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키드 - 정신을 놓자! 세상이 모든 사물이, 마술처럼 보일 것이다
김경주 지음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군가와 비슷한 기억이나 추억을 공유하게 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몰라도 왠지 모르게 가깝게 느껴진다. 상대가 나를 모르더라도 불쑥 그에게 '봉봉' 좋아하세요? '추잉껌은요?' 아니면 '하모니카는 어때요?' 말을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를 우연히 만난다면 천연덕스럽게 '좌약'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용감하게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산문집 <펄프키드> 덕분에 말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passport>, <레인보우동경> 등의 산문집을 출간하고, 최근 두 번째 시집 <기담>을 발표한 시인이자 극작가, 공연 기획자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주다. 이 책은 김경주가 올해 <상상마당> 웹진에 연재했던 글과 새로 쓴 글들을 모아 일러스트와 함께 묶은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나' 라는 화자 대신 '꽁치'라는 화자를 내세워 유년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중에 지금은 잘 보이지 않거나 천천히 시대의 뒷골목으로 사라져 가는 사물들을 팩션(faction) 형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실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 창조한 이야기를 말한다.

그럼 '펄프키드'란 무슨 뜻일까. 사전을 뒤져봐도 그 뜻이 제대로 없다. 영화 '펄프픽션'을 떠올려 보아도 그 뜻은 모호하기만 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을 펄프키드라고 지칭하면서 스스로를 잡종이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피곤과 수없이 반복되는, 지금까지 별로 변하지 않은 세계와 나 사이의 현기증'이 펄프적인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 책은 그를 펄프키드로 키웠던 사물들을 추억하는 책이자 그 시절을 함께 경험했던 사람들과 후일담을 나누고자 하는 책이다.

타자기, 봉봉, 원고지, 아코디언, 병아리, 뽑기, 좌약, 추잉껌, 고양이, 펜팔북, 자물쇠 일기장, 밍크담요, 크레파스, 물약, 이발소 그림, 쥐덫, 다락방, 종이인형, 어항, 똥차와 소독차, 하모니카, 통조림, 비키니 옷장, 누드화, 종이학, 야광시계, 트렌지스터 라디오, 불량식품, 알전구 소켓, 텐트, 술빵, 민들레, 꼬막, 목폴라, 모빌. 이것이 이 책의 목차다. 1976년생 작가의 유년을 관통한 이 사물들 중에서 나의 유년을 관통하는 사물이 몇 개나 있을까?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의 추억들을 먼저 꺼내보자. 그리고 작가의 얘기에 귀기울여보자. 나랑 비슷한 경험에 키득키득 웃기도 할 것이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감수성과 상상력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그 다음에는 이 목록에 없는 나만의 펄드키드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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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19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반가워요 반가워요 하니님~

Hani 2008-11-21 01:36   좋아요 0 | URL
앗.. 웬디님^^ 백만년만이죠? ㅋㅋ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