났다. 매실이 열리고 떨어지는 계절이 오면 시경의 이 시 구절이 생각날 것 같다. 이래서 우리가 시를 읽어야하는 걸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2장에서는 사랑을 잃고 슬프고 애타는 마음을 노래한 시들을 소개한다. <두둥실 떠 있는 잣나무 배>의 한 구절인 '마음의 근심이여, 빨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구나!' 이 시 구절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어쩜 이런 마음에 와 닿는 비유를 하며 탄성 한 번.

 

3장에서는 사랑이 아닌 효자, 군자, 선비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을 노래한 시가 소개되는데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고달픈 삶을 사는 우리 학생들,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것은 운명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라니. 사람은 각기 자신의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야하는 걸까. 이 시에는 왠지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와 시름하는 청소년들, 자기계발서만 좋아하는 어른들. 바쁘게 앞서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옛 시 한 편 아니 옛노래 한가락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마음이 내키면 읽지만 말고 낭독까지. 소리 내어 같이 읽고 싶어지는 책, <시경, 내 마음을 울리는 삼천년 전 옛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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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위로 우뚝 솟은 집 궁궐에는 누가 살았을까? 속속들이 우리 문화 3
김은하 지음, 에스더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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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조선 시대 다섯 궁궐이 남아 있습니다. 가까이 사시는 분이라면 일년에 한 두 번쯤, 또 멀리 사시는 분들도 서울 나들이 오시면 한 번쯤 궁궐 나들이 하시지 않으세요? 우리 아이들과 궁궐 방문했을때 그냥 건물만 빙둘러 보지 않으셨어요? 아니면 문화해설 같이 들으면서 뭔가 얻기를 바랬지만 아이는 재미없다고 투덜투덜? 학교 체험학습이나 숙제로 여기저기에 모여 앉아 팜플렛 내용 베껴쓰거나 엄마가 불러주는거 받아적는 아이 여럿 봤습니다 ㅋㅋ

 

궁궐 나들이 전에 <궁궐에는 누가 살았을까?> 엄마와 함께 읽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추천 드립니다.

 

 

 

  

이 책은, 궁궐에 대한 정보나 지식, 궁궐의 주인이었던 왕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닙니다. 궁궐에는 왕과 왕비, 수많은 신하들, 그리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는 궁녀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데요. 그 궁궐 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인물과 사건을 가상으로 꾸며 궁궐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합니다.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왕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고, 왕과 왕비를 비롯해 세자, 내시, 궁녀, 공주와 부마, 대군, 승정원 관리까지 궁궐에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목차를 보고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장부터 하나씩 골라 읽는 재미도 있네요. 하루에 하나씩 읽어도 좋구요.

 

미리 읽고 가면 그저 건물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에서 식사를 하는 왕도 상상해보고, 왕과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신하들의 모습도, 공부를 하는 세자의 모습, 후원을 산책하는 왕비, 종종 걸음으로 궁궐을 누비는 궁녀들의 모습까지 상상하면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도 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장마다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일러스트 사진과 실사 사진이 같이 실려 있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각 장 뒷 부분에는 Q&A 코너가 있어 역사 속 실제 인물들과 가상 인터뷰를 합니다. 저는 이 Q&A 코너가 제일 재미있더라구요. 역사 속 실제 궁녀와 내시 인터뷰 궁금하지 않으세요? 왕과 왕비, 그리고 신하가 아닌 궁녀와 내시들의 이야기를 같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궁궐의 주인은 왕인지 모르겠지만 궁녀와 내시들 없이는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왕 아니겠어요? 아이들과 이런 얘기도 같이 하면서 균형감 있는 역사 의식 심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Q&A 뒷 부분에 있는 궁궐 백과로 지식 업그레이드. 인물 이야기로 호기심이 충전되었을 때 인물과 관련 지식을 같이 접하니 흡인력이 더 좋겠죠. 초딩책이라고, 그래도 평소에 상식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잘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가 많네요. 아이가 읽고 엄마에게 좀 잘난 척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엄마도 이 책 읽으면서 부담없이 상식 쌓아갑니다^^

 

 

 

우리 아이들과 궁궐에 가면 무슨 얘기를 들려줘야 할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이제 그 막막함이 좀 사라지졌죠? 궁궐에 직접 못 간다면 사극을 같이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면서도 얘깃거리가 많아질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 즐겁게 궁궐 사람들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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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운중의 유럽미술관순례 1 - 루브르를 천 번 가본 남자 윤운중의 유럽미술관순례 1
윤운중 지음 / 모요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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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천남, 유럽 도슨트계의 전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콘서트 마스터. 이 모든 수식어는 바로 루브르를 천 번 가본 남자, 미술 해설가 윤운중을 부르는 말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 유럽 5대 미술관 해설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10여년간 현장에서 미술 해설을 하며 4만여명의 관광객들이 그를 거쳐갔다. 지금은 국내 최초로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아르츠 콘서트를 진행하는 콘서트 마스터로 예술의 경계를 아우르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다양한 인문,예술적 지식이 함께 녹아있는
<윤운중의 유럽 미술관 순례>는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는 가이드 책이 되어주고, 미술에 갓 입문하는 미술 초보자들에게 입문서가 되어 준다. 또 이미 미술관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옛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향수가 되어주고, 이미 보았지만 모르고 지나갔던 그림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꼭 한 번 더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는 뒤늦은 아쉬움도 남기게 해 줄 것이다. 

 

1권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오르세, 로댕, 퐁피두센터의 국립 현대 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를 소개한다. 2권에서는 로마와 피렌체의 바티칸 박물관과 우피치 미술관을 비롯하여 마드리드, 브뤼셀, 암스테르담, 빈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소개한다. 처음 500 페이지가 넘는 2권의 두꺼운 책을 보고는 읽기도 전에 부담스럽다면 목차를 보고 먼저 가본 미술관이나 관심 있는 미술관부터 읽기 시작해봐도 좋다. 그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이 책의 저자도 서른이 넘어서 가이드를 시작하면서 처음에 고흐와 고갱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쓴 책이어서 누구보다 대중의 이런 마음을 잘 알기에 현학적이고 학문적인 말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로 보다 쉽게 풀어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생생한 현장성에 있다. 미술관 입구부터 출구까지 동선에 따라 설명되어 있는 이 책은 미술관에 가보지 않아도 책의 동선을 따라 가다보면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또한 엔지니어 출신다운 꼼꼼함과 완벽함은 미술 해설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책은 더 친숙하고 쉽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또 각 장의 끝에는 관광객에게 유용한 도시 관광과 미술관 이용 tip이 소개되어 있다. 루브르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려면 근처 담배가게에서 입장권과 박물과 패스를 구입하라든지, 루브르에서 화장실은 모자리자 전시실에서 가장 먼 곳을 이용히야 한다든지 하는 유용한 정보는 바로 이 책의 덤이다.

 

쉽게 술술 읽힌다고 해서 결코 책의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하나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 당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 및 정치 상황을 알고 보면 그림이 더 재미있다. 그림은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나의 다른 공간, 다른 시대의 그림이 나와 나의 현재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 이 느낌은 비로소 그림을 제대로 알고 봐야만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이 책에서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은, 내가 위에서 설명한 이 책의 여러 장점들을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은, 저자가 서양 미술사에서 빛나는 작품들로 내 거실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품을 우선 걸고 싶다고 극찬한 내셔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p.443) 이다. 이 그림의 제목과 함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한 명의 외교관과 한 명의 성직자로 보이는 두 남자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탁자에 한 쪽 팔을 걸치고 서 있고, 탁자에는 여러 소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바닥에는 뭔지 모를 물체가 서 있는데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이 그림이 결코 아름답지도 강렬하지도 않고 그저 무미건조한 그저그런 재미없는 작품이었다. 그림을 먼저 보고 나서 12페이지에 가깝게 설명된 작품 해설을 읽으면서 그림의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 책 속의 도판으로는 도저히 구별 불가능하긴 했지만 그 의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여러번 읽고나서야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을 맛보았다. 그리고 이 그림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6세기 초반의 영국 왕실과 국왕 헨리 8세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그 호기심은 그림을 넘어 세계사로까지 이어졌다. 이 그림이 도대체 무슨 그림이냐구요? 그림과 해설이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 1권을 사서 443쪽을 얼른 넘겨보시기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훗날 내가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 그림과 마주한다면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그림 앞에서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 나의 아이들에게 이 그림을 앞에 두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엄마의 모습 생각만해도 근사하다. 나 역시 고갱과 고흐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미술 문외한이고, 이 책 두 권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미술적 지식이 확 높아지거나 유식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누구나 떼기 힘든 그 첫 발걸음을 떼었다. 그 첫 걸음 이 책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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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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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세상이, 사람이 책으로 보였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안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고 싶고 질문을 하고 싶듯, 사람에게도 그러고 싶다." 등단 16년차 소설가 김경욱이 소설집 <위험한 독서>를 출간하고 가진 어느 낭독회에서 독자에게 했던 말이다.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 그 속삭임이 도발적이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를 흠모하는 누군가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독자에게 말걸기를 시도한다.

이 소설집은  작가가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문예지에 발표했던 8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그의 아홉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이다. 각 단편의 소재와 등장 인물들이 새롭고 독특하다. <위험한 독서>에서는 독서 치료사와 피상담자와의 얘기를 다루고 있고, <맥도널드 사수 대작전>에서는 정체 모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맥도널드 사수하는 알바생이 나온다. <천년여왕>에서는 신춘문예 당선을 위해 귀농하는 부부 이야기가,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인터넷에서 휴식같은 고독을 대여하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에서는 좀더 안락한 삶을 위해 자궁을 빌려주는 대리모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독서법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 표제작 <위험한 독서>가 역시 흥미롭다. <위험한 독서>는 독서 치료사인 남자가 상담을 받으러 온 한 여자에게 독서 치료 상담을 하면서 마치 책을 읽듯 한 여자를 읽어 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단편은 책읽는 법과 사람 읽는 법이 이중 구조를 이루면서 책을 읽는 독서법을 사람에게 대입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단편의 또다른 재미는 책 속에서 미시마 유키오, 밀란 쿤데라, 다자이 오사무 등의 작가와 작품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 맛보기로 언급된 책들을 나중에 찾아 읽으면서 그 인용 부분을 확인하는 재미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현실 세계에 발을 담가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세계를 얘기하고 꿈꾼다. 또 작가 스스로가 친절하게 결말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열린 결말을 선택한다. 현실적이고 똑떨어지는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자칫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소설을 통해 얻는 것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줄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인물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그들의 미래를 완성해보자. 그러면 언젠가 내가 삶이 지치고 힘이 들 때, 무엇이 정말 필요할 때 그들이 내 삶으로 불쑥 걸어나와 나를 위로해 줄지도 모른다. 그것이 진정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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