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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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오세훈 시장의 서울 안내서다.  이 책이 출간되기 바로 직전 갑작스레(?) 사임하게 되어 출판사에서도 경황이 없었을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은 서울시의 큰 프로젝트였다. 나는 그가 만들려고 하는 서울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도시를 디자인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뭐 어디까지나 나는 서평을 쓸 작정이니 그의 시장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함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았었나?  서울시민이 아니다 보니 지금은 볼 일이 있을때나 서울에 나가게 된다.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 종종 서울에서 만났어고 더 오래전 초, 중학교 시절에는 돈암동 일대에서 놀았었다(?).  그런데 여지껏 이런 곳들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남편이랑 여기 가보자고 해야지'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내가 서울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곳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었나?  

  이 책은 전통, 창작, 남산, 문화, 공원, 둘레길, 한강, 역사, 골목길, 생태, 캠핑, 자전거라는 테마로 서울의 명소와 숨은 곳 44곳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금천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홍은예술창작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그리고 캠핑장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금천예술공장과 신당창작아케이드 소개글을 보니 뉴욕의 P.S.1을 보는 듯 했다.  (물론 뉴욕의 P.S.1을 가 본 일은 없는데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기에 그곳의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  꼭 한 곳씩 방문해 보련다.   

  그리고 서울 시내에 캠핑장이 있다니 그 곳 역시 꼭 가보고 싶다.  어린시절 가족들과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시절이 참 행복했던 것 같다.  내 아이가 어서 커서 캠핑을 갔으면 하는데 서울 시내에 캠핑장이 있는 줄 몰랐다.  꼭 가보 싶은 곳이다. 

  이 책을 보니 여행이라 하면 너무 해외여행만 떠올렸던 게 아닌가 반성이 되었다.  버스로 40분 남짓이면 서울에 갈 수 있고 이 좋은 곳들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은 모두 사진들이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의 모든 사진들을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찍은 것인지.  (그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사진을 직접 찍는 모습의 사진도 많이 담겨있다.  이것은 제 삼자가 찍었겠지만)  그가 직접 찍은 것이라면 사진을 참 잘 찍는 것 같다.  그런데 직접 찍은 사진들만 수록했다면 '글, 사진 오세훈' 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을까?  그런 것이 없는 걸 보니 사진사가 찍은 모양이다.  그래도 사진사 이름 정도는 명시해주지.  사진을 누가 찍었건 간에 참 멋진 곳들이 서울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앞서 그의 시장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딱 한마디만 하자면, 나는 디자인과 복지를 두고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국제 구호 운동가들을 보면 간혹 '우리나라에도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천진데 뭘 외국을 도와줘?' 하는 사람들을 본다.  '복지가 디자인보다 먼저다' 라는 것은 이와 비슷한 경우인 것 같다.  복지도 중요하고 디자인도 중요하고, 국내 구제도 중요하고 해외 구제도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복지 대신 미관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그게 헛 짓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균형있는 예산 집행은 반드시 따라야 겠지만 말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만들 때도 지역사회에서 반대가 아주 컸다고 한다.  빌딩을 지으면 몇 챈데.... 등등.  그러나 지금은 많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지금은 센트럴 파크를 없애고 거기다 빌딩을 놓겠다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극구 반대하지 않을까?  (이 단락은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을 지지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좀 더 유연한 사고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이 약간은 그의 시정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두 편의 추천글은 없는 것이 나았다.  그 두 편의 글은 이 책의 그러한 의도를 더욱 짙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 속 사진에 저자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역시 이 책의 진정성과 의도에 약간의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이런 시선을 버리고 본다면 훌륭한 서울 안내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참 많다.  이제는 가까운 서울 나들이부터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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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 - 집에서 하는 아기발달검사
김수연 지음 / 빈센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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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  이 책은 4쇄를 찍은 책이다. (출간연도는 98년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기발달'이라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하는 아기발달검사'라는 문구를 표지에서 보아서다.  '집에서도 아기 발달 검사를 할 수 있나?  어떤 검사일까?' 하는 호기심에 냉큼 주문해 읽은 책이다.   

  나는 이제 5개월이 되어가는 여자 아이를 둔 엄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를 보면 참 흐뭇하다.  나날이 발달해 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즐거움이다.  나 역시 여느 엄마들처럼 '우리 아이가 잘 발달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이 책을 사두고 책상 위에 얹어두고 읽을 차례를 기다리다 최근에야 읽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4개월이 좀 지난 딸이 자꾸 서려고 하고 손을 잡아주면 자신의 다리 힘으로 서거나 벽에 기대 놓으면 아주 짧은 시간을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서도 되나?' 싶은 마음 반 '우리 아이 발달이 빠른가 보다.  왠지 흐뭇한걸?' 하는 마음 반이었다.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고 우리 아이의 발달이 어떠한지 싶어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느낀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이제부터는 아이를 자주 엎드려 키워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이고 둘째는 '보행기는 절대 태우지 말자'라는 것이고 셋째는 '발달 과정에 맞게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다.  사실 딸은 '발달이 빠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운동발달뿐 아니라 인지발달면에서도 그런 것 같았다.  (모든 엄마들이 자기 자식이 천재인 줄 안다지?  고로 나의 짐작은 착각이었을는지도 모른다는.  훗.)   

  나는 아이가 빨리 서고 빨리 걸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간혹 우리 아이처럼 뒤집고 앉고 기는 과정이 없이 서서 걷는 아이들이 있는데 '기기'가 운동 발달에 있어 큰 구실을 하므로 가급적 아이가 충분히 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고부터는 장난으로라도 아이를 세우는 일은 관두었다.  그저 발달의 끝은 스스로 서고 걷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아이의 발달에 중요하다는 이제야 사실을 안 것이다.  이것을 몰랐다면 '우리 아이 빠른가 봐. 오호호' 하며 좋다고 아이가 서려는 것을 도와주었을 것이다.  결국 아이가 바르게 발달하지 못하도록 도울 뻔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여러 번 '아기를 엎어 키워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아이는 엎어 키우랬지?' 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조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간혹 엎어두는 것은 발달을 도모한다는 일은 알았다.  그런데 저자는 신생아시기부터 깨어 있을 때는 '엎어 키워라' 고 하고 있었다.  그래야 각 신체가 잘 발달한단다.  나 역시 간혹 엎어두기는 했으나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이면 얼른 바로 눕혀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엎어 키우는 아이는 자신의 신체를 좀 더 잘 조절하고 바르게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될 수 있으면 엎어 놓고 있다.     

  또 '보행기'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육아 전문가들이 지양하는 육아용품이라는 사실은 원래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웬만한 육아용품은 갖고 있지만 이 보행기만은 절대 사지도 얻지도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과 결심을 저자가 완벽하게 지지해 주었다.  나는 보행기를 주지 않을 이유가 이토록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단지 '보행기가 허리를 잘 세워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보행기가 어째서 좋지 않은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리어 바른 보행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보행기라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행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20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근래 들어서는 보행기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는 쏘서, 점퍼루 등이 있다.  그런데 나는 보행기가 잘 서서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이 걷기를 유도하기 때문인 것인지 서는 행위를 하게 만들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걷기를 유도하기 때문에 해가 된다면 쏘서와 점퍼루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서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쏘서나 점퍼루 역시 보행기만큼이나 필요치 않은 육아용품이 되는 것이다.  나는 최근 언니에게 점퍼루를 얻었다.  일단은 점퍼루 역시 보행기처럼 필요악인지 잘 모르겠다.  정확한 답을 찾기 전까지는 가급적 태우지 않을 것이다.  (이것 역시 6개월 이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단다.)    

  이 책에는 '집에서 하는 아기 발달 검사'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데 우리 딸은 발달 과업을 잘 이루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이 아기의 가슴 앞에 물건을 손으로 잡으려는 시도가 평균 4개월 보름 즈음까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딸의 가슴 앞에서 아무리 딸랑이를 흔들어도 보기만 할 뿐 잡으려 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만약 하나라도 개월별 발달 과업을 행하지 못할시는 보름 뒤에 다시 시도해보고 그래도 하지 못할 경우는 발달지연 검사를 받으라고 되어 있었다.  갑자기 애가 탔다.  '어머?  우리 애는 지금 4개월 보름 즈음인데 왜 잡으려 하질 않지?'  그때부터 계속 딸랑이를 흔들어 보았다.  역시나 잡으려 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이 됐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6개월 아기가 보인다는 신체 운동도 몇 가지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 걸?  휴.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바운서에 달린 공을 향해 손을 뻗고 그것을 만지고 있었다.  그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그 이후로 가만히 보니 우리 애는 자기가 잡고 싶어하는 물건들은 잡으려 시도하고 잘 잡기도 했다.  나의 조급증은 아이에게 '우리 엄마 오늘 왜 이렇게 흔들어 대나?' 싶을 정도로 딸랑이를 흔들었고 내 아이는 단지 그것을 잡고 싶지 않아서 잡지 않은 것이었다.  스스로 잡으려 하고 잡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조용히 관찰해보니 물건을 향해 손을 잘 뻗고 잘 잡았다.  흠.  이 대목에서 뭐가 떠오르는가?  맞다.  엄마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내하고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가 무언가를 해낼때가 될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  성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발달 지연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기민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 '평균', '대부분' 이라는 잣대로 아이를 저울질하고 조급해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일이다.  육아에 있어 조급함은 절대 화가 된다는 사실을. 

  어찌되었건 이 책은 아이의 발달이 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 되어 있고 발달 지연이 있는 경우를 체크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익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는 발달의 시기와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아이에 따라 좀 더 늦거나 좀 더 빠를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좀 빠르다고 기분 좋아할 일도 아니고 좀 느리다고 속상해 할 일도 아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의 발달을 잘 지켜봐주고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놀이와 운동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 발달 이라는 단어를 놓고 '빠르다', '느리다'의 의미는 결부하지 않아야 겠다.  이 책을 참고로 제 시기에 있어야 할 발달 과업들을 하나하나 잘 이루어 가도록 지혜롭게 놀아주어야 겠다.  내게 큰 걸 깨닫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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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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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바스티안 피체크는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다.  그의 신간<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해냄, 2011)>를 읽고 이 책도 찾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는 결심했다.(무슨 결심까지.  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나 마음주지 않는 여자랍니다. 호호.)  이 작가의 팬이 되기로!  부라보!  그런데 뭐냐?  <파편(리더스맵, 2010)>이란 책이 국내 출간된 것이 또 있다.  그런 줄 알았다면 이 책이랑 같이 주문했을 텐데.  어찌 되었건 나는 그 책도 사놓았다.  어서 읽어야지.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이 작가의 스타일을 알 것 같다.  정말 흡인력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어쩜 이렇게 눈을 뗄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인지.  그런데 <테라피>는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보다 무서웠다.  딱히 공포소설은 아닌데 음산한 분위기 때문인지 밤에 읽기는 좀.  읽은 책이 이 두 권이라 자꾸 이 두 권을 비교하게 되는데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가 스릴러라면 <테라피>는 확실히 공포다.  그런데 너무 재밌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유희로서의 책의 의미가 굉장히 크다.  그리고 이야기는 무조건 재미있고 봐야 한다고 믿는 독자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실했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이 기시감은 뭐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셔터아일랜드(마틴 스콜세지,(2010)>가 떠올랐다.  이 정도면 모티브는 거의 동일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내가 <셔터 아일랜드>를 보지 못하고 이 책 먼저 봤다면 이 책은 내 열 손 안에 꼽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 창작에서는 선후가 중요하다.  누가 먼저냐에 따라 독창성마저 의심스러우니 말이다.  이렇게 신선한 작품일수록 '독창적인가?'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전대미문의 것이라면 그것이 top이 되는 일은 시간 문제다.  발명가들이 그토록 특허를 먼저 받으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알아본 바로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소설인 <살인자들의 섬(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2004)>가 먼저다.  그러나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비슷한 모티브를 가지고 쓴 글이라도 인정해 주고 싶다.  홍홍. 

  스토리가 참 탄탄하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려지게 묘사하는 장기, 다음 장을 보지 않고 책을 덮지 못하도록 하는 글의 구성.  모두 마음에 든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줘도 어떤 이의 그것은 그저 그렇고 어떤 이의 것은 매우 재미있게 여겨진다.  그게 바로 말하는 능력(작가에게는 쓰는 능력)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끔 구성된 장들을 보며 이 작가가 얼마나 많이 퇴고를 거듭했을지가 눈에 선했다.   

  작가의 태도도 마음에 든다.  나는 '내가 난데' 하는 전문가를 상당히 안 좋아한다.  이것은 자신감과는 조금 다르다.  이런 이에게는 고집과 아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글에 대해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하고 읽은 느낌이나 스토리에 관한 부분을 (출판사의 개입없이) 직접적으로 나누고 싶어했다.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에서도 그랬다.  정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독자들의 감동이나 찬사와 지적에 자신의 글을 다시 구성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태도다.  그리고 작가 후기에는 왜 이렇게 진정성이 묻어나는 거지?  (아 정말 친구하고 싶어!!)  작품보다 잔뜩 겉멋들린 난해한 작가 후기가 아니라 글을 짓는데 협력해준 이들에게 던지는 다정다감한 한마디들이 참 좋았다.   

  이 책의 스토리에 관해서는 별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 그러면 이 글은 서평이 아니라 짧은 평전이 되어버리는 건가?  나는 <파편>이 너무 기대된다.  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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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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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인의 동화들을 묶은 책이다.  동화라고는 하지만 아이들보다는 성인이 읽으면 더 좋을 그런 동화들이다.  (어린이들이 읽어서 안 될 것은 없다.  그런데 글이 가진 참 의미와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할 말'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에 그윽한 향이 있고 울림이 있는 동화들이다.  이 책은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 드립니다(해냄, 1998)>,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해냄, 2004)>,<스무 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해냄, 2003)>등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란다.     

  이야기 사이 간혹 볼 수 있는 박항률 화백의 그림들도 참 포근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모닥불(2008, 열림원)의 표지 그림과 같은데 여인은 새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여인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의 글들 역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인간에게부터 나온 이야기들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동물, 식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5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 2장 '뼈저린 후회', 3장 '수평선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4장 '완벽하면 무너진다', 5장 '겨울의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들의 제목은 거기에 딸린 작은 동화들의 제목 중 하나씩을 따와 붙인 것이다.  가수의 앨범으로 이해하자면 타이틀곡 정도가 될 것 같다.  교훈이 있고 감동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애잔함이 있다.  이 책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참 좋을 것 같다.  긴 글을 읽기 힘들 때 한 편씩 읽다 보면 어제보다 예쁘고 정직한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더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동화가 몇 편 있었는데 '고슴도치의 첫사랑'은 참 슬펐다.  그 절절한 사랑이 짧은 동화에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조화와 생화의 대화'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세상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리고 이런 동화들에서 볼 수 있는 관찰력과 사물에 대한 진지한 시선들(통찰력)이 작가의 애정과 함께 글로 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글이 지어진 것은 정호승 시인의 시인다운 면모가 충분히 녹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지. 

  글들이 그리 길지 않아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글의 향기를 맡고 글을 맛보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한 편, 한 편을 읽어나가며 잠시 책을 덮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유독 길었던 책이다.  아침에는 햇살의 찬란함이, 밤에는 어둠의 적막함이, 낮에는 밝음의 진실함이 같은 이야기의 맛을 다르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같은 맛이 났는데 그 맛은 담백함이었다.  맵고 짜지 않은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들.  그 누구의 입맛에든 잘 맞을 맛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소리 내어 읽기가 참 좋았는데 이야기가 길지 않아 쉬이 읽을 수 있다.  눈으로만 읽는 것과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은 너무 다른데 이 책은 소리를 내어 읽을 수록 더욱 깊이 와 닿았다.  시인의 지혜와 고운 심상이 모두 내 것이 되는 듯 했다.   

  그런데 왜 표제가 '울지 말고 끛을 보라'일까?  나는 여기서 말하는 꽃은 표면적인 의미의 꽃을 말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꽃은 자연을 대표하는 단어로 쓰인 게 아닐까 싶다.  '낙담하고 절망하고 힘들어 눈물을 쏟게 되더라도 주변의 자연들과 그 속의 동물들과 식물들을 보면 어느새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누군가의 따스한 한 마디의 위로보다 해 질 녘 노을이 위안이 되고 들에 핀 작은 꽃에 미소 짓게 하듯 말이다.  이 글들 한 편, 한 편의 작은 속삭임에 괜히 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고 다시 읽어도 좋을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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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 대한민국의 인권을 보는 여섯 개의 시선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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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땅의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인권을 말한다.  하지만 모순된 현상과 인권 유린의 현장은 곳곳에 팽배하다.  인권.  사전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기본적으로 가지는 권리(네이버 국어사전)'란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당연히', '기본적으로 가지는', '권리'는 때로는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있다.  당신은 인권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나는 '사형제 존폐' 문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권에 대한 주제들은 거기서 거기 같다.  다시 말해, 우리는 너무나 표면적인 인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물 위로 떠 올라 눈에 보이는 인권에 대해서만 왈가불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물 아래 가라앉아 있는(인권문제에 큰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이미 공중에 떠올라 있을 그런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인권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책은 세계인권선언을 들어 그에 위배되는 우리나라 인권유린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 2조(이주 아동들의 뒷모습), 제 19조(청소년에게 인권을, 십대의 성), 제 23조(노동자도 사람이다, 안마에 대한 엇갈린 시선, 외국인도 사람이다, 담 밖의 삶이 두려운 사람들), 제 25조(살 만한 곳에 살게 하라, 장애인의 '살' 권리), 제 18조(국가의 폭력은 왜 이렇게 자유로운가, 양심의 자유를 허하라), 제 3조(짓밟힌 길 위의 인권, 존엄한 죽음을 위하여, 치료를 받고 싶다)  이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먼저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의 수준을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다룬 많은 주제들 가운데 인상적이었던(나로하여금 할 말이 생기게 만든) 몇 가지만 살펴보자.  이주 아동들이 이렇게 차별을 받으며 편견 속에서 이 땅에서 살아가기조차 힘들며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물론 불법체류자는 말 그대로 불법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국적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하게 하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불법 체류로 인해 그 자녀가 배움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가 보다.  그러면 자식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하는 이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제약과 제한을 두되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살 권리는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이에 대한 대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청소년 인권 문제에서는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두발자유화의 타당성'을 말하고 있었다.  현 경기도 교육감인 김상곤 씨가 교육감 출마때 내세운 공약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개성 존중을 가장 큰 이유로 삼고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기도 하다.  두발 뿐 아니라 외모, 차림새는 그 사람을 단시간에 누군가에게 말해주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학생은 어디까지나 학생다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혹자는 귀밑 3cm를 누가 학생 머리로 규정했는지를 따져 묻고 싶을 것이다.  물론이다.  그것을 정한 것은 어른들이고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두발자유화'를 단순히 청소년의 개성이라는 부분에서만 보아서는 안된다.  두발자유화가 시행된다면 머리를 염색하는 학생, 파마하는 학생 그야말로 모든 헤어스타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두발다양화가 아니라 두발자유화가 확실하다면)  실지 요즘 청소년들을 생각해보자.  남학생만 보더라도 고등학생만 봐도 이게 교복의 넥타이가 양복의 넥타이 같다.  성숙한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도 어른 같아 보인다.  다시 말해, 어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두발자유화를 허락하게 될때 생기는 다른 문제들도 따져봐야 한다.  학교를 벗어나 사복차림으로 머리 모양까지 자유롭다면 청소년 출입 제한 구역을 지금보다 더 쉽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고 담배를 구입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제발 "안 그래도 할 애들은 다한다 뭐"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이때마다 민증확인으로 걸러낼 것인가?  또한, 일제시대때 단발령을 내려 우리나라 민족의식을 말살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사람의 외형이 정서와 정신적인 면에 깊이 관계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두발의 자유를 허락하면 좀 더 무분별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노파심일까?  학교는 단체생활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교칙에 맞게 제한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두발의 자유화를 주장한다면 복장의 자유화도 따라야 할 것이며 온갖 자유화에 대한 문제를 고심하게 될 것이다.  평생도 아니고 학창시절, 중고등학교 6년의 시간을 두발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것이 이리도 우리 청소년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이 책의 주장에 대한 나의 반론이다.  보수적이다 말할는지 모르겠다.  하나 인권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놓고 판가름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십대의 성, 레즈비언 문제도 다루고 있었다.  서울에 레즈공원이 있다길래(책에서는 일부러 밝히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짚어 보겠다.) 알아보니 신촌공원을 말하는 것인 듯 했다.  그곳에 가면 일일찻집 등이 열리고 그 공간에서 레즈비언, 이반 친구들이 만남을 갖게 된단다.  동성애 문제는 인권문제의 오랜 화두다.  외국에는 동성애, 동성결혼, 성전환을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성전환 문제를 보자면 머지않아 이성(외모로 판단할때)간의 만남에 있어 선천적인 여자인지 혹은 선천적인 남자를 확인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요컨대 '동성애를 나무라지 말라'는 것이다.  동성애 부분에 있어서는 찬성이니 반대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때로는 이것이 옳다 싶기도 하고 때로는 저것이 옳다 싶다.  한마디로 아직 판단이 안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동성애를 용인하자'는 입장인데 왜 레즈공원은 독자들에게 비밀로 부쳤는지 모르겠다.  용인하고 허용하고 허락하고 승인한다는 말은 공증한다는 것과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공원을 구태여 숨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세상의 밝은 곳으로 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하고 이것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함에서 왜 그들의 문화가 산재하는 그곳은 비밀에 부친 것인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어쩌면 그들은 동성애 허용을 주장하지만 그것에 대해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몰라, 나는 그들('한겨레 21 편집부'와 뜻을 같이 하는 인권운동가들)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듯 여겨졌다.  등 뒤에 무언가를 감춘 채로 무엇을 허락하고 인정해 달라는 것인지.  그 공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쓰고 보니 내가 너무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구나.  쩝.)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약을 사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소개했다.  비슷한 예로 CRPS 환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먼저 CRPS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라고 주로 사지에 발생하는데 그 고통이 출산의 고통에 버금간단다.  (너무 끔찍하게도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를 절단하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단다.  많은 환자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고통이라고 한다.)무슨 프로그램이었던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 환자들은 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기 위한 수술이 보험도 되지 않으며 사비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국가에서 수술을 용인하는 경우는 제시해 놓은 몇 가지 기준에서 몇 개 이상 해당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에 합하려면 거의 장애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단계를 이미 훨씬 지나야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끔찍하던지, 국민을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의료행위를 국가가 모른 체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사비로도 해소할 수 없도록 정해놓은 제한기준은 도대체 뭔지.  그냥 죽으라는 건지.  이런 엉터리 제도야말로 인권을 뭐 보듯 하는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었다.  아니 인권이 인간적으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라면서 안아프게 고통없이 살고자 하는 것이 인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우리가 몰라서 짓밟히는 인권은 없는지, 이것이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들여봐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인권에 대한 문제들을 내어 놓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김두식 교수가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2010)> 에서 '인권감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어떤 문제를 놓고 볼 때 이것이 인권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기민하게 알아챌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하겠다.  이 책은 이런 숨은 인권 문제들을 보여줌으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생각나게 했다.      

  우리 나라 인권의 현주소를 보는듯해 마음이 편칠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도 외면당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존재하는 것인지.  왜 이것들에 대한 어떤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답답했다.  그러나 국민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인권은 국가 위정자들의 손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게다.  누구를 탓할 것 없다.  우리 스스로 지키지 못했고, 만들지 못했고, 세우지 못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벙어리 흉내를 내왔던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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