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대학로를 자주 찾는 나는,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어딜가서 무얼하나 고민할 때가 있다. 커피 전문점이라도 들어갈라 치면 커피값이 아깝고,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있을려니 조금 시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대학로의 <이음아트>를 알게 된 건 작년 봄에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연극에서였다. 헌책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연극에서 무대 소품인 헌 책을 여기에서 협찬했다고 하길래 대학로에 그런 공간이 숨어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이 들어 처음 이 곳을 찾았고, 그 이후로 대학로를 찾을때면 으레 한 번씩 들르는 곳이 되었다.

조용하고 아담한 이 공간에는 헌 책과 새 책이 공존하고 있다. 음반들도 있고, 수공예품도 판매하고 있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의자들도 놓여있다. 아기자기 오밀조밀 정감가는 공간이다. 책의 수는 많지 않지만 분야별로 나뉘어져서 두루두루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위주가 아니라서 좋다.(책의 선정 기준은 주인장 마음대로 하던데, 진짜인지) 대형 서점에 가면 여러 분야의 책을 한 번에 다 둘러보기란 어렵다. 여기는 책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여러 분야를 다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주인장께서 희곡 낭독회, 연극공연,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면서 책과의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것은 서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문화를 공유하고 나누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러한 공간의 탄생은 가뭄 속의 단비처럼 반갑다.

오래 있다고 나가라는 사람도 없고, 책사지 않는다고 뭐라는 사람은 없는데, 이 곳을 나올 때면 책 한 권이 손에 들려 있다. 주인 아저씨의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해져서 대학로에 이 공간이 오래오래 머물러 주기를 소망한다.

대학로 이음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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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공간이네요. 요즘에 대학로 나들이가 조금 뜸했는데.. 이음아트를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들러야 겠네요.^^

Hani 2007-07-24 13:04   좋아요 0 | URL
다음에 대학로에 가시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저도 이음아트에서 하는 행사에는 한 번도 참석 못했는데, 괜찮은 행사도 열리니까 들려보시구요^^

웽스북스 2007-11-1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음아트 좋아해요 ^^

Hani 2007-11-19 01:20   좋아요 0 | URL
대학로 공연 보러 갈때면 꼭꼭 들르는데.. 요즘은 한참 못 간듯해요. 좋은 행사들도 많이 기획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라서 저도 넘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